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김이수 부결 때 상당한 영향 미쳤다는 당 안팎 평가

▲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18일 오전 국회 본청 당대표실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당내선 이견 속 與에 “실질적 협치” 요구…19일 의총서 격론 일듯

국민의당이 18일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의 임명동의안 처리 문제를 두고 또다시 고심에 빠진 가운데 안철수 대표가 어떤 입장을 취할지가 관심사로 떠올랐다.

국민의당이 찬반 당론을 정하지 않은 채 의원들의 자유투표에 맡기기로 한 상황에서 안 대표의 의중이 표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에서다.

실제로 지난 11일 김이수 전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임명동의안이 부결될 때도 안 대표가 큰 변수로 작용했다는 것이 대체적인 관측이었다.

안 대표는 지난달 27일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로 선출되기가 무섭게 문재인 정부의 인사실패를 강도 높게 비판하면서 김이수 전 후보자 인준안을 호락호락 통과시키지 않을 수 있다는 뉘앙스를 풍겼다.

“국민의당은 협조할 만큼 협조했다. 이제 보다 엄격한 잣대를 꺼내 들고 냉정하게 판단할 때”라며 제3야당으로서 강한 존재감을 보여줘야 한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물론 안 대표는 공식적으로는 김이수 전 후보자에 대해 ‘사법부 독립을 위해 적합한지, 균형감을 가진 후보자인지’를 기준으로 판단하자며 원론적 입장을 피력했지만, 실질적으로는 반대에 방점을 둔 것이라는 관측을 낳았다.

안 대표는 김명수 후보자에 대해서도 “사법부 독립을 지킬 수 있는지를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삼고 판단할 것”이라는 원칙론을 던졌지만, 이 또한 의중을 놓고서는 해석이 엇갈린다.

우선 국민의당이 김이수 전 후보자의 경우와 똑같이 본회의 표결에 임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있다.

벌써 호남에서는 호남 출신인 김이수 전 후보자 부결에 대한 책임이 국민의당에 돌아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상황에서 김명수 후보자까지 사법부 수장 2명이 연이어 낙마한다면 ‘캐스팅보트’인 국민의당이 부담을 감당해야 할 수도 있다.

▲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가 18일 오전 서울 서초구 사법발전재단에 마련된 사무실로 출근하며 엘리베이터에 타고 있다. 여야는 이날 김 후보자의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채택 문제를 놓고 힘겨루기를 이어갈 예정이다.

여권에서 국민의당을 향해 간곡한 설득에 나선 것도 변수가 될 수 있다.

지난 15일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이 인준안 처리를 호소한 데 이어 17일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국회와의 원활한 소통에 노력했지만 부족했던 것 같아 발걸음이 더 무겁다”고 몸을 낮췄다.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의당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지난 15일 광주 일정을 연기했고, 추미애 대표가 이날 ‘땡깡’ 발언에 “심심한 유감을 표한다”며 국민의당의 사과 요구를 수용한 것도 영향을 미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다.

반면 ‘안철수 체제’ 출범 후 선명야당을 강조해온 국민의당이 김명수 인준에 협력할 경우, 이를 두고 보수야당으로부터 ‘민주당 2중대’라는 비판이 나올 수 있다는 점은 다소 신경 쓰이는 대목이다.

일단 국민의당은 김명수 후보자 임명동의안 처리와 관련해 19일 오후 2시 의원총회를 소집하고 당내 의견을 교환할 방침이다.

당내에서는 김명수 후보자의 경우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결정적 하자가 드러나진 않았다는 평가가 있는 만큼 김 후보자 임명 절차에 협조하자는 기류가 감지된다.

하지만 청와대와 여당이 실질적인 협치 움직임을 보이기 전까지는 쉽사리 찬성표를 던지기 어렵다는 신중론도 여전해 의총에서 격론이 예상된다.

한 초선 의원은 “개인적으로는 김명수 후보자에 반대할 이유가 없다. 찬성하려고 한다”면서도 “문 대통령과 추 대표 발언이 있기는 했지만, 당 입장에서는 여권에서 여야정협의체 등을 통해 실질적인 협치의 움직임을 보여주는 것이 관건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 재선 의원은 “김이수 때를 보면, 김동철 원내대표는 인준에 협조해주려고 했지만 안철수 대표가 반대 쪽 아니었나”라며 “지도부 의견을 아직 듣지는 못했지만, 솔직히 통과가 쉽지는 않을 것 같다. 나도 아직 판단을 못 내렸다”며 고민의 일단을 내비쳤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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