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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시(詩)가 가져다 준 종합선물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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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9.12  22: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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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미성 구영중학교 교사

나는 매 국어 시간마다 ‘5분 시 감상’이라는 것을 한다. 수업 시작 전, 한 아이씩 돌아가며 칠판에 시 한 편을 적기 시작하면 나머지 아이들도 자신의 ‘시노트’에 시를 따라 적는다. 수업 종이 울리고 내가 교실에 들어가면 다 같이 시낭송을 하고 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 뒤 아이들은 자신 만의 ‘한 줄 감상평’을 시 밑에 적는다.

어떤 시를 고르건 자유지만 지켜야 할 규칙은 있다. 가급적 시집에서 시를 찾아와야하며, 부득이 인터넷에서 시를 찾았다면 반드시 세 번 이상은 같은 시를 검색해서 정확한 전문(全文)을 찾아와야 한다. 왜냐하면 인터넷에 올라온 시는 띄어쓰기는 물론 행, 연의 구분도 잘못 돼 있고 심지어 제목도 바뀌어 있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안도현 시인은 자신의 시 ‘너에게 묻는다’가 인터넷에서 ‘연탄’이라는 제목으로 떠도는 걸 목격했다고 했다.

처음에는 걱정도 많았다. ‘아이들이 시를 잘 찾아올까?’ ‘수업 종이 울려도 자리에 앉지 않는 아이들이 과연 종 치기 전에 시를 쓰며 앉아 있을까?’ ‘만약 내가 모르는 시가 나오면 어쩌지?’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수업은 90% 정도 성공이다. 이제 막 중학교에 올라온 1학년 학생들을 데리고 한 수업이라 더 효과가 좋았겠지만 어쨌든 아이들은 자기 차례가 되면 도서관이나 인터넷에서, 심지어는 엄마가 결혼 전에 사 놓은 시집에서 찾은 시를 삐뚤빼뚤 칠판에 잘 적어 놓았다.

그리고 나머지 아이들은 처음 보는 시를 열심히 따라 적었다. 종종 친구가 쓴 칠판 글씨를 못 알아보겠다고 불평하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칠판을 노려보거나, 자리를 이동하는 아이도 있었지만 그 애쓰는 모습도 기특하게 여겨졌다. 그리고 시어의 뜻이나 띄어쓰기를 묻는 것도 자연스레 국어 공부로 이어져 뿌듯했다. 돌림노래처럼 끝나는 아이들이 시낭송을 그냥 시간 속으로 흘려보내기 아까워 동영상으로도 찍어두고, 시 내용에 맞게 그려놓은 그림은 지우기 아까워 구석에다 필기를 하기도 했다.

교무실을 나설 때 ‘오늘은 어떤 시가 적혀 있을까?’ 은근히 기대가 되기도 하고 칠판에 내가 좋아하는 시가 적혀 있을 땐 기분이 좋았다. 모르는 시가 나와도 “어! 이 시는 선생님도 처음 보는 거네~ 우리 같이 잘 살펴보자”하고 솔직히 말한 뒤 서로 시의 느낌을 말했다. 어차피 시험에 안 나오니까 아이들도 나도, 자유롭게 진정 시를 즐길 수 있었다.

한 줄 감상평도 처음엔 ‘어렵다’ ‘잘 모르겠다’처럼 한 두 단어로 적던 아이들이 이제는 제법 시 속에 감춰진 시대상황도 짐작하고 화자의 심정도 추측해 적거나 시 속 화자에 대해 공감도 하고, 자신을 성찰하고 앞으로의 다짐도 적었다. 한 편의 시가 종합선물세트처럼 아이들을 생각과 감정을 풍성하고 다채롭게 만들어 주었다.

그런데 왜 90% 성공이냐고? 문제는 나다. 시에 흠뻑 빠져 작가의 생애나 시인이 살았던 시대상황, 또 관련된 일화를 들려주거나 아이들과 감상을 주고받다 보면 5분 시 감상이 15분, 25분이 되기 일쑤이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즐거워하는데, 나는 열심히 시 수업을 하고도 두꺼운 교과서를 보고 있자니 마음이 편치 않는 건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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