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춘생 전 울산시의회 부의장

문재인 대통령이 9월24일 임기가 만료되는 양승태 대법원장의 후임으로 사법연수원 15기의 김명수 춘천지법원장을 지명했다. 국회청문회를 통과하게 될 경우 양승태 현 대법원장보다 13기의 후배가 대법원장으로 선출되는 셈인데 서열로 우열이 가려졌던 법조계의 관행을 고려하면 파격인사에 대한 충격의 여운이 법조계에 종사하고 있는 많은 법조인들에게 많은 실망을 안기지 않을까 생각한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단행되는 정부요직에 대한 인사는 바로 그 정부가 원하고 바라는 정책을 수행하기 위한 목적이지만 기수와 서열을 생명처럼 여기는 검찰 및 사법부에 대한 개혁의지를 암묵적으로 드러낸 것으로 생각된다.

잘못된 사법제도를 법을 집행하는 검경과 사법부에 대책을 마련하라고 하는 것은 고양이에게 생선 가계를 맡기는 행위나 다름없는 무모한 짓이며 성과를 기대할 수가 없다. 왜냐하면 검사와 판사들이 퇴직할 경우 절대다수가 반드시 변호사개업을 하기 때문에 검경 및 법관들, 변호사들이 누릴 수 있는 권익을 포기할 까닭이 없기 때문이며 법조계의 가장 큰 병폐인 전관예우 및 잘못된 판결로 인해 국가가 대신 지불한 형사보상금이나 민사사건에 대한 오심으로 인한 피해금액을 잘못된 판결을 내린 법관에게 배상을 청구하는 법을 제정하는데 앞장 설 까닭이 없기 때문이다. 법의 본질과 존재 목적은 사회 질서를 유지하고 개인의 권리를 보장해야 하며 지위나 신분여하에 관계없이 공평하고 공정하게 다루어야 하는데 현재 법의 집행은 공정성이 결여돼 있다.

예를 들면 민형사 사건에 대한 원고와 피고와의 주장중 한 쪽의 주장은 거짓이고 다른 한쪽의 주장은 진실이다. 그런데 판사가 진실을 가리길 외면한 채 가짜에게 유리한 판결을 하여도 이를 바로 잡을 수 있는 방법이 없다. 현재 우리나라는 형식상 3심 제도를 채택하고 있기 때문에 1심에서 패하면 항소를 하고 항소심에서 패하면 상고를 하면 된다고 반박할지 모르지만 1심에서 패한 사건이 2심에서 뒤집어질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다. 왜냐하면 1심을 판결한 당사자가 동료자 선배이기 때문에 1심과 상반되는 판결을 하게 될 경우 껄꺼로운 관계가 형성되기 때문에 진실에 부합되는 정당한 판결을 내리는 게 쉽지 않은 실정이며 상고심은 법률심이기 때문에 기각사유도 모른 채 재판이 끝나는 게 현재의 재판구조다. 그리고 법조계의 불법관행인 상명하복이란 하위직급자는 상급자의 지시에 따른다는 것인데 전임자의 부당한 판결을 하급자가 바로 잡을 수 없다면 사실상 재판은 단심제나 마찬가지다. 상명하복은 법의 사유화를 의미하는 것으로 전권을 행사하는 전제국가나 독재국가에서나 가능한 초법적인 법률 행위다.

따라서 사법개혁의 초점은 공정한 법의 집행과 공평한 판결이 이루어지도록 하는 일이자 개인이 부당한 법의 조치를 받지 않도록 하는 것이 사법개혁의 시금석으로 삼아야 하며 전관예우를 비롯한 법조계의 잘못된 오랜 관행들을 과감하게 정리할 수 있는 잘못된 법적용 실태를 올바르게 바로잡기를 외면한 채 단순히 선배기수를 외면하고 하급기수를 발탁하는 행위 자체가 사법개혁의 성공과 직결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할 것이다. 또한 공정한 법의 집행으로 억울한 희생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일이 사법부가 마땅히 해야 할 책무며 유전무죄와 무전유죄로 점철된 사법부에 대한 우리사회의 불신도 사법부가 자초한 것이라는 사실을 깊이 새기고 반성해야 할것이다.

김춘생 전 울산시의회 부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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