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화로운 사회발전 위해선
성숙한 시민의식이 기본토대
경제수준에 걸맞은 선진의식을

▲ 신병곤 한국은행 울산본부장

사회 어느 분야건 언제나 발전을 위해 항상 강조되는 말 중의 하나가 ‘의식의 전환’이다. 때로는 구두선에 그치는 경우도 있지만 사회를 보다 높은 단계로 끌어올리는 촉매제 역할을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 만큼 사회발전에 있어 구성원의 의식은 핵심적인 부분이다.

지금 우리사회가 지향하는 목표 중의 하나는 ‘인간미 넘치는 따뜻한 사회’이다. 그리고 이의 실현을 위해 필요한 덕목 중의 하나로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이야기 한다. 과거에는 먹고 사는 문제 해결을 위해 하나라도 더 생산하는 것이 목표였다면 이제는 구성원 간 갈등을 최소화하면서 더불어 사는 것이 중요한 과제이다.

조화로운 사회발전을 위한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다만 한 가지 덧붙이자면 정말 건강한 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가진 자, 기득권층뿐만 아니라 일반 시민들의 의식전환도 병행돼 사회전반의 의식수준이 한 단계 더 높아져야 한다는 점이다. 가진 자의 양보는 당사자 입장에서 자기희생이다. 종종 가진 자의 양보를 당연한 것으로 여기는 경우가 있는데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 혜택을 받는 사람이 타인의 희생, 배려를 그가 받아야 하는 권리쯤으로 생각해서는 더더욱 안 된다. 가진 자는 사회를 위해 그가 가진 것의 일부를 기꺼이 내놓고 수혜자는 가진 자의 희생, 배려를 정당하게 평가해주고 그에 기초해서 사회에 기여하는 방안을 찾는 것이 성숙한 시민사회다.

외국과 비교할 때 우리나라의 시민의식 수준은 높지 않은 것으로 보여 진다. 세계 수십개 국의 학자들이 조사해 만든 ‘세계가치관조사’라는 것이 있다. 이 조사에 의하면 대부분 나라의 경우 국민소득 1만5000달러가 넘어설 때쯤이면 생존적 물질적 가치관이 줄어들고 자기표현적 비물질적 가치관이 늘어난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경우 세계적으로 예외라 할 정도로 국민소득이 1만5000달러를 넘어선 지 오래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생존적 물질적 가치관이 강고한 것으로 나타났다. 비슷한 결과를 보여주는 다른 연구도 있다. 2015년 서울대학교 사회발전연구소가 발표한 OECD 30개국의 공공성 연구자료를 보면 우리나라는 공공성, 공익성, 공정성, 공민성 등 시민의식과 관련한 대부분의 지표에서 최하위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 마디로 물질주의 성향이 높고 공공의식은 부족하다는 내용이다. 이와 같은 우리나라의 시민의식 부족에 대해 학자들은 우리나라의 지정학적 특수성에다 산업화 과정에서의 성장 제일주의로 인해 서구에서 말하는 시민계층 형성이 지체된데 그 요인이 있다고 지적한다.

울산의 시민의식 수준은 어떨까? 울산에 이주해 온 사람들을 대상으로 올해 초에 간단한 설문조사를 한 적이 있다. 설문참여자가 많지 않아 통계로서의 의미는 크지 않지만 설문 중 울산시민이 얼마나 친절한지 그리고 다른 사람에게 울산으로의 이주를 권할 의향이 있는지 묻는 설문에 대해 부정적인 대답을 한 사람이 긍정적인 대답을 한 사람의 두 배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비슷한 이야기는 일상 생활과정에서도 종종 들린다. 처음 울산에 온 사람들로부터 많이 듣는 이야기 중의 하나가 서비스업체의 서비스정신 부족이다. 음식점이나 상점 종업원들의 불친절이 때로는 불쾌감을 넘어 당황스럽게 만들기까지 한다고 한다. 교통예절도 마찬가지다. 신호도 없이 끼어드는 것은 예사이고 운전미숙으로 자기 차의 진행에 방해가 된다고 해서 험한 말을 내뱉고 가는 경우를 적잖이 경험한다고 토로한다. 다른 도시도 그런 경우가 있지만 울산은 좀 더 심하다고 한다.

그리고 더 의아한 점은 정작 울산시민들이 이에 대해 둔감하다는 것이다. 친절도가 시민의식 수준을 판단하는 잣대는 아니지만 생활 속의 기초예절이 시민의식의 바탕을 이룬다는 점에서 이는 시민 각 자가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문제이다.

울산은 산업화의 상징인 잘 사는 도시에서 이제 살고 싶은 도시로 나아가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문화, 예술 등 사회 각 분야의 발전을 위한 지자체의 노력도 필요하지만 근본적으로는 경제수준에 걸맞은 시민의식 함양이 필히 이루어져야 한다.

신병곤 한국은행 울산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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