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지방경찰청에 변화의 바람이 거세다. 지난 7월28일 치안감으로 승진하면서 울산지방청으로 부임한 황운하 청장이 몰고 온 바람이다. 채 한달반이 되지 않았지만 울산경찰청에서 벌어지고 있는 새로운 시도와 제도는 손가락으로 꼽기도 힘들 만큼 많다. 33년 경찰경력에 첫 지방청장을 맡아 남다른 소신을 펼치고 있는 황청장의 행보가 경찰의 미래와 지역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자못 궁금하다.

13일 전국에서 처음으로 울산지방경찰청 직원협의회 합동출범식이 열렸다. 일반 회사로 치면 노조를 대신하는 직장협의회로 ‘고동소리’라는 이름을 붙였다. 고동소리 운영진은 황청장을 비롯해 지역내 4개 경찰서장과 매달 한번씩 회의를 열어 직원들의 요구와 치안정책 제안 등을 교환한다. 상명하복이 조직문화로 정착돼 있는 경찰조직에서는 매우 생경한 제도이다. 직원들도 기대반 우려반인 모양이다. 자율로 정해져 있는 고동소리 가입률은 현재 51.8%이다.

앞서 황청장은 ‘황운하가 직접 듣습니다’라는 창구를 마련, 일선 경찰들의 고충을 직접 접수하기도 했다. 핸드폰 메시지, 내부망메일, 구글 설문 등으로 간편하게 쓸 수 있는데다 익명으로 할 수 있게 함으로써 일주일만에 136건이 접수됐다. “근무여건과 조직문화 개선에 앞장서겠다”는 황청장의 진정성이 직원들에 전달된 것으로 해석된다.

변화는 내부 개혁에만 머물러 있지 않다. ‘검찰 저격수’라는 별명을 가진 황청장은 부임과 동시에 검찰을 방문했고, 뒤이어 민주노총·한국노총 양대 노동단체, 언론, 여성·장애인단체까지 방문하며 지역사회와의 공감대 형성에도 발빠르게 나섰다. 이달 5일엔 일반시민 20명과 경찰관계자 15명으로 구성된 ‘시민과 경찰협의회’도 발족했다. 지역내 유력인사들로 구성된 협의회가 있으나 그와 별도로 일반 시민들의 목소리를 듣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경찰은 누구보다 시민에 가까이 있는 공직자다. 경찰 조직에 온기가 흐르면 그 온기는 지역사회로 스며들기 마련이다. 평범한 서민들의 목소리를 귀담아 듣는 것은 경찰의 기본적인 임무이기도 하다. 하지만 인사이동이 잦은 조직인만큼 짧은 기간에 너무 많은 변화를 시도하다보면 성과를 거두기 보다 허둥지둥 시간만 허비하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많은 변화보다 꾸준한 변화가 더 중요하다. 조직문화의 긍정적 변화는 일부의 불편해소가 아니라 전체 조직원들의 공감대가 형성될 때 비로소 시작된다. 황청장의 ‘별난’ 시도들이 경찰 조직의 공감을 형성, 울산 경찰의 혁신과 지역사회의 발전으로 이어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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