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대여견제 본격화 전망…김명수·예산·개혁입법 ‘첩첩산중’
與에 협조적이던 국민의당, 선명야당 기조…‘역풍’ 우려 기류도

국회에서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임명동의안이 부결되고 문재인 정부와 야당 사이의 ‘허니문’이 사실상 종료되면서 포스트 김이수 정국의 나아갈 길은 첩첩산중의 험로가 될 전망이다.

김 후보자 인준안 부결로 여소야대(與小野大) 의석분포라는 현실이 선명하게 드러난 가운데 문재인 정부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야당의 견제가 본격화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12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여소야대 국면에서 야당이 힘을 자랑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면서 “앞으로는 더 강도가 세질 수 있다”고 말했다.

당장 12~13일 인사청문회가 진행되는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부터 문제다.

국회의 임명동의 표결 대상인 김명수 후보자를 놓고 여야는 개혁 인사냐 코드 인사냐를 놓고 극명한 입장차를 보이고 있다.

청와대·여당은 사법 개혁을 이끌 적임자로 김명수 후보자의 임명을 추진하고 있으나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등 보수야당은 김명수 후보자의 이념적 편향성을 이유로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다.

민주당(120명)과 보수야당(127명)간 이런 대립 구도 때문에 김명수 후보자의 인준 표결도 결국 국민의당(40명)이 캐스팅보트를 쥘 것으로 전망된다.

국민의당은 일단 청문회를 보겠다는 입장이지만, 김명수 후보자가 김이수 후보자보다 찬성표가 더 적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이런 차원에서 박성진 중소기업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 류영진 식품의약품안전처장, 탁현민 청와대 행정관 등의 문제도 관심이다.

이들에 대한 국민의당의 조치 요구가 수용될 경우 김명수 후보자 처리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박 후보자의 경우에는 뉴라이트 역사관 논란, 국무위원으로서의 자질 문제 등의 이유로 여당 내에서도 상황을 엄중하게 보는 분위기다.

11일 진행된 인사청문회에서 여당이 냉랭한 분위기를 보이며 박 후보자를 적극적으로 옹호하지 않은 것도 이런 기류에 따른 것으로 내부에서도 사퇴가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많다.

박 후보자에 대해서는 민주당 협치 파트너인 정의당도 반대하고 있다.

야당은 또 탁현민 행정관에 대해서도 경질을 요구하는 상태다.

올 12월 1일로 임기가 끝나는 황찬현 감사원장 후임 임명도 문제다.

국회 표결 대상인 감사원장의 임명을 위해서는 재석 과반(150명) 확보가 필요한데 야당의 협조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점에서다.

여기에다 15일부터 본격화되는 국회 입법심사에서 성과를 내는 것은 더 어렵다는 지적이다.

국회선진화법에서는 재적 의원 5분의 3 이상이 동의해야 법안을 신속 처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권은 정기국회에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나 아동수당 문제, 검찰과 국정원 등 권력기관 개혁을 비롯한 개혁 입법을 추진한다는 목표지만 야당의 적극적인 협조가 없으면 진전을 보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복지확대와 일자리 창출에 초점을 맞춘 내년도 예산안도 야당의 협조가 없으면 쉽지 않다.

선진화법은 12월 2일 이전까지 예산 처리 시점을 강제하고 있으나 내용 면에서는 야당과 협의가 안되면 여당의 독자 통과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박홍근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지난달 25일 정기국회 대비 워크숍에서 “예산은 12월 2일에 자동 처리된다고 쉽게 생각할 수 있지만, 여소야대라 야당이 수정안을 내면 간단하지 않다”고 말한 바 있다.

이처럼 포스트 김이수 정국도 녹록지 않은 상황이라는 점에서 여권의 대응 전략이 주목된다.

그동안은 보수야당이 반대해도 호남 기반의 국민의당이 도와줄 것이란 기대를 갖고 청문정국과 추경·정부조직법 문제 등을 돌파해왔으나 김이수 후보자 인준안 부결로 이런 전략이 더 유효하지 않다는 점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보수야당보다 개혁적이라고 생각했던 국민의당이 안철수 대표 체제가 된 이후 노선과 가치보다는 정략적 판단을 하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에 고민”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김이수 부결을 계기로 “국민의당이 피냄새를 맡았다”는 표현을 썼다.

선명야당 기조를 택한 국민의당이 쉽사리 협조적 자세로 돌아서지 않을 거란 뜻이다.

정치권에서는 여권이 야당이 최소한 동의할 수 있는 수준으로 인사·정책을 추진해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다른 정치권 중진 인사는 “야당 인사를 임명하지는 못하더라도 최소한 야당이 수용할 수 있는 중립적인 사람을 발탁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야당 역시 정부·여당에 반대만 할 경우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런 측면에서 정부·여당과 야당이 김이수 후보자 부결을 계기로 협치 모드로 들어갈지, 강 대 강 대립으로 갈지 주목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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