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제재 발표 이틀만에 지원 언급 논란

 

정부 “정치 상황과 별개”
보수정부에서도 지속해와
北과의 국면전환용 분석도
“대북압박 훼손” 국내외 반발

정부가 국제기구를 통해 영유아와 임산부 등 북한의 취약계층을 돕는 사업에 800만 달러를 지원하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북한이 잇따라 탄도미사일을 발사하고 6차 핵실험까지 감행한 상황에서 우리 정부의 대북 인도지원 추진 검토에 상당한 논란도 따를 것으로 보인다. 특히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북한을 압박하기 위한 대북제재 결의안을 채택한 지 만 이틀밖에 지나지 않은 시점에 정부의 대북지원 검토 방침이 발표돼 야권의 반발을 사고있다.

백태현 통일부 대변인은 14일 “유니세프와 WFP(세계식량계획) 등 유엔 산하 국제기구의 요청에 따라 800만 달러를 지원하는 방안에 대해 21일 예정된 교류협력추진협의회에서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검토중인 방안은 WFP의 아동·임산부 대상 영양강화 식품제공 사업에 450만달러, 유니세프의 아동·임산부 대상 백신 및 필수의약품, 영양실조 치료제 지원 사업에 350만달러 공여 등이다.

정부가 검토중인 것은 ‘대북 인도적 지원은 정치적 상황과 관계없이 추진한다’는 문재인 정부의 원칙에 따른 것으로 볼 수 있다.

시기상 민감한 부분은 있지만 미국 등 여러 나라가 국제기구를 통해 대북 인도지원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유독 우리만 문제삼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국제기구를 통한 대북지원은 보수 정부에서도 ‘정치 상황과 관계없이 지속한다’는 원칙 아래 꾸준히 지속해 왔다.

박근혜 정부 때도 이 원칙이 있었지만 2016년 1월 북한이 4차 핵실험을 한 이후 방침이 바뀌었다. ‘지원 규모와 시기 등은 종합적으로 고려해 검토해 나간다’는 단서를 달아 지원을 중단했다.

새 정부도 대북 인도적 지원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기까지 적잖은 고민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이 문재인 정부 들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인 ‘화성-14형’을 발사하는 등 오히려 도발의 강도를 높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론이 나빠졌다고 원칙을 허물었다가는 일관성 있는 대북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새 정부의 구상이 시작부터 흔들릴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최근 대북 압박에 치중하면서 일각에서 제기되는 ‘박근혜 정부의 대북정책과 다를 바 없다’는 비판도 신경이 쓰였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에서는 북한에 화해협력의 메시지를 전해 국면을 전환하려는 의도도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정부가 이날을 발표 시점으로 택한 것과 관련, 내달 10일 ‘10·4정상선언 10주년’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온다.

정부는 미국과 일본 등에 대북 인도지원 방침을 사전에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의 핵·미사일 고도화 의지를 꺾기 위해 압박에 치중하고 있는 국제사회에 잘못된 신호를 주지 않기 위해서다.

그러나 벌써 일본에서는 마뜩잖게 여기는 목소리가 공개적으로 나오고 있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우리 정부의 대북지원 검토 방침에 “북한에 대한 압력을 훼손하는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이 때문에 북한의 비핵화를 압박하기 위한 국면에서 한미일 간 엇박자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도 일각에선 제기된다. 정부 당국자들은 미국 등 많은 나라가 인도적 지원을 하고 있다는 점도 설명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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