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회·인권단체 개입촉구…中·러시아, 미얀마 정부 지지

▲ 끊이지 않는 난민 행렬.

‘가짜뉴스’ 주장한 아웅산 수치, 유엔총회 참석 계획 철회

국제사회가 37만명의 난민을 유발한 미얀마의 ‘로힝야족 인종청소’에 대한 우려와 분노를 쏟아내는 가운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13일 대책을 논의할 긴급회의를 소집해 그 결과에 관심이 쏠린다.

긴급 회의를 앞두고 인권단체들은 그동안 로힝야족 문제에 둔감했던 안보리에 대한 압박에 나섰지만,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중국과 러시아 등 상임이사국이 미얀마의 입장을 두둔하고 있어 주목된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13일(현지시간) 뉴욕에서 긴급회의를 열어 로힝야족 ‘인종청소’ 문제를 논의한다.

이번 회의는 미얀마 정부군과 이슬람계 소수민족인 로힝야족 반군 ‘아라칸 로힝야 구원군’(ARSA)의 유혈충돌 과정에서 수백 명이 목숨을 잃고 무려 37만 명이 넘는 국경이탈 난민이 발생한 가운데 영국과 스웨덴의 요청으로 소집됐다.

긴급회의를 하루 앞두고 인권단체들은 그동안 안보리가 로힝야족 문제를 소홀히 다뤄왔다고 비판하고, 로힝야족 민간인을 국경 밖으로 몰아내는 미얀마군의 행위를 중단시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 불타는 로힝야족 마을.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의 루이 샤르보노 유엔담당 국장은 “이번 사태는 국제적 평화와 안보 위기 상황”이라며 “미얀마 라카인주의 상황은 충분히 예측 가능했다. 지난해 이미 소규모의 학살과 방화가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더 큰 규모의 인종청소가 자행되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그는 미국 등이 과거 좋은 말만 늘어놓았다면서 “이제 안보리가 공개회의에서 이 문제를 논의하고, 학살 중단과 로힝야족에 대한 인도적 접근 허용, 유엔이 구성한 국제사회의 조사 수용을 요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현재 방글라데시 콕스 바자르 난민촌에 머물고 있는 국제앰네스티의 티란 하싼 국장도 “현지 상황은 그야말로 고통의 바다다. 매일 더 끔찍한 일들이 벌어진다”며 “사람들은 광범위하고 체계적인 학살이라고밖에 표현할 수 없는 상황을 피해 걷고 또 걸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는 미얀마 정부가 주장하는 반군 세력 소탕이 아니라 로힝야족 민간인을 겨냥한 작전”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HRW는 미얀마의 로힝야족 인종청소 근거로 위성사진 분석 결과를 제시하고, “지난달 25일 이후 지난 4일까지 21차례의 방화로 450여 채의 건물이 불타거나 무너졌다. 미얀마에서 로힝야족 인구가 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인권단체의 주장은 미얀마군의 행위를 ‘교과서적인 인종청소’로 규정한 자이드 라드 알 후세인 유엔 인권최고대표(UNOHCHR)의 발언, 이슬람권을 중심으로 한 국제사회의 비판과 함께 안보리의 로힝야족 인종청소 논의에 불을 지피고 있다.

▲ 구호물품 받으려 손 내미는 로힝야족 난민들.

그러나 중국과 러시아 등 거부권을 가진 두 상임이사국이 테러범을 소탕하고 있을 뿐이라는 미얀마 정부의 입장을 두둔하고 있어 이번 안보리 긴급회의에서도 갑론을박이 예상된다.

특히 지난달 말 안보리 비공개회의에서 로힝야족 관련 별도 회의 개최를 거부했던 중국은 안보리 긴급회의를 앞두고 미얀마에 대한 전폭적 지지 입장을 밝혔다.

중국 외교부의 겅솽(耿爽) 대변인은 전날 정례 브리핑에서 “우리는 라카인주의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려는 미얀마의 노력을 지지한다. 국제사회는 국가 발전의 안정성을 지키려는 미얀마를 지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러시아도 이번 문제가 안보리에 정식으로 회부되지 않도록 하는 데 힘을 더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사회의 비난을 한몸에 받는 미얀마도 적극적인 반박에 나섰다.

틴 린 주제네바 미얀마대사는 전날 유엔 회의에서 “반인도적 범죄 또는 인종청소와 같은 표현은 아주 심각한 뜻을 갖고 있다. 이런 표현은 책임 있게 사용되어야 한다”며 “민주국가인 미얀마는 그런 잔혹 행위를 인정하지 않으며 이런 표현 사용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 파키스탄에서 열린 로힝야족 학살 반대 시위.

한편, 로힝야족 사태를 방관해오다가 최근 인종청소 주장을 ‘가짜뉴스’라고 비판한 미얀마의 실권자 아웅산 수치 국가자문역은 12일 뉴욕에서 개막한 제72차 유엔총회 참석 일정을 취소했다.

초 제야 미얀마 외무부 대변인은 “국가자문역에는 집중해야 할 국내 이슈들이 산적해 있다. 따라서 유엔총회 대표단은 헨리 밴 티오 제2 부통령이 이끌고 타웅 툰 국가안보보좌관이 동참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수치 자문역은 애초 대표단을 이끌고 총회에 참석할 예정이었다. 부통령이 미얀마의 입장을 설명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수치 자문역의 유엔총회 불참이 최근 로힝야족 인종청소 논란과 관련해 자신에게 쏟아지는 비난을 의식한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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