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잇단 도발·안보리 제재 직후에 인도지원 추진…美에 사전 통보

 

‘北에 긍정적 신호’ 보내 국면전환 의도 관측도

국제기구를 통해 북한의 모자보건 사업에 800만 달러를 지원하는 방안을 정부가 검토중인 것은 ‘대북 인도적 지원은 정치적 상황과 관계없이 추진한다’는 문재인 정부의 원칙에 따른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북한이 잇따라 탄도미사일을 발사하고 6차 핵실험까지 감행한 상황에서 우리 정부의 대북 인도지원 추진 검토에 상당한 논란도 따를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유엔 안보리에서 북한을 압박하기 위한 대북제재 결의안을 채택한 지 만 이틀밖에 지나지 않은 시점인 14일 정부의 대북지원 검토 방침이 사실상 발표됐다.

정부는 오는 21일 열리는 교류협력추진협의회(교추협)에서 지원 여부가 결정될 예정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교추협 의제로 올라갔다는 것은 이미 관계부처 간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의미여서 이변이 없는 한 그대로 의결될 가능성이 크다.

국제기구를 통한 대북지원은 보수 정부에서도 ‘정치 상황과 관계없이 지속한다’는 원칙 아래 꾸준히 지속해 왔다.

박근혜 정부 때도 이 원칙이 있었지만 2016년 1월 북한이 4차 핵실험을 한 이후 방침이 바뀌었다.

‘지원 규모와 시기 등은 종합적으로 고려해 검토해 나간다’는 단서를 달아 지원을 중단했다.

새 정부도 대북 인도적 지원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기까지 적잖은 고민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이 문재인 정부 들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인 ‘화성-14형’을 발사하는 등 오히려 도발의 강도를 높였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3일 단행된 6차 핵실험으로 대북 여론이 급격히 나빠지면서 정부 일각에서는 ‘아무리 인도적 지원이라도 정치 상황을 무시할 수는 없다’는 기류가 적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고위당국자는 지난 8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대북 인도적 지원과 관련, 국민 여론과 주변국과의 관계 등을 거론하며 “정치·군사적 상황과 관계없이 한다는 원칙을 지키는 게 생각보다 쉽지 않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그러나 여론이 나빠졌다고 원칙을 허물었다가는 일관성 있는 대북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새 정부의 구상이 시작부터 흔들릴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최근 대북 압박에 치중하면서 일각에서 제기되는 ‘박근혜 정부의 대북정책과 다를 바 없다’는 비판도 신경이 쓰였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에서는 북한에 화해협력의 메시지를 전해 국면을 전환하려는 의도도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정부는 미국 등에도 대북 인도지원 방침을 사전에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의 핵·미사일 고도화 의지를 꺾기 위해 압박에 치중하고 있는 국제사회에 잘못된 신호를 주지 않기 위해서다.

통일부 당국자는 “미국도 (오늘 정부의 발표를) 알고 있다”면서 이번 일로 국제사회의 압박 기조를 흐트러트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미국을 비롯한 많은 나라가 지금도 대북 인도적 지원을 하고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유엔 제재도 인도적 문제는 할 수 있게 돼 있어 논란이 될 일은 아니라고 본다”면서 “국제사회도 충분히 이해할 것이며 정부가 국민에게도 잘 설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대북 인도적 지원은 민간 지원→국제기구를 통한 지원→당국 차원의 직접 지원 순으로 점진적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그러나 영유아 등 취약계층이나 감염병 예방을 위한 민간 지원은 북측이 응하지 않으면서 국제기구를 통한 대북지원 사업에 우선 착수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 정부 차원의 직접 지원은 북측과 협의 창구도 마땅하지 않고 국민 여론과 모니터링 문제 등도 걸려있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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