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원리와 통계분석으로 전문화된
현미경 야구는 보는 재미도 쏠쏠해
축구도 과학적 분석 통한 발전 기대

▲ 윤범상 울산대 조선해양공학과 명예교수 실용음악학도

2017 프로야구 페넌트레이스도 막바지다. 금년도 야구가 유난히 재미있는 이유는 아마도 부산·울산을 중심으로 한 우리 동네 팀이 오랜만에 포스트시즌 진출을 눈앞에 둔 때문일 것이다. 여기에 치열한 5위 다툼, 고참들의 분발, 거포의 복귀, 용병들의 활약, 돔구장경기 등도 추가된다. 그러나 나에게 야구가 재미있는 이유는 다른 데 있다. 두 가지다.

첫 번째 이유는 공을 둘러싼 과학원리가 야구기술에 접목된 때문이다. 공의 과학이란? 잘 아는 대로 물체가 날아가는 반대방향으로 작용하는 힘을 저항 또는 항력이라고 한다. 항력이 작아야 공을 멀리 던지고 멀리 칠 수 있다. 항력을 작게 하려면 공의 표면이 거칠어야 한다. 야구 볼, 테니스 볼, 골프 볼, 축구 볼 등의 표면을 실밥이나 털이나 딤플 등으로 거칠게 만든 것도 모두 그 때문이다. 만일 볼의 표면이 매끈하다면 항력이 커져서 아무리 힘 좋은 투수라도 포수까지 볼을 던질 수조차 없을 것이다.

한편 공이 날아갈 때 항력에 수직인 방향으로 작용하는 힘을 양력이라고 한다. 즉 공이 앞으로 날아간다면, 상하좌우 방향 등으로 작용하는 힘은 모두 양력이다. 이 양력은 볼의 회전에 의해 생기며 볼을 휘게 만든다. 그리하여 타자를 속인다. 볼을 잡는 방법에 따라 투구속도, 회전량, 회전방향이 달라져 휘는 양상도 달라진다. 스플리터, 커터, 싱커, 슬라이더, 포크볼, 커브, 투심·퍼심 패스트볼, 체인지업, 스크류볼, 자이로볼, 너클볼(일명 魔球·공이 회전하지 않고 날아가면 양력방향이 이리저리 변하여 볼이 춤을 출 수 있다) 등 종류도 다양하다. 투수는 물론 타자들도 그 원리를 모두 알고 있으며 최근에는 이를 연습에 적극 활용하고 있음이 보인다. 이제 선수들이 운동장에서만 뛰지 않고, 책상 앞에서 과학 공부하는 모습이 내 눈엔 보인다. 몸야구가 머리야구로 진화되었으니 재미가 만만해진 것이다.

두 번째는 통계와 계측을 통한 과학 분석이 일반화되었다는 점이다. 30년 전만 하더라도, 일반인이 알던 야구통계는 투수에 대해서는 승수, 승률, 자책점, 세이브 정도, 타자에 대해서는 타율, 홈런, 타점, 도루 등이 고작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블론세이브, 홀드, WHIP, OBP, SLG, OPS, WAR 등 관심통계자료가 한 가득이다. 같은 타율도 이닝별, 주자가 있을 때와 없을 때, 좌투수, 우투수별 등 갖가지 통계자료가 망라되었을 뿐 아니라 투구속도, 타구속도, 타구비거리, 볼 회전수도 실시간 계측된다. 이 자료는 감독의 작전수립에 활용됨은 물론이요, 관객에게도 또 다른 흥미를 유발한다.

이렇듯 야구엔 유체역학이론과 통계분석 및 계측기술이 깊숙이 자리 잡게 되었으니, 해설도 한층 전문화되었고 재미가 쏠쏠해 질 수밖에 없다. 이제 적어도 야구계에서는 헝그리정신, 투지, 근면성실, 지구력, 협동정신, 스파르타 등의 단어보다 통찰력, 창의력, 순발력, 센스, 스마트 등의 단어들이 더욱 빈번하게 들린다.

한편, 한국축구는 최근 이란의 도움으로 겨우 2018 러시아 월드컵 본선에 진출하게 되었다. 예선전 기간 내내 답답했다. 야구와 달리 축구는 발전의 모습이 잘 안 보인다. 야구에 비해 과학이론 접목과 통계분석이 어렵다지만, 그래도 유럽리그를 보면 뛰어난 개인기를 바탕으로 숏패스와 중앙돌파, 찬스포착과 슈팅이라는 물 흐르듯 한 일련의 과정 속에 정교한 과학의 모습이 보이기도 한다. 그런데 우린 아직 쓸데없는 태클, 목적 없는 패스, 뻥 축구 등 과학하곤 거리가 먼 모습이 빈번하다. 2002년 때보다 오히려 더 거칠어졌다. 야구는 현미경시대에 돌입했는데, 축구는 아직도 돋보기를 대고 있는 느낌이다. 아무리 둘러보아도 재미있는 게 하나도 없는 이 시기, 축구, 야구 볼 때만이라도 즐겁고 싶은 마음 간절하기에.

윤범상 울산대 조선해양공학과 명예교수 실용음악학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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