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이 미래 성장동력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이 용어는 2016년 1월 스위스 다보스에서 개최된 세계경제포럼(WEF) 이후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4차 산업혁명에 대해서는 다양한 정의가 내려지고 있는데 ‘빅 데이터, 사물 인터넷, 인공지능 등을 이용한 인간생활 전반의 혁명적인 변화’가 주된 현상이며, 핵심 키워드는 ‘융합과 연결’이다. 즉, 기존의 1차(기계), 2차(전기), 3차(디지털) 산업혁명의 모든 기술들이 기하급수적으로 초연결되는 생활혁명이자 새로운 산업생태계의 출현을 의미한다. 자동차, 조선, 정유, 화학, 비철산업 등 전통 제조업이 중심인 울산의 기업들도 10년뒤 20년 뒤에도 지속성장 가능한 기업으로 위상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머지 않아 마주칠 산업생태계의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여야 하며 각 기업의 비즈니스 환경에 최적화된 대응책을 찾아야 한다.
아직 도래하지도 않은 현상에 대한 해답의 실마리를 찾기 위해 지금은 몰락한 휴대폰 기업 ‘노키아’ 사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세계 휴대폰 점유율이 50%에 육박하며 2011년까지 14년간 부동의 세계 1위를 차지하던 노키아는 불과 2년도 채 지나지 않은 2013년 9월 엄청난 규모의 적자를 극복하지 못하고 마이크로소프트사에 휴대폰 사업부를 매각한다.
노키아의 몰락은 현재의 피쳐폰 성공에 안주해 애플의 아이폰을 필두로 한 스마트폰의 위협을 간과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의외의 사실은 노키아가 스마트폰을 애플보다 10여년이나 빠른 1996년에 출시했으며, 심지어 무선 인터넷과 터치 스크린이 탑재된 태블릿 또한 애플의 아이패드보다 훨씬 먼저 개발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 당시 노키아 내부에 무슨 문제가 있었던 것일까? 이 질문에 대해서는 많은 연구가 있었는데 그 중 2016년 발표된 핀란드와 프랑스 대학의 공동연구 결과는 제조업 중심의 울산기업들이 주목해 봐야 할 의미있는 분석이 있다. 그들은 타성에 젖지도, 외부 환경에 둔감하지도 않았고, 기술도 있었다. 노키아 몰락의 진짜 이유는 내부의 기술과 정보를 조직 내에서 효과적으로 ‘통합’하고 ‘연결’하지 못해 변화와 위기상황에서 효과적으로 활용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즉, 스마트폰을 만드는 기술이 없어서가 아니라 기술의 활용이 문제였다. 애플보다 10년 빨리 스마트폰 기술을 개발했음에도 시장에서 소비자가 원하는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했던 것이다.
현재 울산의 제조업 수준은 세계 최고의 기술력과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가장 뛰어난 예언자는 과거다’라는 말처럼 현재 시점에서 울산의 미래를 노키아의 과거를 상정해서 예측해 보면 왠지 부정적인 생각이 더 드는 것은 혼자만의 느낌은 아닐 것이다. 택시 한 대 가지고 있지 않은 택시 회사 우버, 호텔 한 채 가지고 있지 않은 숙박업체인 에어비앤비, 은행 점포없는 카카오 뱅크의 사례를 통해 전통적인 제조업의 도태나 붕괴를 예측하는 것은 섣부른 판단일까? 판단은 미래의 역사가 하겠지만 세계경제포럼은 2016년 1월 보고서에서 ‘현재 7세 이하 어린이가 사회에 나가 직업을 선택할 때가 되면 65%는 지금은 없는 직업을 갖게 될 것’이라고 말할 정도로 머지 않은 미래에 ‘제조-유통-소비-서비스 전반에 걸친 경제-산업, 사회-문화의 구조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예컨대 독일은 정부 주도로 제조업과 정보통신의 융합을 통해 새로운 산업경쟁력을 확보하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이른 바 ‘Industry 4.0’이라는 미래성장 비전을 수년 전부터 추진해 오고 있다. 전통적인 제조업인 미국의 GE는 ‘CDO(Chief Digital Officer. 최고 디지털 책임자)’를 신설하고, 2015년 GE디지털이라는 회사를 설립하여 2020년까지 세계 10대 소프트웨어 기업이 되겠다는 비전을 세우고 있다. 일본, 중국 등도 그들의 방식으로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우리 정부도 4차 산업혁명위원회를 조만간 출범시킨다고 발표한 바 있지만 우리의 현실은 스위스 최대 은행인 UBS가 2016년 발표한 ‘국가별 4차 산업혁명 준비결과’에서 25위에 머물렀다. 기업의 수준도 별반 차이 없을 것으로 짐작된다. 아직 오지 않은 미래에 대해 미리 호들갑 떨 필요있느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내가 오늘 무엇을 하느냐에 따라 미래가 정해진다’는 말을 현 시점에서 음미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민경민 LS니꼬동제련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