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객들 인기 조형물로...30년 넘어 산화·부식 심해

▲ 정기점검에서 산화가 지속되고 있는것으로 나타난 울산시 동구 대왕암공원에 위치한 30년 넘은 고래 턱뼈. 이창균기자 photo@ksilbo.co.kr

관광객들 인기 조형물로
30년 넘어 산화·부식 심해
전문가들 “복원 불가” 판단
유지·보수하되 철거도 고려

울산 동구 대왕암공원에 설치된 지 30년이 넘은 ‘고래 턱뼈’를 놓고 동구청이 고민에 빠졌다. 고래 턱뼈에서 지속적인 산화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인데, 관찰과 함께 향후 보수작업을 통해 계속 유지할지 혹은 전문가 자문을 통해 철거할지 고려중이다.

20일 동구 대왕암공원 해맞이광장 진입로. 울기등대를 지나 대왕교로 가는 길에는 길이 5m, 두께 40㎝로 무려 1개당 250㎏에 달하는 고래 턱뼈 2개가 나란히 설치돼있다.

관광객들은 고래 턱뼈 옆에 설치된 설명자료를 보고 ‘진짜 고래 턱뼈’라며 신기해하기도 하고, 카메라로 사진을 찍는 모습도 종종 목격됐다.

부산에서 방문한 이지현(여·28)씨는 “나무인 줄 알았는데 고래 뼈였다”면서 “곳곳이 파여져 있고 도장이 벗겨져 있어 시멘트로 만든 줄 알았는데 진짜였다”며 놀라워했다.

이 고래 턱뼈는 지난 1984년 2월 군산 어청도 근해에서 청구수산 소속 어선 4척이 군산 어청도 근해에서 잡은 길이 19m의 참고래의 것이다. 1992년까지 8년간 어청도 근해 바닷속에서 기름을 빼고, 1995년 2월 대왕암공원 광장에 설치됐다. 예로부터 동구 방어진은 고래잡이 고장으로 널리 알려져있어 (舊)청구조선공업(주) 백두선씨가 이를 기념코자 기증해 설치했다.

하지만 이 고래 턱뼈가 지속적인 산화·부식이 진행되고 있어 동구청이 관리·유지를 할 것인지 철거할 것인지를 놓고 고민에 빠졌다.

실제로 이 고래 턱뼈는 외관 곳곳이 벗겨지고 자연 산화·부식 등 훼손이 심해져 마치 큰 구멍이 생긴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울산시가 지난 7월 실시한 공공조형물 정기점검에서도 고래 턱뼈 일부의 산화가 지속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지적됐다. 이에 동구청은 향후 조치 계획을 수립 중이지만, 쉽게 결정내리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외지인·관광객들에게 인기있는 공공 조형물인 만큼 쉽게 철거를 결정할 수 있는 것도 아닌 데다, 그렇다고 그대로 계속 두거나 보존 처리를 하더라도 큰 의미가 없다는 전문가들의 의견도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동구청은 지난 2015년 한국해양동물연구소에 고래 턱뼈 상태에 대해 자문한 결과 도장과 부식이 심해 큰 의미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는 회신을 받았다. 동구청은 이번 정기점검 결과를 통해 지속적으로 고래 턱뼈 상태를 관찰하고, 향후 산화·부식이 심해질 경우 전문가들의 추가 자문을 통해 철거를 고려할 계획이다.

동구청 관계자는 “전문가들은 오랜 기간이 지나 복원은 불가능하다고 한다. 지속적으로 유지·보수는 할 계획이지만 산화·부식이 너무 심해지면 외관상으로도 보기 좋지 않다”며 “시멘트 보수도 의미가 없어 자연 산화되거나, 혹은 그 전에 철거도 고려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점검에서 동구지역 고래 관련 주요 공공조형물 중 고래 턱뼈와는 달리 대왕암공원에 위치한 고래기념비와 슬도 고래조형물은 안전·미관 상태가 양호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세홍기자 aqwe0812@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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