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청이 울산시가 요청한 ‘사연댐 수위 조절 협의안 폐기’에 대해 사실상 ‘불가’라는 답변을 보내왔다. 문화재청은 사연댐 수위를 낮춘 것이 암각화 보존에 도움이 됐다고 판단하고 있다. 울산시가 다시 항의의 공문을 보냈지만 받아들여질 것 같지는 않다. 문화재청은 울산시민들에게 일방적 희생을 요구하는 공문을 보낸 것으로 반구대 암각화 보존의 책임을 다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사연댐은 대곡댐과 연계돼 있는 울산시민들의 유일한 식수다. 이 댐의 물이 모자라면 낙동강에서 원수를 사다가 정수를 해서 먹어야 한다. 따라서 이들 댐의 저수율이 떨어지면 울산시민들은 그만큼 낙동강 물을 더 많이 먹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울산시와 문화재청은 암각화 보존을 위한 가변형 임시 물막이 설치를 합의하면서 아울러 임시로 사연댐 수위를 만수위(60m) 보다 훨씬 낮은 48m로 유지하기로 했다. 가변형 임시 물막이는 이미 실패로 돌아갔지만 사연댐 수위는 원상회복을 못한 채 유지되다가 결국 이번 여름 가뭄에 바닥을 드러내고 만 것이다.

논리적으로 보면 애초의 협의가 임시 물막이 설치를 위한 수위 조절이었기 때문에 물막이 설치가 중단되면 사연댐 수위 조절도 중단돼야 한다. 그럼에도 암각화 보존을 위해 울산시가 묵인을 해온 셈이다. 그러나 지난 여름의 가뭄으로 취수를 중단해야 할만큼 문제가 발생하자 울산시는 뒤늦게 원인을 파악한 결과 수위조절 문제가 대두된 것이다. 식수의 전량을 낙동강물로 대체를 해야 하는 상황까지 아무런 대책도 세우지 않고 있었던 울산시의 뒷북행정이 실로 안타깝다.

‘수위조절안 폐기’를 문화재청에 요청하는 것도 넌센스다. 문화재청은 문화재를 보호하는 것이 임무인 기관이다. 사연댐 수위를 낮추는 것이 암각화를 보존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것을 뻔히 아는 문화재청이 수위를 다시 높이라고 할 리가 있겠는가. 댐의 수위를 조절하는 국토부에 협의를 해야 한다. 국토부는 인구가 120만명이나 되는 광역시가 불안하기 그지 없는 낙동강물, 그것도 심각한 녹조가 발생하고 있는 하류에서 취수한 물을 거금을 들여 사먹도록 해놓고 나몰라라 해서는 안 된다. 울산시는 8월말까지 원수대금으로 136억원을 썼다. 지난 11일 100㎜가 넘는 비가 왔음에도 사연댐과 대곡댐의 유효저수율은 7%에 불과해 취수를 할 수가 없는 상황이다. 이같은 상황이 언제까지 지속될 지도 알수가 없다. 울산시는 연말까지 200억원이 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국토부는 울산시민들이 맑은 물을 갈구하며 하늘만 바라보고 있으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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