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재철 기상청장

오늘날 세계는 크고 작은 날씨 변화에 영향을 받고 있다. 과거 폭염, 가뭄, 허리케인 등 기상재해는 가난한 국가의 국민 생존을 크게 위협하였지만, 선진국에서는 일부 지역, 특정 직업군에게만 영향을 주었다. 그러나 최근 진행되고 있는 기후변화(Climate Change)로 인한 과거보다 강해진 기상재해는 과거의 날씨에 대한 기본상식을 크게 변화시키고 있다. 2017년 여름, 스페인, 이탈리아 등 유럽을 강타한 강력한 폭염은 지옥의 왕을 뜻하는 ‘루시퍼(Lucifer)’라 불리며 산불, 가뭄 등을 동반하면서 많은 인명과 재산피해를 남겼다. 또한, 최근 미국을 강타한 허리케인 ‘하비’ ‘어마’는 집중호우와 강풍으로 수많은 인명과 천문학적 재산피해를 남겼다. 기후변화에 따른 기상재해는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지난 2016년 폭염으로 과수작물 피해, 가축 및 해양 양식생물 폐사 등의 피해가 발생했고, 온열질환자도 2125명으로 2015년에 비해 2배가량 증가했다. 이러한 과거보다 점점 강해지는 전 세계적인 이상기상현상의 근본 원인은 기후변화 때문이다. 기후변화는 이제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인류 공동의 적‘이 되었으며 인류가 공동으로 해결해야 하는 문제이다.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온실가스의 감축과 기후변화 적응을 위한 과학정보의 제공이 우선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1988년 세계기상기구(WMO)와 유엔환경계획(UNEP)은 공동으로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Intergover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를 설립하였다. IPCC는 인간이 기후변화에 미치는 영향을 과학적으로 규명하고자 전 세계 연구결과를 종합 분석한 평가보고서를 5~7년마다 발간하여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등 정부간 협상의 객관적 근거를 제공한다. 가장 최근 발간된 IPCC 제5차 평가보고서는 부문별, 지역별 기후변화 위험 전망을 체계적으로 제시하고 기후변화 적응이 이러한 위험을 줄이는데 크게 기여함을 과학적으로 입증하였다. 온실가스를 현재와 같은 추세로 배출해 2100년경 현재보다 두 배 이상 농도가 증가한다면 전 지구 평균기온은 현재 대비 평균 3.7℃(2.6℃~4.8℃) 상승하는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기상청의 분석에 따르면 한반도는 이보다 높은 5.7℃ 상승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강원도 산간 지역을 제외한 남한지역 대부분 지역이 아열대 기후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기상청은 심각해지는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국가 및 지자체 적응대책 수립을 지원하기 위하여 2012년부터 한반도 및 광역지자체 기후변화 전망보고서와 모든 기초지자체에 기후변화 상세 분석 보고서를 제공하였다. 그 외에도 보건, 농업, 산림, 방재 등 기후변화 응용정보를 제공함으로써 각 분야별 기후변화 대응과 적응을 위하여 노력하였다.

또한 우리나라는 2015년부터 IPCC 제6대 의장국(의장 이회성)으로서 제6차 평가보고서 작성을 이끌고 있다. 이 보고서는 파리협정 목표 달성을 위한 이행 점검의 과학적인 정보를 포함하여 2022년에 발간할 예정이다. 또한 IPCC는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서 요청한 1.5℃ 특별보고서를 통해 지구 평균 기온 상승을 1.5℃까지 제한하기 위해 영향, 감축 경로에 대해 다룰 것이다. 신기후체제 협상에 주요한 자료가 될 1.5℃ 특별보고서는 2018년 우리나라에서 개최되는 제48차 IPCC 총회에서 승인될 예정이다. 기상청은 제48차 총회의 성공적 개최를 통해 국제적 기후변화 분야의 선도적 위치에 설 수 있도록 기후변화 전문가 및 관계부처와 협조체계를 더욱 강화할 것이다.

이와 같이 기상청은 기후변화 적응을 위한 기후변화 감시와 예측서비스를 강화하고, 국내 전문가의 IPCC 참여를 확대하며, 기후변화 리스크 및 적응 대응력 강화를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다. 일련의 노력들은 이번 정권의 100대 국정과제 중 ‘신 기후 체제에 대한 견실한 이행체계 구축’과 관련하여 ‘기후변화 능력 제고’의 실천과제로 기상청 주도하에 추진되고 있다. 기후변화 시대를 살아가는 미래 세대를 위해 이러한 정책적 노력과 국민 모두의 실천이 모여 기후변화 시대를 슬기롭게 헤쳐 나가기를 기대해 본다.

남재철 기상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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