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파리 조르주 퐁피두 센터

▲ 프랑스 파리 조르주 퐁피두센터와 광장. 철제구조의 복합한 디자인이 시선을 끈다. 세계 최고 반열의 현대미술 컬렉션은 물론 도서관, 디자인센터, 음악연구소, 문화예술교육의 장이 함께 운영된다. 루브르박물관과 오르세미술관과 함께 파리에서 꼭 방문해야 할 미술관이다.

배관설비·에스컬레이터 등 외부 배치 디자인
기계적 이미지에 미래의 공장 연상되는 건물
1970년대 풍미한 포스트모더니즘 건축의 대표
퐁피두센터 4~5층의 국립근대미술관 큰 인기
세계 각국의 명작 소장, 세계 최대 수준 자랑
최상층 전망대…센터밖 광장엔 조각분수공원

#레오나르도 다 빈치, 세잔, 아니면 피카소? 서양미술 역사상 가장 위대한 작가를 손꼽으라면 누구를 지목할까. 모두 정답일 수 있다. 하지만 적어도 20세기 이후, 그러니까 우리가 현대미술이라고 일컫는 시대에 가장 중요한 작가 중 한 사람이 마르셀 뒤샹이다. 작품 ‘샘’(제작연도 1917·1964년)은 그가 발표한 기상천외한 작품 가운데서도 가장 유명한 작품이다. 바로 남자 화장실의 소변기다. 이걸 두고 과연 미술(혹은 예술)이라 할 수 있을까. 결로부터 말하자면 정답은 ‘그렇다’다. 세상은 이미 오래전 이를 현대미술사에 큰 획을 그은 중요한 예술작품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보이지않는 잠자는 여인 말 사자’(1930년)는 초현실주의 화가 살바도르 달리의 작품이다. 스스로를 천재라고 말하며 자신이 태아였던 시절, 엄마의 자궁 속을 작품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한세기를 풍미한 그의 무덤이 사후 28년만인 지난 7월 파헤쳐졌다. 1989년 사망한 달리의 시신은 그의 고향인 스페인 북부 피게레스에 있는 한 극장 지하실에 묻혔는데 관 뚜껑이 다시 열린 것이다. 자신이 달리의 딸이라며 친자확인 소송을 제기한 한 60대 여성의 주장 때문이었다. 달리의 시신에서 DNA를 채취할 필요가 있다고 결정했지만 검사 결과 여인의 주장은 거짓으로 판명됐다.

#피카소의 영원한 맞수, 색채의 마술사로 불리는 앙리 마티스. 그는 한때 주변 실내공간을 다수의 작품으로 남겼는데, ‘붉은색 실내’(1948년)는 시리즈의 마지막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유화물감으로 그려진 그림의 무대는 마티스의 실제 아틀리에다. 그림 속 벽면 오른쪽에 걸린 액자를 보면 알 수 있다. 소설 속 또 다른 소설이 등장하는 액자소설처럼 그림 속앤 또 다른 그림이 등장한다. 둥근 테이블과 모피 양탄자도 이를 증명한다. 화면 정중앙을 차지한 의자는 화려한 색채감각과 평면성을 중시한 아틀리에의 주인, 마티스 본인의 분신이라는 해설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 퐁피두센터의 1층 로비.

서양 현대미술의 전성기를 연 이들 작가와 작품들은 공통점이 있다. 모두 프랑스 파리의 3대 미술관 중 하나인 조르주 퐁피두 센터의 소장품이다. 지난 5회차(본보 2017년 7월20일자 9면 보도)에 소개한 파리 루브르박물관과 오르세미술관이 각각 고대미술(유물)과 19세기 전후의 근대미술을 대표로 한다면, 이 곳은 유럽 최고의 현대미술 복합공간이라 할 수 있다. 파리 문화예술의 수준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곳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식 명칭은 ‘조르주 퐁피두 국립 예술문화 센터’이다.

 

퐁피두 센터는 컬러풀 한 건물 철골을 그대로 드러낸 외벽과 유리면으로 구성된 파격적인 외관으로 마감됐다. 어디에서 보더라도 시선을 끈다. 오래 된 거리에 갑자기 나타나는 건물의 모습은 매우 엉뚱하고 유쾌하기까지 하다. 건물 앞 광장은 오후만 되면 그늘이 진다. 한여름 더위를 피해 아픈 다리를 쉬어가는 관광객들이 그 곳에 털썩 주저앉아 샌드위치나 커피를 마시는 모습이 자연스럽다. 간혹 젊은 예술가들의 퍼포먼스도 이뤄진다.

루브르가 기존의 궁전을, 오르세가 기차역을 개조한 것과 달리 퐁피두 센터는 1970년대를 풍미한 포스트모더니즘 건축의 대표적 사례다. 기계적인 이미지가 너무 강하고, 공상과학 영화에 나오는 미래의 공장건물 같기도 하다. 어떤 이는 외벽의 복잡한 철제 라인 때문에 보수 공사가 진행되는 줄 착각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 파격적인 건축물이 지금으로부터 무려 40년 전인 1977년 완성된 걸 알게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시대를 앞서 간 건축가의 아이디어에 먼저 탄복하고, 이같은 초현대식 건축물을 선뜻 수용한, 프랑스 파리의 문화적 감성과 개방적 수용 능력에 한번 더 놀라게 된다.

 

이 곳에 미술관을 포함한 복합문화시설을 짓기로 결정한 건 1969년 당시 프랑스의 대통령 조르주 퐁피두였다. 파리 중심지 재개발사업의 일환으로 시작된 사업은 건축설계공모전으로 이어졌다. 설계 디자인은 49개국에서 681점이 출품된 국제 설계 공모전에서 최종 당선된 이탈리아의 건축가 피아노와 영국의 로저스를 중심으로 한 외국인들이 맡았다. 퐁피두 센터는 너비 166m, 폭 60m, 높이 42m 규모로 각 층의 면적이 7500㎡나 된다. 도심 속 비좁은 부지의 미술관이 이렇게 넓은 것은 배관설비와 에스컬레이터, 일레베이터가 모두 바깥으로 나와 있기 때문이다. 거대한 강철 트러스와 유리의 차가운 느낌, 복잡한 배관설비를 단순하고 강렬한 원색으로 통일감있게 칠하는 방식으로 마무리됐다.

퐁피두 센터는 지상 7층, 지하 1층으로 이루어져 있다.

관람객이 가장 많이 찾는 곳은 센터 건물 4~5층에 자리한 국립 근대 미술관이다. 이 곳의 미술품은 20세기 이후의 미술작품이 대부분이다. 그 방면에선 세계 최대 수준을 자랑한다. 전시 작품은 약 1400점에 이른다. 프랑스 미술가뿐 아니라 세계 각국의 미술가들 손끝에서 탄생한 명작들도 많이 갖추고 있다. 회화, 조각, 사진, 영화, 뉴미디어, 건축, 디자인 등 장르도 다양하다.

전시 내용은 연대별로 크게 2부로 나뉜다. 5층에서는 ‘근대 컬렉션(1905~1960)’ 약 900점을 공개하고 있다. 마티스, 피카소, 칸딘스키, 레제, 미로, 자코메티 등 유명 미술가의 대작이 한 곳에 전부 모여 있다. 파리를 방문했다면 빠지지않고 꼭 찾아볼만한 가치가 있다.

 

4층에 위치한 ‘현대 컬렉션’에서는 정크 아트의 거장 장 팅겔리를 비롯해 앤디 워홀, 세자르, 바자렐리, 조셉 보이스 등 컨템포러리 아트 대가들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고정관념에 얽매이지 않은 자유로운 발상을 표현한 작품으로, 여유를 갖고 편안한 마음으로 마음껏 둘러볼 수 있다.

그 밖에도 센터 최상층에는 파리 시내의 전경을 볼 수 있는 전망대와 카페테리아가 있다. 센터 밖 광장과 조금 떨어진 곳에는 조각 분수 공원도 자리 잡고 있다.

우리가 퐁피두 센터를 주목해야 할 또다른 이유가 있다. 2020년 개관 목표로 울산시가 추진하는 울산시립미술관의 롤모델로 지역사회에서 한때 이 퐁피두 센터를 지목했기 때문이다. 퐁피두 센터가 특별하게 다가온 데는 앞서 밝힌 건축 디자인의 파격성과 더불어 자유로운 분위기의 실내 전시 공간, 복합적 기능을 수용하는 개방적 운영 시스템 등 다양하다.

▲ 홍영진 경상일보 문화부장

무엇보다 아이들의 미술교육이 실시간 현장에서 이뤄지는 것도 눈여겨 볼 만하다. 세계 최고의 컬렉션을 자랑하는 현대미술관 이외에도 예술전문자료를 갖춘 칸딘스키 도서관, 공공정보도서관, 산업디자인창작센터, 영화필름과 시청각시설을 갖춘 음악·음향연구소, 어린이들의 미술활동을 독려하는 문화예술교육장도 함께 운영된다. 미술이 음악과 영화, 도서, 시청각연구와 함께 어우러지는 종합적인 문화예술센터에 이르기까지, ‘21세기형 문화공장’의 전형이라 할 만하다. 홍영진 경상일보 문화부장. <미술관의 탄생>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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