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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CEO칼럼
[CEO칼럼]적벽대전, 초연결사회의 위험을 경고하다예상밖 동남풍에 승패 갈린 적벽대전처럼
미래사회 대변혁 주도할 4차산업혁명도
부작용 다방면서 인지하고 미리 대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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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9.19  17:5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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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재현 국립재난안전연구원 원장

적벽대전은 중국 삼국시대, 조조가 이끄는 100만 대군에 맞서 손권과 유비의 10만 연합군이 양자강에서 벌인 전투다. 이 전투에서 조조는 주력부대인 보병의 강점을 살리기 위해 배와 배를 강철 쇠사슬로 연결하는 연환계를 펼친다. 사실 조조는 연환계에 맞설 수 있는 화공(火攻)의 위험성을 잘 알고 있었으나 계절적 특성상 자기 진영으로 향하는 동남풍이 불어 올 가능성은 거의 없기 때문에 화공은 큰 위협이 아니라고 최종적으로 판단한 것이다. 그러나 실제 전투에서 동남풍이 불게 되고 손권과 유비 연합군의 장수인 황개는 거짓으로 투항하는채 하며 조조군의 진영에 침투, 화공을 펼치게 된다. 병사는 물론이고 말까지 달릴 수 있도록 견고하게 연결된 모든 배들은 동남풍을 타고 순식간에 번지는 화염 속에 속수무책으로 타들어 간다. 결국 수전에 약한 병사들을 위한 연환계는 편리와 승리의 계책이 아닌 패배의 멍에를 져야 했다.

4차 산업혁명으로 대변되는 오늘날 과학기술의 비약적인 발전은 사람과 사람, 사람과 사물, 사물과 사물간의 시·공간을 유비쿼터스적으로 연결하고 있다. 이를 가리켜 ‘초연결사회’라고 한다. 방대한 양의 정보와 지식을 공유하고 소통할 수 있으며, 새로운 가치와 혁신이 가능하고, 수많은 사업적 기회가 창출돼 빈부의 격차 해소나 효율적 자원 운용 등 사회현안 문제에 보다 능동적으로 대처,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한편으로 초연결사회가 또 다른 적벽대전의 연환계를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의문이 든다.

4차 산업혁명은 초연결사회로 대변되는 사물인터넷, 클라우드 등 전자 통신기술 이외에도 다양한 분야에서 매우 빠른 속도로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제조업의 판도를 흔들 수 있는 3D 프린트 기술, 새로운 생명체를 만들 수도 있는 합성생물학, 인간의 노동력을 대신하거나 인간의 기능을 강화할 수 있는 로봇기술과 자율주행 자동차, 인간보다 똑똑해지는 인공지능, 영원한 생명을 꿈꾸는 유전자 기술 등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4차 산업혁명 기술이 가져 올 풍요와 편리의 이면에는 각종 위험이 내재돼 있고, 어느 곳에서 어떠한 위험이 언제 어떻게 발생할지 모르는 불확실성은 전통적인 산업시대의 사고에 비하면 훨씬 커지고 있으며, 그 결과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실제로 영화 터미네이터와 같은 기계가 인간을 지배하는 세상에 대비해야 할 수도 있다. 로봇과 인간의 경계를 초월한 트랜스휴먼의 등장, 노동시장을 지배한 로봇이 초래한 대량 실업과 인간의 존엄과 가치 하락, 인공지능의 윤리 문제뿐만 아니라 산업혁명 초기에 전혀 예상치 못했던 환경오염과 같은 수많은 도전들에 직면할지도 모른다.

흔히 서구사회에 비해 아주 짧은 기간 내에 산업화를 이루었다는 의미에서 우리나라의 근대화를 ‘압축적 근대화’라고 말하곤 한다. 이면에는 ‘안전’보다 속도와 경제논리, 미래보다는 현재의 가치를 우선시 하는 사회로의 부정적인 진화 부분을 특히 강조한 의도가 포함돼 있다. 실제로 안전을 우선순위에서 멀리 한 압축적 근대화의 부정적 결과를 증명하기라도 하듯 구포 열차탈선 사고를 필두로 아시아나 항공기 추락사고, 충주 유람선 화재사고, 대구 지하철 폭발사고, 위도 페리호 침몰사고 등 1990년대 후반 각종 대형사고가 빈발했다.

이제 미래사회의 큰 변혁의 물결을 주도할 4차 산업혁명은 우리가 이루었던 ‘압축적 근대화’보다 더 빠른 속도로 사회의 거의 모든 분야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미래의 속도를 따라잡기 위해 기술적인 측면과 경제적인 측면만을 고려한다면 예상치 못한 부분에서 예기치 못한 화염이 동남풍을 타고 전국 아니 전세계로 초연결된 사회의 연환계를 불 태워 버릴지도 모른다. 4차 산업혁명의 시작 단계인 현 시점에서부터 그 부작용을 사전에 인지하고 대비하지 않는다면 ‘압축적 근대화’의 부정적인 결과보다 더 참담한 결과를 우리의 다음 세대에게 겪게 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사실을 경험으로부터 배워야 할 때이다.

심재현 국립재난안전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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