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정부 시위에 참여했다가 경찰 물대포에 쓰러져 숨진 고(故) 백남기 농민 1주기 추모대회가 토요일인 23일 서울 도심에서 열렸다.

전국농민회총연맹·가톨릭농민회·민주노총 등 농민·시민단체 모임 ‘백남기투쟁본부’는 이날 오후 7시께 광화문광장에서 시민 1천5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백 농민 1주기 추모행사를 개최했다.

백씨는 2015년 11월 14일 ‘1차 민중총궐기’에 참여했다가 종로1가에서 경찰 물대포에 맞아 의식을 잃었고, 서울대병원에서 317일간 혼수상태에 빠졌다가 지난해 9월 25일 숨졌다.

추모행사에서는 각계 인사들의 추모사와 가수 이상은 등의 추모공연이 진행됐다. 고인의 큰딸 백도라지씨와 박원순 서울시장, 정의당 이정미 대표, 새민중정당 김종훈·윤종오 의원 등이 참석했다.

고인이 속했던 농민단체 가톨릭농민회의 정현찬 회장은 “백 농민은 이 땅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쌀 수입을 반대하고 지난 정부가 공약했던 쌀값 가마당 21만원을 보장하라고 외치다 쓰러졌다”며 “고인의 사망에 책임이 있는 경찰과 병원의 책임자들을 처벌해야 한다”고 발언했다.

전농 김영호 의장은 “백 농민 1주기가 됐으나 쌀값은 가마(80㎏)당 12만원 선으로 20여년 전 수준(1996년 가마당 13만3천600원)”이라면서 “농민은 가마당 최소 24만원을 요구한다. 다음 주 발표될 정부의 쌀 수확기 대책을 통해 새 정부의 농업개혁 의지를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유족 백도라지씨는 “해결된 게 없는데 시간만 지나 자식 된 도리를 다 하지 못한 것 같아서 마음 아프다”면서 “국무총리 사과 말씀으로 정부가 국가폭력과 인권 문제에 분명하고 단호한 태도를 갖고 있다고 확인했고 시름을 덜었다. 감사하다”고 발언했다.

백씨는 “경찰은 인권 경찰로 거듭나는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하는데 올바른 방향으로 보이면 응원하고 지지하겠다”면서 “검찰은 유족이 고발한 강신명 전 경찰청장 이하 선임 경찰 7명에 대한 수사와 기소에 속도를 내달라”고 당부했다.

세월호 참사 유족인 유경근 4·16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은 이날부터 이별식을 하고 있는 세월호 희생자 조은화·허다윤양을 언급하며 “백남기 어르신, 다윤이·은화는 잘 도착했는지요. 꽹과리도 가르쳐주시고 애들이 다투면 혼도 내시면서 좋은 할아버지가 돼 달라”고 말해 참석자들 눈시울을 적셨다.

농민단체들은 앞서 오후 2시께 중구 농협중앙회 앞에서 일부 하나로마트가 수입 농산물을 판매하는 행위를 규탄하는 사전집회를 여는 것으로 이날 행사를 시작했다.

이들은 하나로마트에서 가져온 수입 농산물을 불태우는 퍼포먼스를 한 다음, 백씨가 물대포를 맞은 곳인 종로1가 르메이에르 빌딩 인근까지 대형 트랙터 1대를 앞세워 행진했다.

오후 4시께 르메이에르 옆에서 열린 ‘백남기 농민 뜻 관철과 농정개혁을 위한 전국농민대회’는 쌀값 보장·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폐기 등 농어업 관련 정책 개선을 요구하고, “개헌에 농민의 요구가 반영돼야 한다”며 ‘농민헌법운동본부’ 발족을 선언했다.

이날 오전 청와대와 주한미국대사관 앞에서는 지난 19일 상암동에서 ‘사드 반대’를 외치며 분신했다가 이튿날 숨을 거둔 ‘독일 망명객’ 조영삼씨 노제와 영결식이 열렸다. 조씨 유해는 이날 오후 밀양성당에 봉안된다.

오후 2시 청계광장에서는 21세기한국대학생연합 등 대학생단체들이 ‘쇼미더반값’ 집회를 열고 “국회가 예산을 확충해 국립대부터 반값등록금을 실현하라”고 요구했다.

친박·보수성향 단체들도 이날 오후 2시께 대학로·대한문·보신각·광화문 등에서 100∼3천명 규모의 태극기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박근혜 전 대통령 무죄 석방·주한미군 철수 반대·탈원전 반대 등을 주장하면서 삼청동·종로·명동 등을 행진했다.

경찰은 이날 차벽을 설치하지 않았고 집회 인근 경력 배치도 최소화했다. 집회 참가자끼리 충돌 상황은 없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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