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에서 발생한 한 중학생의 자살 사건 뒤에는 ‘어설픈 학교폭력 관리’가 있었다는 사실이 경찰 조사 결과 밝혀졌다. 동급생 9명이 숨진 학생을 평소 때리고 괴롭힌 사실이 경찰 수사에서 최종 확인됐지만 그 억울함을 누구도 제대로 들어주지 않았다. 학교폭력 발생 사실을 감추기에 급급했던 학교측과 유명무실한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 경찰의 늑장대응, 지역사회의 무관심이 빚어낸 결과였다는 것이 고스란히 드러난 것이다. 제때 대처했다면 어린 학생의 극단적인 선택만은 막을 수 있었기에 안타까움을 넘어 분노를 느낀다.

울산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숨진 A(13)군은 올해 3~4월 동구의 한 중학교에서 동급생들로부터 지속적인 괴롭힘을 당했다. 견디다 못해 4월28일 학교에서 창문으로 뛰어내리려 시도했고, 이 사건을 계기로 A군은 지역의 상담시설에서 상담을 받은 후 위탁형 대안학교로 옮겼다. 학교는 폭력발생 18일이 지난 뒤 A군측에는 연락도 없이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를 개최, 학교폭력이 아닌 장난으로 결론 내렸다. 회의록에는 A군의 정신과 진료와 자살 시도 전력 등 A군 돌발행동의 원인을 암시하는 듯한 내용을 기록했다. 의도를 의심케 하는 대목이다. A군은 학폭위 이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A군의 아버지는 재심을 청구했지만 7월에 열린 울산시 학교폭력대책지역위원회도 청구를 기각했다. 귀를 기울여야 할 피해 학생의 목소리를 반영하지 않은 채 전문성이 결여된 형식적 위원회 운영으로 학교폭력관리의 부끄러운 민낯을 드러낸 것은 아닌지 의문이다.

경찰도 문제였다. A군의 아버지는 5월20일 학교폭력을 신고했고, 아무런 대응이 없자 재차 신고했지만 학교전담경찰관(스쿨폴리스)의 적극적인 조사는 없었다. A군의 죽음을 단순 변사로 처리하기도 했다. 그러나 A군의 죽음 이후 경찰청이 파견한 학교폭력 전문 조사관 B씨의 합류로 수사가 본격화됐고, 경찰은 결국 ‘학교폭력이 맞다’는 결론을 냈다.

학교 폭력은 피해 학생과 가족에게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남기고, 가해 학생과 학교 공동체에도 큰 피해가 남게 되는 심각한 사회 문제다. 따라서 학교폭력예방법은 학교폭력이 발생하면 학교장이나 관계 기관에 즉시 신고하고,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를 개최해 진상 조사후 가해자에 대한 조치와 피해자 보호에 나서도록 하고 있다. 또 자치위원회가 가해학생에 대해 한 조치결정에 대해서 반대당사자인 피해학생측은 시·도에 설치된 학교폭력대책지역위원회에 재심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A군의 사례는 어느 곳에서도 제대로 다뤄지지 않았다. 조사할 의지도, 능력도 없었던 것은 아닌지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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