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부신 과학의 발달이 무병장수를 꿈꾸어온 인류의 오랜 소망에 또 하나의 복음을 가져다 주었다. 인간 게놈지도의 초안이 만들어진 것이 지난해 6월이었는데 그로부터1년도 못돼 완전한 지도가 완성됐다. 미국과 영국 등 6개국 과학자들이 12일 공개한 인간 게놈지도는 새로운 유전자 계급 사회의 출현에 대한 공상소설적 우려에도 불구하고 심장병, 암, 당뇨병 등 악성 난치병 치료의 전기를 마련해 준다는 점에서 인류 과학, 의학사의 찬란한 기념비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유전자 지도가 혁명적인 이유는 앞으로 각 유전자의 작용을 알아내 결함을 수정하고 기능을 강화하는 등 다양한 생명공학적 응용을 통해 질병을 치료함으로써 인간수명의 대폭적 연장을 가능하게 해 준다는데 있다. 그러나 유전자 지도는 인류의육체적 건강만을 보장하는 데 끝나는 것이 아니다. 앞으로 인간의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유전자가 규명되면 반사회적 행동을 예방하거나 치료할 수 있는 약품도 만들어진다고 한다. 과학의 발달을 좋은 목적으로 활용하면 인간의 육체적 질병을 추방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사회의 악을 추방하는데도 도움이 된다는 꿈같은 이야기다.  그러나 최근 문제가 된 인간배아 복제 문제나 마찬가지로 게놈지도 역시, 엄청나게밝은 면과 함께 그 어두움의 깊이를 알 수 없는 부정적인 면을 가지고있다. 과학의 진보를 오남용하는 자들은 좋은 유전자들로만 조합된 맞춤 인간을 만들거나 복제 인간을 생산할 가능성도 있다. 끝없는 과학의 진보를 오로지 선한 목적으로만 사용하고 오남용을 방지하기 위한 안전장치를 마련하는 일은 과학 연구보다 더욱 중요한 일이다.  우리나라에는 지난 96년 생명과학연구소에 게놈사업단이 생겼고 지난해부터 본격적인 가동에 들어갔다. 그러나 비록 우리나라가 게놈연구를 주도하는 국가군에 끼지는 못할지라도 이 분야에서의 발전의 가능성은 열려있다. 한국인들의 질병에 초점을 맞추고 유전자 연구에 전력을 다한다면 우리 연구의 독자성과 가치가 확보될 수 있다고 과학자들은 말하고있다. 금년에 제정되는 생명윤리법과 함께 개인 유전자보호법 마련에도 적극적인 태도를 가져야 할 때가 온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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