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김하기 / 그림 이상열

▲ 그림 이상열

백제 아신왕은 가야왕 이사품 왕을 만나 신라와의 이번 전쟁에 대해 담판을 짓기로 했다. 두 왕은 지리산 서쪽 가야 땅인 6국의 중심국, 상다리에서 만나기로 했다. 가야가 차지하고 있는 소백산맥 너머, 옛 마한땅에 설치한 가야 6국은 상기문, 하기문, 상다리, 하다리, 사타, 모루이고 그 중심지가 상다리이다. 두 왕은 상다리성 고당에 올라 마주 앉았다. 남해의 파란 바다가 보이고 점점이 떠 있는 녹색 섬 사이로 하얀 돛을 단 가야 배들이 바람에 곱게 밀려가고 있었다.

“정말 그림 같이 아름다운 풍경입니다. 백제에는 이런 곳이 없습니다.”

“우리 가야는 한반도의 남해안 해상국가입니다. 영토의 절반이 바다에 접하여 있지요.”

“과연 그러하군요.”

백제 아신왕은 불꽃무늬의 화려한 화염금관을 썼고, 가야 이사품왕은 산자 모양의 소박한 수목금관을 썼다.

아신왕이 이사품왕을 호위하고 있는 여전사를 보며 말했다.

“가야의 여전사는 아름답기도 하고 남자 무사들 못지않게 씩씩해 보입니다.”

“우리 가야의 보배들이지요. 가야의 여전사들은 지리산 너머 이곳, 옛 마한 땅에 있는 가야 6국을 최전방에서 지키고 있는 정예병입니다.”

“가야 여전사들 명성은 삼한에 널리 퍼져 있지요.”

철갑옷을 입은 가야의 여전사들은 하다리에 침입한 왜구를 격파했으며, 국경을 다투고 있고 백제의 수병들과 전투를 벌여도 밀리지 않았다. 가야는 전쟁이 일어나면 여자들이 스스로 지원해 철갑옷을 입고 전투에 나서 나라를 지키는데 남녀가 따로 없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남해바다와 가야의 여전사로 운을 뗀 백제의 아신왕은 본격적으로 전쟁에 대해 말했다.

“이번 전쟁은 우리 백제가 치밀하게 준비했다는 사실은 잘 알고 있겠지요.”

“알고 있습니다.”

“지금 신라의 국방은 허술하기 짝이 없습니다. 수년 전 왜구가 단순히 신라 해안가에 노략질하러 들어갔다가 군대가 너무 약하니 금성까지 쳐들어가 온통 분탕질을 했지요.”

“맞습니다. 그 때 내물은 왜에 왕자 둘을 볼모로 보내고서야 왜구들이 분탕질을 멈추었지요.”

“우리 세작들의 보고에 따르면 그때보다 지금 신라가 더 약합니다. 성들은 높으나 모래성과 같고, 오합지졸 병력은 허수아비나 다름없다는 것입니다. 가야가 신라의 썩은 삽짝 문짝만 차고 들어가도 신라는 저절로 무너질 것입니다. 신라를 치기에는 지금이 최적기입니다.”

백제 아신왕이 말을 할 때마다 머리에 쓴 화염금관이 움직이며 번쩍거렸다. 화염금관의 불꽃 문양이 마치 가야 이사품왕의 수목금관을 태울 듯 이글거리며 타올랐다.

이사품왕이 말했다.

“저도 신라 땅을 먹을 자신은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가야가 가장 염려하는 것은 고구려의 광개토왕이 이번 전쟁에 개입하지 않을까 하는 점입니다.”
 

 

우리말 어원연구

가야 6국: 상기문, 하기문, 상다리, 하다리, 사타, 모루는 각각 임실·번암, 남원, 순천·광양, 여수·돌산, 고흥, 무안으로 비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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