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김하기 / 그림 이상열

▲ 그림 이상열

꺽감은 볼모로 온 질자들과 사이좋게 지냈다. 그 중 백제의 다해 공주는 자기도 모르는 이상한 감정으로 좋아했고, 신라의 실성은 좋은 말을 들려주는 큰 형님으로 생각하며 따랐다. 실성은 내물왕의 사촌동생으로 어려서부터 학문과 무예가 내물왕보다 뛰어난 데나 인물마저 훤칠하여 내물왕이 시기하던 중 고구려가 신라에게 볼모를 요구하자 냉큼 질자로 보내버린 것이다.

꺽감이 실성에게 말했다.

“형, 나도 어릴 때 달천에서 산 적이 있어.”

“그래? 우시산국 달천 말이지?”

“응, 우리 외할아버지 집에서 살았어. 쇠를 녹이는 가마도 있고 그랬지.”

쇠둑부리에서 함께 놀던 귀여운 소라의 얼굴도 살포시 떠올랐다.

“달천은 쇠둑부리 가마가 수십 개나 있는 철장 마을이지. 철을 전국에서 가장 많이 만드는 철장이어서 백제, 가야, 왜, 고구려가 다 탐을 내지.”

“고구려도 탐을 내?”

“말이라고 해? 우리 신라는 7년 전 고구려의 전쟁에서 진 뒤 제일 먼저 달천 철장의 철을 빼앗겼지.”

“훌륭하신 우리 대왕님이 그렇게 하시겠어?”

“넌 아직 어려서 몰라. 고구려는 다라국의 가야철도 가져가고 있어. 그래서 고구려의 힘이 세진 거야.”

“설마 우리 가야도?”

“물론이지. 가야 야로 철장의 철을 다 가져가고 있지.”

실성은 이따금씩 알 수 없는 말들을 했다. 욕이 조상과 나라에 미쳐도 부끄러움을 모르는 사람이 되어서야 되겠는가. 반드시 신라에 돌아가 고구려의 속국에서 벗어나게 할 것이다. 꺽감이 실성과 함께 있으면 자기도 모르게 고국 가야에 대한 충정이 생겼다.

실성이 꺽감에게 말했다.

“헌데 저기 백제공주 다해 말이야.”

“다해가 왜?”

“거련과 소꿉놀이 하면서도 마음은 엉뚱한데 있어. 보라구, 너를 한 번씩 해끔해끔 쳐다보잖아.”

아니나 다를까 실성의 말대로 다해가 고개를 숙인 채로 꺽감을 슬쩍 쳐다보았다.

“그게 왜?”

“바보야. 그건 거련과 놀고 있지만 마음은 너한테 있다는 신호를 보내는 거야. 너도 다해를 좋아하지. 헌데 거련은 그걸 정말 싫어해. 탐을 내고 시샘하는 것은 사람이 태어나 밥을 먹으면서 생겨난 습성이야. 절대 거련 태자 앞에서 잘난 척 하지 말고 그저 쥐 죽은 듯이 있어야 무사히 고국으로 돌아갈 수 있어. 알겠어?”

 

우리말 어원연구
우시산국: 울산,
다라국: 합천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