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승왕 반천초등학교 교사

“안…녕하세요?” “안녕, 공부하러 가니?” “네, 재미있어요.”

얼마 전까지 한국말을 잘하지 못해서 시선을 피하던 친구가 어느 날 복도를 지나가다 반갑게 인사를 했다. 외국에서 온 학생이라 다른 친구들과 피부색도 다르고 사용하는 언어도 달라서 학교생활이 무척이나 낯설고 어색했을 텐데 밝게 인사하는 모습을 보니 기분이 좋았다.

그런데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이 학생과 같이 한국어 교육 대상자인 중도입국 또는 외국인 학생들을 만나게 되면 학교에서는 많은 고민을 하게 되었다. 이 학생들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어떻게 생활하고 공부하도록 지도해야 하는지 그리고 수업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생기는 것이었다. 그 뿐만 아니라 한국 문화에 익숙하지 않아서 학교생활에 잘 적응할 수 있는지 꾸준히 적응을 위한 관심이 필요했다.

어느새, 교육 현장에서 다문화라는 말은 더 이상 낯설지 않다. 2000년대 이후 학업을 위한 유학생, 국제결혼 이주 여성, 외국인 근로자 등 다양한 원인으로 인해 국내에 유입되는 인구가 지속적으로 증가했고, 이들의 자녀가 학교에 입학하면서 학교생활 전반에 다양한 변화가 나타났다. 모국어를 중심으로 이루어지던 학교 교육이 제2 언어 또는 외국어로서 한국어를 접하게 되는 학습자들을 고려하게 됐고, 서로 다른 문화를 이해하기 위한 다문화 이해 교육도 필요하게 됐다. 이러한 교육적 수요의 증가로 인해 다문화 배경 학습자와 학교에 대한 국가 차원의 정책적 지원 방안이 마련됐고 2012년 한국어 교육과정 고시와 함께 지역별, 학교별 상황에 따라 적용되고 있다.

이런 지원 덕분인지 중도입국 또는 외국인 학생들이 한국어를 좀 더 쉽고 빠르게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다. 전학 또는 편입학에 대한 문의가 오면 교육청 다문화교육지원센터에 전화를 해서 학적에 대한 문제뿐만 아니라 관련 기관에 대한 정보 등 다양한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또한 학교의 희망에 따라 한국어 교육에 대한 컨설팅도 받을 수 있어 많은 고민을 덜게 되었다.

사회문화적 변화와 함께 교실에도 많은 변화가 나타났다. 피부색이 다른 친구들과 어울려 공부하는 모습이 더 이상 어색하지 않다. 그럼에도 여전히 “너 다문화니?” “선생님, 이 친구는 어디 다문화예요?”라는 말이 교실에서 들릴 때가 있다. ‘다문화(多文化)’란 여러 민족이나 문화가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현상을 이르는 말로 단순히 낯선 외국인이나 외국 문화를 가리키는 말이 아니다. 따라서 ‘너, 다문화니?’라는 말은 알맞지 않다. 또한 낯선 친구들의 문화가 궁금해서인지 과도하게 관심을 가지고 이것저것 물어본다거나 우리나라보다 ‘좋다’ 혹은 ‘나쁘다’로 판단하는 것은 옳지 않다. 문화라는 것은 그 사회에 소속된 구성원들이 오랫동안 이루어놓은 물질적·정신적 소득으로서 각각 그들만의 존엄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 따라서 서로의 문화를 존중하는 태도를 가져야 하고 우리의 문화도 이런 태도를 통해 존중 받을 수 있다. 피부색이 다른 친구들을 만날 때 마다, 혹시나 마음 한 곳 어딘가에 조그만 편견이 남아있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스스로에게 물어보게 된다.

이승왕 반천초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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