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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기획특집인물로 읽는 울산유사
[인물로 읽는 울산유사(269)]개발이란 미명 아래 옛 문화자산 가장 많이 파괴된 곳문화예술편 (13)토기의 고장 동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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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9.24  22:5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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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토기 가마터가 발견됐던
동구 서부동·화정동 유적지 등
제대로 된 지표조사·발굴 전무
동구문화원 민속박물관 건립 목적
동구민 소유 각종 유물조사 실시
항아리형 토기·굽다리형 접시 등
지역 출토 토기 대부분 주민 소장
신석기 돌화살촉 보관하는 사람도


신라의 수도 경주와 가까운 울산에서는 곳곳에서 많은 토기가 발굴되었다. 실제로 일제강점기 서생면 신암리에서 발굴된 즐문토기는 BC 4000년 제작된 것으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토기의 하나로 추정되고 있다. 이 토기는 현재 서울 국립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다.

석기와 청동으로 만든 도구들이 내구성이 길어 오래가는 편인데 비해 토기는 잘 깨어져 보관이 어려운 특성이 있지만 그 시대 생활상을 잘 보여줄 수 있는 유물이기도 하다.

지역별로 보면 울산에서 토기가 가장 많이 출토된 지역이 울주군이다. 온양읍 삼광리 유적에서는 무늬가 아름다운 굽다리와 긴목항아리 토기가 발굴되었고 온산읍 화산리 고분군에서도 토기병과 도장무늬 병이 나왔다. 청량면 동천리 양동 유적지에서도 뚜껑굽다리 접시와 굽다리 접시 고배가 여러 점 출토되었고 웅촌면의 대대리 하대 유적지에서는 귀중한 오리모양 토기가 발굴되었다.

   
▲ 최근 동구문화원이 동구 지역 주민들을 상대로 소장 유물들을 확인한 결과 동구에서 출토된 토기들이 많아 이에 대한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 오른편이 장왕수씨가 갖고 있는 원형토기이고 왼편이 이익근씨 소유 장경호 토기다.

그런데 그동안 전혀 발굴 작업이 없었던 동구 지역에 많은 토기 유적지들이 있었던 것으로 밝혀져 세인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동구는 지금까지 화정동과 서부동 유적지 일대에서 청동기 유적이 나타났다는 보고가 있었지만 이들 지역에 대한 지표조사와 발굴이 아직 한 번도 없었다.

그런데 최근 동구문화원이 동구 지역주민들을 상대로 소장 유물에 대한 조사를 하는 과정에서 주민들이 많은 토기를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구문화원은 올해부터 동구청 지원을 받아 민속박물관 건립을 목적으로 동구민들이 갖고 있는 각종 유물들을 조사하고 있다.

동구의 경우 그동안 조사과정에서 밝혀진 토기 유적지만 해도 방어진, 남목, 주전, 전하 등 적지 않다. 이 지역에서 출토된 토기들은 주민들이 대부분 소장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아쉬움은 동구의 경우 그동안 유적지에 대한 발굴 작업 없이 도로개설과 공장 건립, 아파트 부지정리 과정에서 발견되어 이들 토기에 대한 고고학차원의 연구가 없었던 것이라고 하겠다.

예로 현재 동구 출신으로 토기를 많이 갖고 있는 장왕수(68)씨의 경우 대부분의 토기를 남목 재래시장에서 구입했다. 그는 젊었을 때부터 토기에 관심이 많았다고 했다.

“70년대만 해도 남목 시장에서는 공공연하게 토기가 아주 헐값에 팔렸는데 이들 토기가 대부분 주전의 번득에서 출토된 것이었습니다. 번득은 신라시대 공동묘지가 있었다는 얘기가 오래전부터 주전 주민들 사이에 전해왔는데 70년대 이 언덕을 밭으로 개간하는 과정에서 많은 토기가 쏟아졌습니다. 처음에는 논밭을 개간했던 사람들이 이를 귀하게 생각하지 않고 대부분 버렸는데 나중에 이들 토기가 귀중한 유물이라는 것을 안 농어민들이 남목시장에서 팔았는데 당시 모양이 좋은 토기는 한 점에 5000원 이상을 받기도 했습니다.”

당시 남목에서 토기를 팔았던 사람은 서 모씨 부인으로 한 때 그의 남편 서 모씨는 남목에 있는 서인충 장군의 산소를 관리하기도 했다. 주전 번득 일대에는 지금도 토기 파편들이 많이 흩어져 있다.

장씨가 토기 수집을 본격적으로 한 것은 이 무렵 중구 성남동에 울산 최초의 골동품 상점 고당이 문을 열었기 때문이다. 당시 고당은 성심병원 옆에 있었는데 김영신씨가 주인으로 그의 매형이 부산 온천장에서 큰 골동품 상회를 갖고 있어 부산의 지점 형태로 고당을 운영했다. 김씨가 당시 울산에 골동품 상점을 연 것은 울산에서 토기와 자기 등 고가의 골동품들이 많이 거래가 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다.

당시 이 상점을 자주 드나들었던 고객이 김용언 소아과 원장이었다.

실제로 70년대 고당에는 1000만원을 호가하는 기마상 토기와 오리 토기를 소장하고 있어 울산의 토기 컬렉터들이 눈독을 들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들 유물들이 가격이 너무 비싸 울산에서 팔리지 못하고 부산에서 판매되었다.

장왕수씨는 그때를 회상하면서 “지금 생각해도 당시 이들 토기를 구입하지 못한 것이 아쉽다”면서 “이들 토기가 지금은 국보로 지정되어 서울의 국립박물관에 소장되어 있을지 모른다”고 말했다.

현재 삼산동 아파트에 살고 있는 장씨는 아파트 방 하나를 전시관으로 만들어 토기를 보관하고 있다. 장씨 소유 토기들 중에는 손잡이가 달린 토기와 원형토기 등 질 좋은 토기가 많다.

현재 방어진에 살고 있는 장세령(72)씨 역시 방어진에서 발굴된 귀중한 토기를 갖고 있다. 장씨가 방어진 토기를 갖게 된 것은 90년대 초 이웃 마을에서 다세대 주택을 지을 때 많은 토기가 쏟아졌기 때문이다.

토기가 발굴된 유적지는 방어동주민센터 뒤 200m 지점으로 지금은 이곳에 다세대 주택 ‘부림궁전’이 있다. 90년대 초만 해도 이곳은 산지로 주위에 건물이 없었다. 따라서 이 무렵 건물을 짓기 위해 땅을 파던 중 엄청나게 많은 토기가 쏟아져 주위 사람들이 가져갔다.

이곳에는 토기만 있었던 것이 아니고 칼과 칼집도 나와 이 지역이 단순히 옛날 사람들의 주거지가 아니고 지역 토호의 무덤이 아닌가 하는 추측을 낳기도 했다. 토기는 성토과정에서 파괴된 것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온전한 모습이었으나 칼은 이미 너무 산화되어 형태를 알아보기 힘든 상태였다.

장씨가 갖고 있는 토기의 형태는 굽다리형 접시와 항아리형 토기다. 특히 장씨가 소장하고 있는 토기 중에는 붉은 점토로 제작된 종발 형 토기도 있다. 장씨는 “당시 이 지역에서 많은 토기들이 출토되었는데 인근 사람들이 모두 가져갔기 때문에 지금도 방어진 사람들 중에는 토기를 가진 사람들이 많다”고 말한다.

서부동에도 토기가 많았다. 70년대 서부동 일대에는 서부아파트가 크게 건립되었는데 이 때 대형 토기가마터가 발견되었다. 특히 역사가 오래된 민무늬토기가 이곳에서 나와 토기 수집가들을 놀라게 했다.

민무늬토기는 즐무늬토기 다음으로 청동기 시대에 주로 나타난다. 현재 동구에서 각종 민속품을 수집하고 있는 이익근(60)씨는 당시 이곳에서 나온 토기 중 가장 품질이 뛰어났던 토기를 한 점 갖고 있었다. 당시로서는 고가인 12만원이나 주고 구입했던 이 토기를 최근 그가 또 다른 토기 수집가인 유 모씨에게 양도해 지금은 유 모씨가 갖고 있다.

이씨 역시 현재 질 좋은 토기를 갖고 있다. 장경호 외에도 값진 토기를 갖고 있는 이씨는 “해안지역으로 옛날부터 많은 사람들이 살았던 동구는 자연 토기와 도자기 등 우리 조상들의 생활을 보여주는 귀중한 유물이 많았지만 이들 유물들이 개발 과정에서 사라졌다”면서 “늦은 감이 있지만 지금부터라도 동구 주민들이 갖고 있는 이들 유물들을 행정 차원에서 수집해 연구를 하면 동구 지역의 문화 역사가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요즘도 매주 장생포에서 벌어지는 골동품 입찰에 참가해 값진 유물을 사들이고 있는 이씨는 “최근 취미로 토기를 수집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가짜 토기도 많이 거래되고 있다”면서 “민속박물관에 전시될 토기는 사전에 진품 여부를 판별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강조했다.

70년대 중반 현대중공업이 들어설 때도 공장 지대에서 많은 토기가 출토되었다. 당시 오자불 도로변에는 천경록씨 소유 과수원이 있었는데 이 지역에서도 가마터가 발견되었다. 이 가마터에서는 유약 없이 초벌구이만 한 토기들이 대량으로 쏟아졌으나 이에 대한 발굴 작업을 하지 않고 그대로 묻어 버리고 말았다.

남목 동축사 인근의 옥류천에서도 적지 않은 토기 가마터가 있었다. 이 지역은 물이 좋고 화목이 많아 옛날부터 도자기를 만들었던 ‘사기쟁이 집골’로 불리었는데 해방 후 한동안 이곳에서도 토기가 나왔다. 이외에도 남목에 도란 아파트를 지을 때도 많은 토기들이 쏟아져 인근 주민들이 가져갔다.

   
▲ 장성운 울주문화원 이사 전 경상일보 논설위원

한편 동구 주민 중 역사가 오래된 돌화살촉도 보관하고 있는 사람이 나타나 문화원 관계자들을 놀라게 했다. 방어동의 김종길씨는 해방 후 미포동 현 현대 공고 자리에서 돌화살촉이 많이 나와 자신의 친구 한명이 돌화살촉을 최근까지 갖고 있었다고 증언했다. 돌화살촉은 신석기 시대 사냥과 수렵을 할 때 원시인들이 사용했던 도구로 이에 대한 연구가 이루어지면 동구 지역에서 언제부터 사람들이 살게 되었는지를 규명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한태곤 동구문화원장은 “동구는 건설이라는 미명하에 울산에서 옛 문화 자산이 가장 많이 파괴가 된 지역”이라면서 “늦은 감이 있지만 동구 문화의 연구차원에서 토기를 비롯한 옛 유물에 대한 전수 조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장성운 울주문화원 이사 전 경상일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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