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조정실 주관 협의회서 14년전 수문설치안 또 꺼내

국무조정실 주관 협의회서
14년전 수문설치안 또 꺼내
울산 식수권 안중에 없어
생태제방안 전향검토 필요

반구대암각화(국보 제285호) 보존방안으로 문화재청이 또다시 ‘수문설치안’을 제시했다. 이미 14년 전 현실성이 없다고 판단돼 백지화된 방안이다. 결국 암각화 보존방안은 또다시 원점으로 되돌아갔고 암각화 보존과 맑은물 공급 동시해결을 기대하고 있었던 울산시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바뀔 때마다 국무조정실 주관 아래 똑같은 상황이 되풀이되면서 새정부에 대한 불신도 커지고 있다.

◇‘현실성없는’ 수문설치안 또 꺼내

문화재청은 국무조정실 주관으로 지난 19일 열린 ‘반구대암각화 보존을 위한 관계기관 협의회’에서 수문을 설치해 우선 암각화를 보전하고, ‘울산권 맑은물 공급’은 차후 청도 운문댐에서 하루 7만t을 끌어오는 방법으로 해결하자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수문설치안은 14년 전인 2003년 암각화 보존방안 수립에서 거론된 바 있다. 사연댐 여수로에 수문을 설치해 홍수나 폭우 등 긴급상황에 신속하게 방류, 암각화가 물속에 잠기는 것을 막는 방법이다.

그러나 울산의 청정식수 확보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연구결과에 따라 백지화됐던 방안으로 울산시는 반대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사연댐 수위를 낮춘다는 점에서 ‘사연댐 완전 취수중단’ 사태를 일으킨 수위조절안과 같은 결과가 나타난다는 것이 울산시의 우려다.

암각화 훼손방지를 위해 2014년 8월 가변형 임시물막이(카이네틱댐) 추진을 전제로 정부와 울산시가 합의·시행한 후 지금까지 사연댐의 수위를 상시 48m(만수위 60m)로 낮춤으로써 울산시민의 주 식수원인 사연댐은 사실상 담수기능이 매우 취약해져 지난 7월20일부터 두달째 취수가 완전중단되고 있다. 수위조절에 따른 사연댐의 최대 유효저수율은 11.9%이고, 현재 울산의 주 식수원인 사연댐과 대곡댐의 유효저수율은 7.8%에 불과하다.

◇생태제방안 전향적 검토 필요

문화재청은 악화된 울산시민들의 여론을 의식, 수문설치안 도입시 댐의 최고 수위를 현재 48m 보다 4m 높인 52m로 하겠다고 제시했다. 이 방안대로 하면 유효저수율이 30%로 다소 늘어나지만 여전히 70%의 청정식수는 버려야 한다. 모자라는 물공급량도 최소 하루 5만5000t에 이른다. 여전히 울산시민들은 낙동강 하류의 물을 불필요하게 세금으로 구매해 식수로 사용해야 한다.

문화재청은 이와관련, 공업용수 전용의 대암댐(일 5만t)을 생활용수로 전환하고, 나머지 7만t은 ‘울산권 맑은물 공급사업’을 관철시켜 부족한 물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안을 내놓았다. 또 수문설치안의 대가로 낙동강 원수사용 비용 가운데 하루 3만t 가량(연간 19억원)을 국비로 지원하겠다는 안도 제시했다.

이는 예전에 모두 논의됐던 내용으로 실효성이 거의 없는 것으로 분석됐다. 대암댐은 자체 수원 없이 전량 낙동강물에 의존하고 있으므로 ‘맑은 물을 먹을 권리’(식수권) 해소와는 아예 거리가 멀다. 3만t을 국비로 충당하는 방안도 울산시가 지불하는 낙동강물 구입에 드는 연 200억원에는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울산권 맑은물 공급사업 또한 ‘대구·경북권 맑은물 공급사업’과 맞물려 실현 가능성이 희박하기 때문에 수문설치에 앞서 운문댐 물 공급이 확정되지 않는 한 울산시가 받아들이기는 힘든 방안이다.

무리한 수위조절로 52년만에 사연댐 취수 ‘완전 중단’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20여년째 입장변화가 없는 문화재청의 수위조절안 고수와 중재력을 보여주지 못한 국무조정실의 역할론에 대해서도 회의적 시각이 커지고 있다.

울산시 관계자는 “용역결과에서 최적안으로 도출된 생태제방안에 대해 전향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며 “국무조정실의 중재 능력에 기대를 건다”고 밝혔다. 최창환기자 cchoi@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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