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정부 때부터 지속된 한국거래소 선장을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16일 한국거래소와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정찬우 거래소 이사장이 오는 18일 취임 11개월 만에 사퇴한다.

정 이사장은 2013년 18대 대통령직인수위에서 경제1분과 전문위원으로 활동한 뒤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차관급)을 지냈으며 작년 10월부터 거래소 이사장을 맡아왔다.

사실 공직 직함보다 정 이사장은 박근혜 정부 때 대표적인 친박(친박근혜) 인사로 꼽히면서 금융권 ‘정권 실세’로 불렸다.

그러다 보니 금융위 부위원장 재직 시절 금융권 낙하산 인사 때마다 업계 안팎에선 그의 이름이 거론될 정도로 늘 논란의 중심에 있었다.

정 이사장을 둘러싼 논란은 취임 때만으로 끝나지 않았다. 얼마 안 가 그는 이사장 직위가 흔들릴 정도로 더 큰 구설수에 올랐다.

청와대 인사 민원을 KEB 하나은행 측에 전달했다는 의혹으로 특검에서 참고인으로 조사를 받았고 이로 인해 최근 박근혜 전 대통령과 ‘비선 실세’ 최순실 씨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하기도 했다.

정 이사장은 한 시민단체가 6월 직권남용과 업무방해 등 혐의로 고발해 검찰의 재조사를 받고 있다.

문제는 최근 거래소가 새 이사장을 선임하는 과정에서도 낙하산 문제가 여지없이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다.

거래소 이사후보추천위원회(추천위)는 4일 이사장 지원서 접수를 마감하고 10명 안팎의 후보자들이 낸 서류심사에 착수했다.

그러나 거래소는 서류심사 결과 통보를 하루 앞둔 12일 돌연 “이사후보추천위원회에서 이사장 후보 추가공모를 결정하고 오는 19∼26일 추가 지원서류를 받겠다”고 밝혔다.

거래소 출범 이후 이사장 공모절차가 중단되거나 재공모를 한 사례는 있으나 지원자를 받고서 추가 지원자를 모집한 경우는 없었다.

추가공모 결정 사실이 알려지자 시장 안팎은 ‘윗선’ 개입설이 들끓고 있다. 일각에선 금융권 주요 기관장 인사 과정에서 특정 인맥이 떠오르자 청와대를 비롯한 여권 내부에서 이를 견제하려는 기류가 형성되면서 거래소 이사장 선임 과정에 제동이 걸렸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편으로는 제3의 ‘내정자’가 새로 부상했다는 설까지 나오고 있다.

거래소 노동조합은 성명을 내고 이번 추가 공모(公募)에 대해 특정 낙하산 인사를 위한 ‘추한 공모(共謀)’라고 비판했다.

노조는 성명에서 “위원회는 공정성과 투명성을 높이겠다는 명분과 달리 몇 명이 지원했는지도 밝히지 않은 채 서류심사 결과 발표 하루 전에 추가공모를 발표했다”며 “이는 공모에 응하지 못한 ’유력자‘에게 특혜를 주려 했거나 내정자를 위한 들러리가 필요했다는 의혹을 자초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거래소의 ‘낙하산 논란’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통합거래소 출범을 앞둔 2004년 이사장 공모 때에는 1차 심사를 통과한 후보자 3명이 외압설과 재경부 출신 독식 논란 속에 모두 자진 사퇴하는 바람에 재공모를 거쳐 이영탁 이사장이 선임됐다.

2013년 최경수 이사장 선임 때는 ‘관치’ 논란으로 청와대가 공공기관장 인사를 전면 중단하면서 거래소 이사장 공모도 3개월가량 멈췄다가 재개됐다.

작년 정찬우 이사장 선임 과정에선 지원서류 접수 단계부터 일찌감치 내정설이 돌았다. 이번 이사장 공모에선 먼저 지원서를 제출한 10명 안팎의 내·외부 인사 중 김광수 전 금융정보분석원(FIU) 원장이 유력 후보로 꼽혀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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