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구대 암각화(국보 285호) 보존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는데 이의를 제기하는 울산시민은 없다. 마찬가지로 정부가 울산시민들의 맑은 물을 먹을 권리도 보장해주어야 한다는 사실에도 이의를 제기하면 안 된다. 따라서 정부는 반구대 암각화 보존을 위해 사연댐에 수문을 설치하든 수위를 낮추든 합리적인 방안을 찾되 동시에 울산의 맑은 물 공급을 위한 확정적인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 사연댐은 반구대 암각화 보존에 치명적인 문제를 야기하지만 울산시민들에게는 유일한 식수원이기 때문이다.

암각화 보존과 맑은 물 공급의 동시해결이라면 그 방법이 무엇이든 수용할 수 있다는 것이 울산시민들의 공통된 마음이다. 때문에 수위조절과 동시에 운문댐 등의 맑은물이 공급될 수는 없겠으나 적어도 타지자체와의 협의를 거쳐 확정적인 정부계획이 발표돼야 할 것이다.

지난 19일 국무조정실 주관으로 열린 ‘반구대암각화 보존을 위한 관계기관 협의회’에서 문화재청은 수문설치를 다시 들고 나왔다. 수문설치는 가변형 물막이댐 설치를 전제로 실시된 수위조절안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 때 수위를 48m(만수위 60m)로 낮추는 바람에 가뭄으로 댐이 바닥을 드러낸 지난 7월20일 이후 울산시는 전량 낙동강물을 구입해 식수로 사용하고 있다. 수문을 설치하면 최고 수위를 52m로 4m 높인다고는 하나 여전히 유효저수율은 30%에 그친다. 댐의 역할 70%를 상실하는 것이다. 지금처럼 가뭄 대비가 불가능해질 것이 뻔하다. 사연댐의 물이 없으면 울산의 식수는 전량 ‘녹조라떼’로 불리는 낙동강 하류의 취수 구입에 의존해야 한다.

일단 국무조정실이 나선 것은 바람직하다. 문화재청과 울산시가 해결할 수 있는 범위가 아니기 때문이다. 다만 국무조정실의 할일은 운문댐이든 영천댐이든 울산 인근 지역의 남아도는 맑은 물을 울산에 공급할 수 있도록 국토부와 환경부, 다른 지자체 등 관련기관들의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이라는 사실을 분명히 해야 한다. 혹여 수위조절안으로 울산시를 설득하려 한다든지 지난 정부 때처럼 가변형 물막이댐과 같은 비현실적인 대안으로 세월만 낭비하는 일을 반복해서는 절대 안 된다.

울산시의 주장은 여전히 암각화가 있는 바위벽면 앞으로 생태제방을 설치하자는 것이지만 울산시도 최선이 아니라는 것을 모르지 않는다. 다만 물은 곧 생명이기 때문에 차선책이라도 강구하자는 것이다. 울산시나 울산시민들이 문화재의 중요성을 모른다고 비난할 일은 결코 아니다. 어느 지자체건 문화재 보호를 위해 식수를 양보하기는 어렵다. 문화재 보호나 울산시민의 식수 확보 모두 정부가 책임져야 할 중요한 일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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