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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경상시론
[경상시론]폭력최근 세상을 놀라게 한 학교폭력
소년법 폐지등 처벌만이 능사일까
폭력적 삶에서 아이들 구출해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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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9.12  22: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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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상문 위앤장탑내과 원장·내과전문의

최근 여중생 폭력사건으로 많은 사람들이 충격을 받았다. 피해자는 14세 중학교 2학년이었고, 3학년 여학생들로부터 무차별 폭행을 당했다. 벽돌과 소주병, 쇠파이프로 폭행이 있었고, 가해학생들은 그 모습을 사진에 담은 후 피범벅이 된 피해학생을 남겨둔 채 현장을 떠났다. 그날의 모습은 CCTV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왜 이런 끔찍한 범행을 저지른 걸까? 피해학생의 어머니는 현장에 있었던 학생 중 한명에게 전화를 걸어 그 이유를 물어봤다고 한다. 그 아이의 대답은 충격적이었다. “애가 피 흘리니까 피 냄새가 좋다며 더 때리자고 했어요, 맞은 것도 기억 못하게 때리자고, 어차피 이거 살인미수인데 더 때리면 안 되냐면서 애를 계속 밟는 거예요.” 어떻게 이렇게 잔인할 수가…. 성악설을 믿을 수밖에 없는 것일까.

국가의 의미를 새삼 되새기게 한다. 어떤 이는 국가를 자본과 권력을 독점한 자들의 기득권 강화와 유지를 위한 수단이라고 한다. 기득권자만을 떠받드는 지배계급의 도구라는 것이다. 또 영국의 철학자 홉스는 사회계약이 국가의 기원이라고 했다.

만인의 만인에 대한 전쟁상태 또는 만인이 만인에 대해 늑대와 같이 경쟁하는 자연 상태에서 인간의 삶은 고독하고 가혹했다. 원시시대 인간은 혈연으로 맺어진 작은 공동체를 이루고 살면서 다른 공동체와 적대적 경쟁을 벌였다. 사자와 늑대, 하이에나와 다를 바 없었다. 사냥한 짐승을 빼앗기 위해 다른 공동체의 사람을 죽이기도 하고 번식을 위해 여자를 약탈하기도 했다. 언제 어떻게 누구의 손에 죽을 지도 모르는 불안하고 비참한 삶에서 벗어나기 위해 모두가 두려워하고 복종하는 공동의 권력을 세웠다. 국가의 탄생이다. 내가 다른 사람에게 허용하는 만큼의 자유를 나도 누리는데 만족하는 상생(相生)의 길이었다. 내부의 무질서와 범죄, 외부 침략의 위협으로부터 사람들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한 목적이었다.

우리 사회의 학교 폭력에 있어서는 국가가 제 역할을 못하고 있는 것 같다. 필자도 학교에서 싸움 잘하는 순서가 첫째부터 꼴찌까지 정해져 있던 시기에 늘 꼴찌를 면하지 못하고 중고등학교를 다녔다. 별 다른 이유도 없이 화장실에 불려가 몇 대 맞기도 했다. 시간이 지나 졸업하고 다시 만나서는 웃고 정답게 얘기하지만 그 때의 기억은 아들을 초등학교 때부터 태권도 도장에 다니게 하는 계기가 됐다. 다행히 아들은 맞고 다니지는 않는다.

지금 우리는 너무나 많은 폭력 속에 살고 있고, 그 폭력에 의지해 살기까지 한다. 모든 아이들을 성적순으로 줄 세우는 것을 못마땅해 하면서도 너는 앞자리에 서야 한다고 말하는 것도 폭력이다. 앞으로는 태권도가 아닌 쌍절곤이나 표창까지 배워야 할지 모르겠다.

비단 한국만의 문제일까? 교육받지 못하고 가난한 사람들이 몰려 사는 동네의 풍경은 세계 어느 곳이나 마찬가지다. 개인의 문제라기보다는, 또 성장 발달 과정에서 벌어지는 해프닝이라기보다는 참혹한 가난과 꿈의 부재, 완전히 무너진 어른들 때문이다. 소년법 폐지나 개정으로 해결 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어떤 값을 치르더라도 폭력이 폭력인 것을 깨닫고, 깨닫게 하는 것이 학교 폭력에 대한 지속적인 처방이기 때문이다.

엘 시스테마(El Sistema)는 남미 베네수엘라의 빈민층 청소년들을 위한 무상 음악교육 프로그램이다. 정식 명칭은 베네수엘라 국립 청년 및 유소년 오케스트라 시스템 육성재단이다. 1975년 경제학자이자 음악 애호가였던 호세 안토니오 아브레우 박사가 설립했다.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의 빈민가 차고에서 11명의 아이들이 모여 시작했다. 전과 5범의 소년, 악기보다는 총을 쥐는 게 익숙했던 소년도 섞여 있었다. 그렇게 시작한 엘 시스테마는 베네수엘라 전 지역으로 퍼져나갔다. 드높은 범죄율과 마약, 빈곤 속에서 희망을 잃고 살아가는 아이들에게 음악을 가르침으로써 변화시킬 수 있었다. 엘 시스테마가 배출한 음악가들 중에는 세계 클래식 시장의 슈퍼스타 구스타보 두다멜, 최연소로 베를린 필하모닉 단원이 된 더블베이스 연주자 에딕손 루이스 등이 있다.가난의 악순환에서 아이들을 구출한 음악의 힘을 알 수 있다. 또 다른 야만의 시대, 인간에 대한 믿음이 절실하다.

배상문 위앤장탑내과 원장·내과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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