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김하기 / 그림 이상열

▲ 그림 이상열

금관가야의 왕 이사품이 대장군 김품지에게 출전명령을 내렸다.

“고구려의 개가 된 내물 마립간을 쳐서 신라 땅을 접수하라!”

“예, 마마.”

김품지는 가야군과 왜의 용병을 거느리고 낙동강을 건너 삽라국으로 쳐들어갔다. 금관가야의 문장인 바람개비 깃발과 왕실의 상징인 상어문 깃발을 낙동강 바람에 드높이 휘날렸다. 왜의 용병들이 왜검을 들고 진격했으나 신라의 최전방 정예군인 삽라군의 저항이 만만히 않았다. 삽라군의 강력한 쇠뇌와 창의 공격으로 왜군들이 짚단처럼 쓰러졌다. 김품지는 살아남은 병사들을 모아 간신히 대열을 갖춰 낙동강을 등에 엎고 배수진을 쳤다.

승기를 잡은 삽라의 기마병들이 가야군을 일거에 낙동강으로 밀어 넣기 위해 파도처럼 밀려왔다. 순간 배후와 좌우에서 가야 철기군과 창기병들이 삽라군의 등과 옆구리를 찌르며 들어왔다. 미리 김품지와 군호를 맞춘 미리미동국 병사와 독로군 병사들이었다. 배수진을 친 가야군들도 좌우로 갈라졌다. 삽라군의 등위를 향해 화살이 빗발치듯 쏟아졌고, 가야의 철기군이 창을 들고 해일처럼 삽라군을 덮쳤다. 삽라군들은 미처 돌아서서 싸울 틈도 없이 그대로 낙동강으로 뛰어들어 물에 휩쓸리고 말았다.

첫 전투에서 삽라국의 병사를 격파하고 대승한 가야의 철기군들은 파죽지세로 신라의 수도 서라벌을 향해 치고 올라갔다.

내물왕은 신라장군 김계림을 다급하게 불렀다.

“계림장군, 이를 어쩌면 좋소? 믿었던 삽라국의 군대가 짚단처럼 무너지고 가야군와 왜군이 턱밑에까지 왔소이다. 400년 사직이 풍전등화에 놓여 있소.”

“마마, 염려하지 마소서. 가야의 이번 전쟁 목적은 우시산국의 달천 철장을 차지하려는데 있습니다. 틀림없이 곰마을을 거쳐 태화강으로 올라올 것입니다. 곰마을에서 태화강으로 올라오는 유일한 관문인 산치고개의 좌우에 우시산국 병사들을 매복시켰다가 적들이 올라와 관문을 넘을 때 포위 공격하여 전멸시키겠습니다.”

내물 마립간은 근심이 가득한 얼굴로 김계림의 두 손을 잡으며 말했다.

“좋은 계책이오. 오로지 계림장군만 믿겠소.”

김계림은 신라 6부에서 차출한 최정예 철기군을 이끌고 우시산국으로 내려와 우시산국 병사와 함께 산치고개 좌우에 병력을 매복시켰다.

김품지 장군은 계림장군이 신라의 최정예군을 이끌고 금성에서 출발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는 신라의 철기군이 산치고개에 도착하기 전에 빨리 관문인 산티고개를 넘고자 부지런히 병사들을 독려해 곰마을까지 진군했다. 곰마을에서 김품지 장군은 정찰병을 보내 산치고개에 매복병이 있는지를 정찰하게 했다.

정찰병이 보고했다.

“우리 군진이 더 빨리 도착했습니다. 산치관문에는 신라병사는 개미새끼 한 마리도 보이지 않습니다. 신라 육부군은 이제야 태화강을 건너고 있답니다.”

 

우리말 어원연구

삽라국: 현재 경남 양산군

미리미동국: 현재 경남 밀양군. 낙동강 이동에서 가야의 지배 하에 있었던 나라.

독로국: 현재 부산 동래구. 낙동강 이동에 미리미동국과 독로국 두 나라가 가야의 지배하에 있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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