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갈등의 영향으로 중국 내 판매 부진이 이어지자, 현지 '베이징현대차'를 함께 세운 현대자동차와 베이징기차공업투자유한공사(이하 베이징기차) 사이에 '이상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결국, 최근 중국 언론은 베이징기차의 '합자파기' 가능성을 언급했고, 국내 일각에서는 이마트와 마찬가지로 현대차가 중국에서 철수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하지만 합자 회사의 구조나 중국 시장의 중요성 등으로 미뤄 두 가지 시나리오의 실현 가능성은 아직 크지 않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 "양측 합의해야 합자 종료…일방 파기 불가"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자매지 '글로벌 타임스'는 6일(현지시각) "현대차의 중국 파트너인 베이징기차가 합자회사 '베이징현대'와의 합자 관계를 끝내는 것까지 고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베이징기차와 베이징현대 사정에 밝은 '익명 소식통'을 인용한 이 기사는 "베이징기차가 부품 공급과 관련한 현대차의 탐욕과 오만(greed and arrogance)에 지쳤다"며 "합자 관계가 끊기는 위험이 있더라도 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결심을 굳혔다"고 전했다.

또 기사는 베이징기차가 비용 절감을 위해 대부분 한국 업체인 베이징현대의 납품사를 중국 현지 기업으로 교체할 것을 요구했으나, 현대차가 이를 거부해 갈등이 불거졌다고 주장했다. 이런 갈등은 2002년 합자회사 설립 이후 계속 있었지만 최근 베이징현대의 판매량이 급감하면서 수면 위로 떠올랐다는 얘기다.

이런 보도에 대해 현대차는 일단 "사드 배치 시점에 한국 기업을 압박하려는 중국 관영 언론의 의도가 담긴 것으로 짐작된다"며 의미를 축소했다.

하지만 두 파트너 사이에 납품 가격 조정 등과 관련해 이견이 있다는 사실은 현대차도 인정하는 부분이다.

현재 중국 현지 한국 부품업체들 사이에서도 베이징기차가 다소 무리한 '납품가 인하 전략'을 펴면서 끊임없이 납품업체들과 갈등을 빚고 있다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베이징기차는 사드 사태 이후 실적이 나빠지자 일부 협력업체들에 납품가격을 20% 정도 깎아주면 그동안 밀린 대금을 지급하겠다는 조건을 내건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플라스틱 연료탱크 등을 공급하는 부품업체 베이징잉루이제가 납품대금이 밀리자 아예 납품을 거부해 베이징현대 공장 4곳의 가동이 중단된 사태도 이런 협력업체와 갈등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현대차는 이런 '납품대금-가격인하' 연계 요구가 협력업체 부담을 가중한다며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진행 현대자동차 사장도 지난달 31일 간담회에서 베이징기차의 납품 단가 20% 인하 요구와 관련, "150개 이상 (한국 부품)업체들이 따라 나갔는데, 그러면(단가를 낮추면) 우리 협력업체들이 다 망한다"며 "접점을 찾아야 한다. 50대 50 (합작) 기업이니까 일방적인 것은 있을 수 없다"고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이런 갈등이 이어지면, 과연 글로벌 타임스 보도대로 베이징기차가 일방적으로 현대차와의 합자 관계를 깰 수 있을까.

일단 현대차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구체적 합자 계약 조건을 밝힐 수는 없지만, 대부분 50 대 50 비율 글로벌 합자 회사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합자 종료에는 양측의 합의 절차가 필요하다"며 "한쪽이 뭔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일방적으로 합자 관계를 깰 수는 없다"고 말했다.

2002년 설립된 베이징현대의 지분은 현대차와 베이징기차가 똑같이 50%씩 갖고 있다.

이사회도 양측 동수로 구성되고, 최고경영자(CEO)격인 총경리는 현대차가, 이사회의장은 베이징기차 측 인사가 맡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 2일 베이징현대 총경리를 담도굉 중국지원사업부장(부사장)으로 교체하는 등 '갈등 봉합'과 조직 정비를 시도하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아무래도 화교인 담 부사장이 베이징기차와의 대화를 원만하게 이끌어 나가지 않겠느냐"라고 기대했다.'

 

◇ "중국은 제1 수출 시장…철수 가능성 없다" 
반대로 현대차가 판매 부진과 파트너와의 갈등을 견디지 못하고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처럼 중국 시장 철수를 검토할 가능성은 없을까.

현대·기아차의 올해 상반기 중국 판매량은 모두 43만947대(현대차 30만1천277대·기아차 12만9천670대)로, 지난해 상반기(80만8천359대)보다 52.3%나 줄었다.

판매 감소의 모든 원인이 '사드' 때문이라고 볼 수는 없지만, 업계는 상당 부분 사드 갈등에 따른 '반한(反韓)', '반 한국기업' 정서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이런 상황이 수개월째 좀처럼 개선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7월에도 현대·기아차는 중국에서 7만17대(현대차 5만15대·기아차 2만2대)를 파는 데 그쳤다. 이는 지난해 같은 달 판매량(11만1천21대)보다 37% 줄어든 규모다.

7월 중국 시장 점유율(4.3%)도 6월(3.2%)보다는 1.1%포인트(p) 올랐지만, 지난해 12월(9.1%)과 비교하면 여전히 절반 아래에 머물고 있다.

더구나 지난주 이후로는 판매 실적 부진에 시달리는 중국 현지 합작법인(베이징현대)과 부품업체 간 납품대금 지급 지연 문제가 불거지면서, 베이징현대 현지 공장 4곳이 가동 중단과 재개를 반복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하지만 이런 어려움에도 불구, 중국은 현대·기아차로서 포기할 수 없는 시장이다.

중국은 현대·기아차의 최대 수출 시장으로, 두 회사는 지난해 중국에서만 세계 전체 판매량(내수 포함)의 각 23.5%(114만2천16대), 21.5%(65만6대)를 팔았다.

현대차 관계자는 "판매가 부진하다고 제1 수출 시장에서 철수할 수는 없는 일"이라며 가능성을 일축했다.

더구나 현대·기아차만 바라보고 중국에 함께 진출한 부품업체들도 고려하지 않을 수 있다.

자동차 부품업체들의 모임인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에 따르면 현재 중국에서는 145개 우리나라 업체(조합 회원사 중)가 289개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이 가운데 대부분인 120여 개 업체가 현대·기아차와 함께 중국에 동반 진출한 업체다.

현대차 관계자는 "한국 부품업체만 이익을 본다는 글로벌 타임스의 잘못된 주장과 달리, 실제로는 현대모비스나 현대위아 등 현대 계열사조차 지난 2분기 큰 영업적자를 봤다"며 "부품사들과 함께 현재 위기를 극복하는 방법을 찾아낼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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