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혐의 상당부분 소명…도망·증거인멸 우려” 영장 발부

▲ 이명박 정부 시절 민간인을 동원한 국가정보원 '댓글 부대'를 운영한 혐의를 받는 민병주 전 국정원 심리전단장이 18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외곽팀장·‘활동비 꿀꺽’ 심리전단 전 직원 구속영장은 기각

이명박 정부 시절 온라인 여론조작을 위해 민간인을 동원해 ‘댓글 부대’를 운영한 혐의를 받는 민병주 전 국가정보원 심리전단장이 검찰에 구속됐다.

사건의 핵심 고리 중 하나인 민 전 단장이 구속돼 원세훈 전 원장을 포함한 ‘윗선’을 향한 수사가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국정원의 대선개입 의혹을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 전담 수사팀은 19일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국고손실, 위증 등 혐의로 민 전 단장을 구속했다.

서울중앙지법 오민석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전날 민씨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한 뒤 “상당 부분 범죄혐의가 소명되고 도망 및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어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이 인정된다”고 영장 발부 사유를 밝혔다.

제18대 대선 당시 심리전단 직원을 동원해 여론을 조작한 혐의로 2013년 검찰 수사에서 구속을 면했던 민 전 단장은 민간인 외곽팀 운영 혐의가 드러나면서 4년 만에 구속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그는 앞선 사건에서는 지난달 30일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민 전 단장은 원 전 원장 시절인 2010∼2012년 외곽팀을 운영하면서 불법 선거운동과 정치관여 활동을 하도록 하고 수십억원의 활동비를 지급해 국가 예산을 횡령한 혐의를 받는다.

2013년 원 전 원장의 공직선거법 등 위반 사건 재판에서 증인으로 출석해 사이버 외곽팀 운영 및 활동이 없었던 것처럼 허위로 증언한 혐의도 있다.

민 전 단장은 검찰 조사에서 외곽팀 운영 혐의를 대체로 시인했으나, 영장심사에서는 “문제가 되는 정치적 중립을 위반한 글 등이 쓰여진 것은 몰랐다”는 취지로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국정원 심리전단 사이버팀 직원들이 민간인 외곽팀장에게 성과보수를 지급하고 관리하면서 2012년 대선을 앞두고 온라인 여론조작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과정에서 심리전단 책임자로 외곽팀 운영을 총괄한 민 전 단장이 원세훈 전 국정원장 등에 직·간접적으로 활동 내용을 보고하고 지시를 받은 게 아닌지 검찰은 의심한다.

검찰은 ‘윗선’과의 공모관계를 추적하며 원 전 원장 등으로 수사를 확대할 전망이다.

당시 청와대 등으로 수사가 더 뻗어 나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법원은 함께 영장이 청구된 전 국정원 직원과 외곽팀장의 구속영장은 모두 기각했다.

오 부장판사는 가짜 외곽팀 활동실적으로 활동비를 가로챈 혐의(사문서위조 행사·사기)로 청구된 심리전단 전 직원 문모씨와 관련해 “피의자가 범행을 인정하며 구속영장 청구 이후 피해 금액을 전액 공탁한 점 등에 비추어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기각 사유를 설명했다.

온라인에서 불법 선거운동과 정치관여활동을 한 혐의(선거법·국정원법 위반)를 받는 사이버 외곽팀 팀장 송모씨에 대해선 “공무원 범죄인 이 사건 범행에서 피의자가 차지하는 지위와 역할, 수사 진행 경과 등에 비추어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오 부장판사는 외곽팀장으로 활동한 전직 국정원 퇴직자 모임 양지회의 전·현 간부 2명의 구속영장도 기각한 바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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