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김하기 / 그림 이상열

▲ 그림 이상열

계림장군의 철맥궁은 가문의 숨결과 기상이 서려 있는 활이었다. 계림장군은 철맥궁에 쇠냇대를 장착해 활시위를 힘껏 당겨 쏘았다.

“가문의 원수! 죽어랏!”

쉬잉. 시위를 떠난 화살은 날카로운 파공성을 내며 계림장군의 쇠비늘 갑옷을 뚫고 심장을 관통해 등 뒤로 빠져나왔다. 김품지는 말 위에서 붉은 동백꽃잎처럼 툭 떨어졌다. 적장이 쓰러지자 신라군이 만세를 부르며 기세를 올렸다. 신라군들은 산치재에 가야군을 몰아넣고 활과 창과 칼로 섬멸했다. 일부 살아난 가야군들은 산과 계곡으로 뿔뿔이 흩어져 패잔병이 되었다.

신라군들은 깃발과 무기를 흔들며 승리의 기쁨을 만끽했다.

“계림장군 만세!”

“신라만세!”

월풍이 계림장군에게 말했다.

“장군, 쇠뿔도 단 김에 빼라고 이대로 낙동강까지 밀어붙입시다. 잃었던 삽라 땅을 되찾아야지 않겠습니까?”

“전략가는 지지를 알아야 하네. 삽라 땅에는 이미 가야군이 또아리 틀고 방어벽을 치고 있을 터, 우리 지친 병력으로 쳐내기 힘들 것이다. 일단 곰마을까지 내려가서 숨고르기를 좀 하자구. 병사들도 쉬어야 하고.”

“알겠습니다.”

신라군들이 개선의 노래를 부르며 산치재를 내려가는데 영마루에서 병사 하나가 급하게 달려 내려왔다. 서라벌에서 온 전령이었다.

전령은 계림장군에게 읍하고 숨을 할딱이며 말했다.

“큰일 났습니다.”

“무슨 큰일이 났다는 게냐?”

“서라벌이 적군에 점령되고 왕은 포로가 되셨습니다.”

“뭣이? 우리 대왕께서 적의 포로가 되셨다고?”

“그렇습니다.”

적은 동해안 동해구에 상륙해 동악을 넘어 서라벌로 쳐들어와 왕을 사로잡았던 것이다.

“여기로 오는 길에 적들이 배를 타고 태화강으로 들어와 달천 철장을 점령한 것도 보았습니다.”

“달천까지 적들이 점령했다? 그럼, 우리의 배후지는 모두 적들의 땅이 된 게 아닌가?”

“그렇습니다.”

적들은 애당초 세 갈래 길로 신라를 전면 공격했다. 낙동강 삽라 방면, 동해 태화강 방면, 동해 동해구 방면이었다. 낙동강 삽라 전선에서 계림장군이 승리한 것을 제외하고 모든 전선에서 신라군은 무참하게 무너진 것이었다.

전령이 계림장군에게 말했다.

“계림장군은 속히 서라벌로 돌아와 왕을 구하라는 왕명을 받고 허위단심 달려왔습니다.”

 

우리말 어원연구

지지: 知止. 멈추는 것을 아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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