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구 호계마을 주민들 23일 호계역 축제에서 생애 첫 공개방송 눈길

▲ 울산 북구 호계마을 주민들이 오는 23일 열리는 ‘제5회 100년의 호계역과 홈골의 나눔소리축제’에서 마을라디오 공개방송을 진행한다.
“우리 동네 축제를 찾는 분들께 우리가 직접 라디오 방송으로 소개합니다.”

주민들이 자신이 사는 마을 이야기로 대본을 만들고 미리 취재한 내용으로 ‘마을라디오’ 공개방송을 진행한다. 이처럼 일반인들이 방송작가로, 라디오DJ로 활약하는 의미있는 행사가 예고 돼 눈길을 끌고 있다.

주인공은 울산 북구 호계마을 주민들. 이들은 오는 23일 열리는 ‘제5회 100년의 호계역과 홈골의 나눔소리축제’에서 생애 첫 라디오 공개방송을 경험하게 된다.

호계마을 주민들은 올해 초 시청자미디어재단 울산시청자미디어센터의 ‘방방곡곡 마을미디어사업’에 선정돼 미디어교육에 참여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 6월부터 본격적으로 미디어수업을 시작, 이번 호계역축제 무대에 서기 위해 열일 제쳐놓고 연습에 매진중이다. 50대에서 70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연령대로 구성된 학생들은 누구보다 교육에 열정적이다. 주민들은 “이기 뭐하는 겁니까? 우리가 방송을 한다꼬?” “아이고 머리야, 마 골치 아프다”며 첫 수업을 시작했지만, 어느새 모두가 한 마음으로 마을라디오 콘텐츠를 만들고 있다.

허리가 아파 병원에 입원 중임에도 교육시간 만큼은 외출증을 발급받아 수업에 꼬박꼬박 참석하는 메인 MC 양진선(여·62)씨, 농사일로 땀이 범벅이 된 몸으로 수업에 올 수 없다며 늘 목욕재계하고 1등으로 출석하는 박정필(54)씨, 분위기 메이커이자 호계마을 미디어 교육을 이끌고 있는 김현동(52) 동장 등 평균 연령 60세의 늦깎이 수강생들의 열기는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이처럼 평범한 동네 아저씨와 아줌마가 모여 만든 마을방송 ‘호계역전다방(호계 역전 다함께 마을방송)’은 23일 오후 5시부터 호계역 축제에서 들을 수 있다.

이들은 방송을 통해 호계마을에서 60년 가까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 ‘보고파 사진관’, 수성마을에서 동제를 지내던 ‘수성제당’, 1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호계역’ 등을 소재로 한 이야기 보따리를 펼쳐보일 예정이다. 마을주민들이 이날 만큼은 메인 MC와 리포터가 돼 마을라디오 행사와 더불어 온라인 상으로 페이스북 라이브방송을 동시에 진행한다.

양진선 메인 MC는 “라디오를 처음 시작하면서 알아가는 재미가 쏠쏠했는데, 벌써 우리들이 다함께 마을 축제에서 라디오 공개방송을 한다니 믿어지지 않는다며”며 “많이 긴장되지만 지금까지 준비한 마을 이야기들을 방문객들에게 잘 전할 수 있도록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우사기자 woosa@ksilbo.co.kr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