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정민 울산문화재단 기획경영팀 대리

전국적으로 개최되는 축제는 매년 2500여 개에 이른다. 어림잡아도 하루에 8개씩 열리는 셈이니 마음만 먹으면 전국 어디서든 매일 축제를 즐길 수 있다. 이렇게 많고 다양한 축제의 홍수 속에서 우리는 어떻게 축제를 즐겨야 할까? 이 문제에 답하기 위해선 축제를 통해 우리가 누릴 수 있는 효과에 대해 알아볼 필요가 있다.

19세기 말 프랑스를 위시한 유럽 전역에는 자포니즘(19세기 중반~20세기 초 일본 미술이 서양 미술에 미친 영향)이 성행하고, 새로운 예술세계를 추구하는 예술가들이 쏟아져 나왔다. 파리에서 열린 만국박람회의 영향이 매우 컸다. 클로드 드뷔시는 동양 문화에 심취, 작품에 반영해 자신만의 독특한 예술세계를 형성하였고, 모리스 라벨은 러시아 음악에 큰 영향을 받았다. 이외에도 클로드 모네, 에드가 드가 등 수많은 화가들 또한 크고 작은 영감을 얻었다. 이처럼 축제는 새로운 문화를 편견과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고 경험하는 가장 쉬운 방법이며, 예술가들에게도 수많은 영감의 원천을 제공한다. 새로운 문화에 대한 경험을 원한다면 타지 또는 지역에서 하는 전국 규모 이상의 축제에 방문하는 것을 추천한다.

또한 축제는 지역의 고유한 정서 또는 정체성을 구성원 간 공유할 수 있는 더없이 좋은 기회를 제공한다. 이러한 이점을 살리고자 수많은 지자체에서는 축제를 통해 지역 고유의 문화를 복원, 발굴하려는 노력을 계속하고 있으며, 그 결과 구성원 간 응집력을 높이는 구심점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지역마다 존재하는 전통문화축제가 그것으로 우리 울산에는 처용문화제, 마두희축제, 쇠부리축제, 옹기축제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예술 축제는 때때로 창작의 계기를 제공하기도 한다. 전통예술축제의 경우 전통 유산을 바탕으로 하며 대부분 기록으로 전해진다. 전통음악의 경우 음계가 기록돼 있기도 하나 연주법, 발성 등은 상상에 의존해야 하고 상당수는 음계조차 없어 오롯이 창의력을 동원해야 한다. 일례로 판소리의 원형이라 하나 맥이 끊겨 버린 중고제 축제를 들 수 있겠고, 설화를 바탕으로 한 처용문화제 또한 마찬가지라 할 수 있다. 또한 비슷한 레퍼토리를 반복해야 하는 음악축제의 경우 연출과 창작의 영향을 더 크게 받는다. 대표적인 예로 이탈리아 아레나 디 베로나 오페라 축제는 베로나 원형극장에서 무대연출을 극대화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처럼 예술축제는 상상력을 통한 창작의 극치를 경험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잘 만든, 그리고 훌륭한 축제는 지역민들에게 상당한 외부편익을 가져온다. 브라질 사람들은 굳이 카니발 축제에 참여하지 않더라도 열정적인 민족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있고, 잘츠부르크의 시민들은 잘츠부르크축제에 참여하지 않더라도 모차르트와 클래식 음악에 대해선 그 누구보다 진지하다. 이와 같이 축제는 그 지역민들에게 자부심이자 문화시민으로서 성장할 수 있는 큰 계기를 마련해준다.

위의 내용 외에도 축제를 통해 누릴 수 있는 것들은 많다. 그리고 이제는 우리 울산 시민들도 그 혜택을 더 누릴 자격이 있다. 이를 위해 울산시와 재단은 앞으로 더욱 노력해야 할 것이며, 울산 시민 모두가 축제를 통해 호모 루덴스(놀이하는 인간)가 되길 기원해본다.

서정민 울산문화재단 기획경영팀 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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