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천중기단지 진입로 개설...용역사업자 선정된 ‘도화’

가천중기단지 진입로 개설
용역사업자 선정된 ‘도화’
책임감리자 이중투입 적발
市, 부정당업체 심의 착수
도화측 권익위에까지 호소
市 계약심의위서 최종 판단

국내 최대 설계·감리업체인 도화엔지니어링(이하 도화)이 울산시와 회사의 ‘사활’건 한판승부를 벌이고 있다. 도화의 중복(이중) 감리행위를 적발한 울산시가 기업에 ‘사형선고’에 버금가는 입찰참가를 원천봉쇄하는 처분절차를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적 손실은 물론 부정적 기업이미지로 치명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한 도화가 변호인단을 꾸려 국민권익위원회까지 내세워 적극적인 방어전에 나서고 있어 울산시 계약심의위원회의 결과에 이목이 쏠린다.

◇도화­울산시 사이에 무슨일이…

20일 울산시에 따르면 시 종합건설본부는 도화에 대한 청문절차를 마무리 짓고 부정당업자 제재처분을 계약심의위원회에 요구했다고 밝혔다. 계약심의위는 앞서 진행된 청문결과를 바탕으로 회의를 열고 부정당업체 지정여부와 입찰참가자격 제한기간 등에 대한 심의에 착수한다.

지난해 매출 3247억원의 도화는 1957년 토목설계회사로 출발해 플랜트, 철도, 도로, 수자원 등 다양한 엔지니어링 부문에서 기획·타당성조사·설계·분석·감리·시공·구매·시운전·자문 등을 수행하고 있다. 전체 수주액의 40%를 해외사업이 차지한다. 부정당업자로 지정되면 정부가 발주하는 공공공사에 입찰참여가 제한된다. 신인도 하락으로 해외사업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도화가 이처럼 수세에 몰린 이유는 국가계약법령을 위반하는 ‘중복 감리’를 했기 때문이다. 울산시는 지난해 10월10일 ‘가천중소기업단지 진입도로 개설(275억원)’ 사업의 감독권한대행 등 통합건설사업관리용역 사업자 공모에 나섰다.

시는 가격입찰에 앞서 공모에 나선 업체들을 대상으로 사업수행능력평가(PQ)를 진행했다. 시공경험이나 기술능력, 경영상태, 업체가 해당 사업에 파견키로한 ‘책임 감리기술사’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한다. PQ에 내세운 책임 감리기술사는 발주처의 허락 없이는 변경이 불가능하다.

같은해 12월2일 PQ를 통과한 업체들은 올해 1월10일 가격입찰에 나섰고, 8억2750만원을 써낸 도화가 선정됐다. 곧바로 가천중소기업단지 진입도로는 공사에 들어갔다. 그런나 어찌된 영문인지 도화의 책임감리 기술사 A씨는 현장에 나타나지 않았다.

울산시는 도화에 사정을 따져 물었고, 도화는 “사정상 다소 지연되고 있다, 곧바로 조치하겠다”고 해명했다. 이에 울산시는 자체 조사에 들어갔고, 책임감리 기술사 A씨가 울산의 현장이 아닌 경주시가 발주한 HTV일반산업단지 진입공사(105억원)에 투입된 사실을 확인하게 된다.

◇업체 고의성 여부가 최대 쟁점

도화는 울산시와 계약을 체결하기 한달 전인 지난해 12월2일 경주시와 A씨를 책임 감리기술사로 파견하겠다는 조건으로 계약을 했다. 책임감리 기술사를 중복배치한 것으로 1월26일 도화는 사실관계를 공식 인정하고 책임기술자를 변경할 수 있도록 시에 요청했다. 그러나 울산시는 받아들이지 않고 국가계약법 위반 책임을 물어 4월12일 계약심의위원회를 열고 계약을 해지했다. 이어 4월18일 시는 도화에 처분(입찰참가제한) 사전 통지했고, 도화는 즉각 변호인단을 꾸려 적극적인 방어에 나섰다. 변호인단은 국민권익위에 울산시의 결정에 문제가 있다며 민원을 제기했다.

골자는 △입찰 참가제한을 위한 목적으로 한 계약의 해제는 부당 △기술자 현장이탈계 제출이 고의적 부당입찰 참여의 목적이 아님 △발주청의 재량권(기술자 교체 승인) 행사 않은 계약해제는 취소 △발주청에 손해가 있을 경우 계약을 해지 않도록 규정 등이다. 그러나 국민권익위는 최근 “행정기관이 진행하고 있는 사안을 국민권익위가 개입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입장을 정리했다.

결국 시 계약심의위원회의 손에 달렸다. 부정당업체 제재여부는 고의성 여부에 달린 것으로 분석된다. 울산시는 도화가 PQ에서 경쟁업체보다 나은 점수를 받기 위해 고의로 우수한 인재인 A씨를 책임감리 기술자로 지정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반면 도화는 관련법령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실수에서 비롯된 사건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고의성이 인정되면 부정당업자 제제를 피할 수 없고, 실수가 인정되면 과징금 수준에서 마무리 된다. 결과에 따라 법정 다툼으로 비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도화엔지니어링 관계자는 “일정부분의 잘못은 인정하지만, 회사가 입을 심각한 타격을 생각한다면 부정당업체 제재는 과도한 처분으로 보인다”며 “실수라는 점이 인정되는 처분이 나오길 기대한다. 부정적 결과가 나오면 법적 소송도 준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최창환기자 cchoi@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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