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춘봉 사회부 차장

본보와 TBN울산교통방송, 울산시 등이 공동 기획한 ‘안전하게 운전하는 울산 베스트 드라이버를 찾습니다’(이하 베스트 드라이버) 사업이 시행 5개월째에 접어들면서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이 사업은 버스에 장착된 디지털운행기록계(Digital Tacho Graph·이하 DTG)를 분석해 기록이 우수한 버스기사 3명을 매달 선정하고 포상, 안전운행을 장려하기 위해 전국 최초로 기획됐다. 향후 DTG 자료가 누적되면 이를 분석해 과속·난폭운전의 원인을 파악하고 맞춤형 대책도 제시한다.

현장의 반응은 뜨겁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마을버스업계는 시내버스보다 노선 굴곡이 심해 급회전이 많은 불리함을 감안해 달라고 요청했고, 울산 시내버스 8개 업체 가운데 연료저감장치를 부착한 4개 업체는 장치로 인한 불이익을 고려해 달라고 요구했다. 베스트 드라이버 선정을 택시까지 확대해 달라는 요청도 있었다. 베스트 드라이버에 대한 관심과 비례해 급출발, 급가속, 급회전 등을 기록하는 DTG 수치도 점차 개선되고 있다. 베스트 드라이버는 시내버스 안전운전이라는 당초 목표는 물론, 난폭운전 감소로 인한 연비 절감이라는 부수적인 효과도 거두고 있다. 시내버스의 안전을 총괄하고 있는 울산시 역시 축적된 DTG 결과를 바탕으로 시내버스와 관련된 각종 맞춤형 시책을 펼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시가 지나치게 DTG에 집중한 나머지, 다른 정책에 대한 관심이 소홀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지역 시내버스업체 절반이 장착하고 있는 연료저감장치를 전면 확대할 수 있도록 시가 적극 개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시내버스 기사들은 연료저감장치 장착 차량을 운전하면 연료 분사량이 줄어 가속페달을 깊게 밟다 보니 급출발이나 급가속이 늘어난다고 했다. 그러나 최근 3개월 동안 DTG 자료를 분석한 결과 장착 차량의 급가속 건수는 미장착 차량에 비해 오히려 30~40%가량 적었다. 급가속이 적다는 것은 사고 위험이 낮아진다는 의미이며, 연비 개선으로 인한 예산 절감과 배출가스 감소로 인한 환경개선 효과도 있다는 뜻이다.

많은 순기능에도 불구하고 울산시는 연료저감장치 확대에 미온적이다. 민간업체의 경영에 일일이 개입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입장이지만, 매년 수백억원의 보조금을 지급하는 지자체의 입장을 감안하면 앞뒤가 맞지 않다. 연료저감장치 장착에는 따로 예산이 들지 않는다. 버스업계는 장착 회사와 협약을 맺고 무상으로 장치를 단 뒤 이후 얻는 연료절감분에 대해 이익을 나누는 방식으로 사업을 진행한다. 연료저감장치를 장착할 경우 유일하게 손해를 보는 것은 시내버스 기사들이다. 가속이 힘들어 운행시간이 늘어나고, 운전행태에 대해 기계가 끊임없이 감시하고 간섭해 스트레스를 받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선 기사들은 적절한 인센티브만 주어진다면 확대에 반대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시내버스 안전의 핵심은 기사들의 협조다. 그러나 채찍만 가하고 당근을 제공하지 않는다면 한계는 뚜렷하다. 시는 연료저감장치 장착으로 인한 이익의 일부를 기사들이 공유할 수 있도록 업체와 협의해야 한다. 그리고 업체들이 연료저감장치를 적극 활용하도록 이를 보조금 지급과 연계해야 한다. 이를 통해 버스업계의 전반적인 경영 수준을 상향시켜야 한다. 연료저감장치가 적극 활용된다면 가장 큰 혜택을 보는 것은 업계도, 운전기사도, 울산시도 아닌 울산시민이 될 것이다. 별도의 예산이 들지 않으면서 효과는 확실한 연료저감장치가 지역 모든 버스에 장착돼 안전 운전과 예산 절감에 기여할 수 있도록 시의 적극적인 행정을 기대한다.

이춘봉 사회부 차장 bong@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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