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울산에 최고 130㎜가 넘는 비가 내리면서 도로가 침수되고 항공기가 결항하는 피해가 발생했다. 오전 6시50분을 기해 호우경보가 발효되고, 시간당 최대 40㎜가 넘는 집중호우가 내리면서 남구 장생포순환도로, 삼산지하차도와 성내삼거리, 방어진순환도로, 상방사거리 등 시내 도로 곳곳이 일시적으로 침수되기도 했다. 울주군 온양읍의 부산~경주 동해남부선 철도 일부 구간의 지반 침하도 있었다. 행정안전부와 울산시, 각 구군 재난대책본부는 잇따라 호우특보를 알리는 긴급안전안내문자를 발송했다. 지난해 태풍 차바 침수지역은 유의할 것을 당부했다. 태화강둔치 등 하천변 주차 차량은 이동 주차토록 요청했다. 하지만 상당수의 차량이 꿈쩍도 하지 않았다. 구청 직원들이 차량에 기재된 전화번호로 일일이 전화를 걸어 이동주차를 당부했지만 “비가 조금 더 오면 차를 빼겠다”거나 아예 전화를 받지 않았다고 한다. 도를 넘은 생활 속 안전불감증 현장을 보는 듯해 씁쓸하기 짝이 없다.

재난없는 안전제일도시를 꿈꾸는 울산이다. 울산시는 재난 발생시 행정과 시민의 실질적인 대응능력 향상을 위한 미래·복합재난 대책과 시민의 안전문화 확산 대책을 마련, 추진하고 있다. 지진, 화산, 가뭄, 태풍 등 자연재해는 기상예보와 재난 대책 등을 통해 피해를 대폭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에 의해 발생하는 인재도 크게 다르지 않다. 안전에 대한 관심만으로도 상당 부분 예방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 사회는 아직도 구성원 모두가 안전에 대해서 제대로 된 인식을 가지지 못하는 ‘안전불감증’이라는 공통적인 병을 앓고 있다. 안전을 장담할 수 없는 위험에 불감(不感)한 상태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오죽했으면 “질병은 한 사람에게 고통을 주거나 수만 명의 목숨을 앗아가는 전염병이라 해도 백신이 있다면 미리 예방할 수 있지만 안전 불감증은 한 번의 실수로 수십, 수백 명의 목숨을 빼앗아갑니다”라는 공익광고까지 있었을까.

‘설마’ 하는 마음으로 안전과 관련된 각종 규정 등을 무시하다가 최소화할 수 있었던 재난을 크게 키우게 되는 것이 안전불감증이다. 결과적으로 침수가 안됐으니 차량이동의 수고를 할 필요가 없지 않았느냐고 해서는 안 된다. 예상되는 위험에 대한 안전조치를 반드시 실행으로 옮기는 습관이 실제 위험이 닥쳤을 때 안전을 보장받는 방법의 하나가 아니던가. 자치단체의 대피경고까지 무시할 정도면 생활속 위험요소에 대비하는 수준을 알 수 있기에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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