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리엄스·샤라포바 등 부진...프랑스오픈 이어 무시드 1위

▲ 슬론 스티븐스(83위·미국)이 10일(한국시간) 미국 뉴욕 빌리 진 킹 내셔널 테니스 센터에서 열린 US오픈 테니스대회 여자단식 결승에서 매디슨 키스(16위·미국)를 2대0으로 물리치고 우승한 뒤 트로피를 들고 기뻐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2017시즌 여자 테니스 메이저 대회는 슬론 스티븐스(83위·미국)를 마지막 챔피언으로 배출한 가운데 막을 내렸다.

올해 여자 테니스 메이저 대회는 1월 첫 대회인 호주오픈에서 ‘전통의 강호’ 세리나 윌리엄스(15위·미국)가 우승하며 ‘올해도 윌리엄스’라는 최근의 양상이 반복되는 듯했다.

그러나 프랑스오픈에서 당시만 해도 무명이었던 옐레나 오스타펜코(12위·라트비아)가 정상에 오르는 이변을 연출했고 시즌 마지막 메이저 대회인 US오픈은 세계 랭킹 83위에 불과한 스티븐스 차지가 됐다.

윔블던을 제패한 지난해 프랑스오픈 챔피언 가르비녜 무구루사(3위·스페인)가 그나마 예상을 벗어나지 않은 우승자였다.

여자 테니스 세계 랭킹이 산정되기 시작한 1975년 이후 시드를 배정받지 못한 선수가 메이저 대회 단식에서 우승한 것은 10일(한국시간) 미국 뉴욕에서 끝난 올해 US오픈 스티븐스가 5번째다.

지난해까지는 1977년 호주오픈 이본 굴라공(호주), 2007년 호주오픈 세리나 윌리엄스, 2009년 US오픈 킴 클레이스터르스(벨기에) 등 세 번이 전부였다.

그런데 올해 한 시즌에만 오스타펜코와 스티븐스 두 명이 시드 배정을 받지 못한 가운데 메이저 대회를 제패하는 사례를 만들어낸 것이다.

오스타펜코는 프랑스오픈 우승 당시 세계 랭킹이 47위였다.

한 시즌에 시드도 배정받지 못한 세계 랭킹 40위대, 80위대 선수들이 메이저 대회를 차례로 제패했다는 것은 그만큼 상위권 선수들의 기량이 압도적이지 못하다는 의미다.

우선 세계 여자 테니스계를 10년 넘도록 호령하고 있는 세리나 윌리엄스가 올해 호주오픈을 마친 뒤 임신 사실을 발표하며 투어 활동을 중단한 것이 컸다.

또 지난해 호주오픈과 US오픈을 제패하며 윌리엄스의 세계 1위 자리를 빼앗아 온 안젤리크 케르버(독일)가 이유를 알기 어려운 부진에 빠지면서 사실상 ‘절대 강자’가 사라졌다.

여기에 마리야 샤라포바(러시아)는 약물 양성 반응으로 인해 지난해 1월 호주오픈 이후 15개월 자격 정지 징계를 받아 코트에 서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남은 상위 랭커로는 케르버를 비롯해 카롤리나 플리스코바(체코), 시모나 할레프(루마니아), 무구루사, 엘리나 스비톨리나(우크라이나), 페트라 크비토바(체코) 등이 있지만 이들의 기량에 대한 평가는 높지 않다.

언제든지 세계 랭킹 10위권 밖의 선수들에게 잡혀도 이상할 것이 없는 수준이다.

4대 메이저 대회 여자단식 우승자가 모두 다른 선수였던 것은 2014년 이후 올해가 3년 만이다.

하지만 2014년은 호주오픈 리나(중국), 프랑스오픈 샤라포바, 윔블던 크비토바, US오픈 세리나 등 내로라하는 톱 랭커들이 우승을 나눠 가진 양상이었다.

올해 세계 랭킹 100위 이내 중하위권 선수들의 약진이 일시적인 ‘춘추전국시대’의 결과일지, 아니면 20세 오스타펜코와 24세 무구루사와 스티븐스 등 젊은 선수들이 ‘세대교체’ 선봉에 나서는 신호탄인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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