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구내 이전은 교육감 공약사항
시민혈세로 이전 건립될 연수원
울산시민의 의견 수렴이 최우선

▲ 이무덕 울산동구중소기업협의회장

천혜의 자연을 끼고 있는 대왕암공원 안에 교육연수원이 있다. 본래 방어진 중학교로, 필자가 다녔던 학교였다. 등교하면서 바닷가 몽돌을 주워 교문에서 교실까지 가는 길을 예쁘게 단장하곤 했던 추억이 있다. 그런 방어진중학교가 교육연수원으로, 울기등대는 대왕암공원으로 바뀌면서 울산의 대표적인 관광명소로 각광받고 있다. 숲과 바다를 보며 팍팍한 마음을 풀어놓을 수 있는 멋진 대왕암 공원을 찾을 때마다 새롭게 단장되는 모습과 아름다운 자연에 감동한다. 아쉬운 것은 대왕암공원 입구에 자리 잡고 있는 울산교육연수원이다. 전망이 뛰어난 곳이지만 울타리가 둘러져 있어 일반 시민들은 이용할 수 없다. 교육연수원 이전의 불가피성이다.

울산시는 대왕암공원을 제대로 조성하고자 지난 2012년 연수원 이전을 결정하고 교육청과 협의해 이전보상금을 지급했다. 주민들은 이전 교육연수원전부지도 동구내로 이전해 줄 것을 강력하게 요청했다. 동구주민의 염원을 받아들인 교육감은 동구내 연수원 이전을 공약으로 내걸어 당선됐다. 이렇게 두 차례나 당선된 교육감은 동구내 이전키로 동구청과 지난 2012년 협약을 맺었다. 다들 빠른 시일내 이전될 것으로 기대했지만 자꾸 늦어지고 끝내 연수원은 공원에서 비켜주지 않았다.

교육연수원 이전이 몇년째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얼마전 날벼락 같은 소식을 들었다. 교육연수원이 다른 지역으로 이전한다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믿지 않았지만 교직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있다는 말을 듣고 어처구니가 없었다. 갑자기 다른 지역으로 가다니. 교육감이 동구 주민과 울산시민들에게 약속한 공약은 어디로 갔는가. 또한 동구청과 시교육청이 동구로 이전한다고 체결한 약정은 어떻게 되었는가. 누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가.

설령 누가 거짓말을 하던 우리 동구 주민들 입장에서는 반드시 교육감의 동구내 연수원 이전 공약과 협약은 지켜져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교육청에서 다른 지역으로 이전하기 위한 절차를 밟고 있다면 이것은 분명 동구주민들을 무시하는 짓이다. 동구청장은 교육청이 약속을 지키지 않아서 법적대응을 하겠다고 한다. MOU는 서로 뜻이 맞으니 서로 의논해 하겠다는 신사협정이다. 더구나 교육감이 동구주민들의 표를 받고 당선된 공약사항을 이렇게 무참하게 저버려서는 안된다 이유가 어떻든 반드시 교육연수원은 동구에 이전해야 한다. 5년 넘게 동구주민들은 교육연수원 이전이 늦어져 대왕암공원이 계획대로 조성되지 못해 애를 태우며 기다리고 있는 마당에 지금 와서 다른 곳으로 이전한다는 말이 될 법한 일인가. 지금이라도 교육청은 일련의 사태에 대해 진정성을 가지고 동구주민에게 사과하고, 동구내 이전 약속을 지켜야 한다.

교육청은 교육가족의 의견을 수렴해 연수원 이전지역을 결정하겠다고 한다. 교직원들은 가족이고 주민은 남인가. 교육행정은 지방자치의 예외 기관이 아니다. 교육청은 오랫동안 국가사무라는 관성에 젖어 시민들은 안중에도 없는 것이 아닌지 묻고 싶다. 지방자치의 정책결정은 지역민의 의사에 따라 결정해야 한다. 교육연수원 이전을 결정하려면 교육가족이라는 좁은 틀이 아니라 울산시민들의 의사를 물어서 결정하는 것이 민주주의의 기본이다. 또 교육연수원 이전 비용은 시민 세금이다. 시민 세금으로 건립할 교육연수원을 이전한다면 당연히 시민들의 생각부터 묻는 것이 우선이다. 왜 교육감이 주민들을 상대로 공약을 했는지 생각해보라. 지금 진행되고 있는 설문조사를 통한 이전 결정방식은 교육감이 구속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일방적인 행정 논리에 의해 결정됐다. 왜 정치가 행정보다 우선돼야 하는지를 선명하게 보여주는 대목이다.

우리 동구는 오랫동안 소외 받아왔다. 사회기반시설, 복지, 문화 등 울산시에서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할 정책들이 현대중공업이라는 대 기업이 동구에서 하고 있다는 이유로 오랫동안 소극적으로 반영됐다. 그나마 울산시는 지난 몇년간 동구에 재정사업을 확대하고 공공기관도 배치하고 있어 다행이다. 몇 년 사이 현대중공업은 경영상 어려움으로 지역주민들을 위한 사업들을 축소하거나 철회하고 있어 마음이 무겁다. 현재 동구 주민들은 어느 때보다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런 상황에 공공기관이라고는 하나 있는 교육연수원을 다른 지역으로 이전하는 것이 말이 되는가. 그동안 교육청은 동구를 위해 어떤 정책을 폈는지 자문해보라. 가뜩이나 어려운 동구주민들에게 찬물을 끼얹어서는 안된다.

이무덕 울산동구중소기업협의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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