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정혜 경제부기자

지난 5월부터 넉달 넘게 ‘울산, 착한가게-착한사람 이야기’를 연재하면서 다양한 업종의 자영업자들을 만났다. 음식점, 제과점, 이용원, 목욕탕, 세탁소 등 업종도 다양하다. 하지만 이들 업소의 공통점은 울산시 평균가격보다 저렴한 요금으로 지역 물가안정에 보탬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또한 착한가격업소 중 많은 곳이 인근 독거노인들을 위한 무료 이발이나 식사대접 등 지역사회 나눔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하지만 울산지역 경기가 나빠지면서 자영업자인 이들 착한가격업소도 어느 때보다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조선업 등 주력산업의 침체로 소비가 위축되면서 저렴한 가격에도 불구하고 매출하락을 피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최근에는 물가 상승률마저 가팔라 착한가격업소로 지정돼 요금을 쉽게 올릴 수 없는 이들 업소는 상황이 더욱 어렵게 됐다. 실제로 동구 대송동의 한 착한가격업소 업주는 “채솟값이 하루가 다르게 올라 다른 가게라면 요금을 일찌감치 올려야 하지만 우리집은 착한가격업소로 운영하다 보니 그마저도 어렵다”고 말했다.

이들 착한가격업소는 대부분 식재료를 저렴하게 사들이거나 인건비를 절감해 저렴한 가격을 받고 있다. 하지만 물가가 워낙 많이 오르고 매출은 떨어지다 보니 비용 절감분이 상승분을 따라가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착한가격업소 가운데 물가상승으로 어려움을 겪은 일부 업소는 가격을 올려 울산지역 평균가격을 웃돌면서 지정 취소되거나 착한가격업소 등록을 포기하는 사례가 나오기도 했다. 울산지역에서는 2013년부터 영세업소의 폐업을 포함해 지정 취소되거나 지정 포기한 업소가 25여 곳에 달한다. 사실 자영업자들의 어려움은 비단 이들 착한가격업소만의 문제는 아니다. 조사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창업한 자영업자 10명 중 2명만이 살아남는다는 통계도 있다.

대부분 오랜 경험과 노하우로 불황 속에서도 저렴한 가격을 유지해왔던 착한가격업소마저 폐업을 걱정하는 상황이라니 울산의 경기침체가 예사롭지 않다. 조선업 등 주력산업의 업황 회복으로 오랫동안 침체됐던 울산지역의 소비가 살아나 이들 착한가격업소도 어려움을 극복하고 지역 물가안정이라는 본연의 역할을 다할 수 있길 바라본다.

서정혜 경제부기자 sjh3783@ksilbo.co.kr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