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 울주군민들의 나들목인 언양시외버스터미널이 폐쇄된다는 현수막이 나붙었다. 터미널 운영사업자인 가현산업개발이 내건 것이다. 가현은 새 터미널 이전을 추진하던 중 기존 터미널 준공 미허가로 인해 이전허가를 얻지 못하자(본보 8월7일자 보도) 이같은 일방적 조치에 들어갔다. 터미널 폐쇄에 따른 불이익이 계속 운영으로 인한 적자 보다 적기 때문에 폐쇄 쪽을 선택한 것이다. 관련규정은 무단폐업 시 벌금 1000만원에 2년간 터미널 관련 신규사업이 제한된다. 가현측에 따르면 터미널 운영에 따른 적자는 월 4000만원에 이른다.

현수막을 본 주민들은 몹시 당황하고 있다. 새 터미널이 마련되지도 않았는데 폐쇄부터 한다니, 버스를 어디에서 타야 하는 건지. 주민들은 사태파악조차 못하는 상황이다. 언양시외버스터미널 이용자는 하루 1500~2000여명에 이른다. 막무가내로 터미널 폐쇄를 알리는 것은 28년간이나 터미널 운영을 해온 사업자의 도리가 아니다. 이대로 터미널이 폐쇄되면 언양시외버스를 이용해오던 주민들은 차편으로 20~30여분 거리에 있는 무거동 신복로터리까지 나와야 한다. 주민을 볼모로 잇속만 챙기려는 사업자는 말할 것도 없고 아무런 대책도 없이 지켜만 보고 있는 울산시도 비판을 면키 어렵다.

가현산업개발이 버스터미널 운영사업자가 된 것은 1989년이다. 지난 28년간 준공허가를 받지 못한 이유는 자동차정류장으로 도시계획시설 결정을 받은 부지 가운데 26.4%를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터미널 주변의 도심화로 인해 일반인들이 소유하고 있는 부지 매입이 점점 더 어려워지면서 아예 미준공상태로 버틴 셈이다. 가현측은 최근 터미널 주변이 복잡해진데다 재정적으로 점점 더 어려워지자 외곽지역에 땅을 마련하고 이전을 계획했다. 그런데 준공이 안된 버스터미널의 이전허가는 불가능하다는 규정상의 문제가 제기되면서 울산시는 이전허가를 반려했다.

이에 가현측은 지난 18일 울산시에 “경영상의 어려움으로 10월1일부터 터미널을 폐쇄한다”고 통보했다. 이용률이 급증하는 추석을 코앞에 앞둔 시점이다. 그 피해가 고스란히 주민들에게 돌아가게 됐다. 울산시·울주군이 불법을 묵인하고 이전허가를 해줄 수는 없는 노릇이지만 해법 찾기에 나서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다. 특히 추석에는 특단의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 빠른 시일에 해법을 찾기 어렵다면 임시정류장을 마련하는 등의 대책을 세워 주민들에게 불이익이 돌아가는 일은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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