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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숙의 이슈 인터뷰]평면 속의 공간·직설과 은유로 보이는 것 너머를 보다(2)아티스트 김현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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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9.25  22:3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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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면 위에 레진을 붓고 조각칼로 수많은 선을 긁는 작업을 반복해 평면 속에 공간을 표현하는 작업을 하는 김현식 작가. 임규동기자

서울 학고재·뉴욕ACNY 전속 작가로
세계 미술시장에서도 주목한 울산 작가
무수한 선의 포갬…깊은 공간감 획득
형태 대신 화려한 컬러로 눈길 사로잡아
공존하기 어려운 것들의 공존 묘사
울산에서도 세계적 활동 지장 없는 시대
후배 작가들이 더 작업하기 좋고
세계적 미술행사 열리는 도시로 기대


아티스트 김현식(52). 그는 산청에서 태어났고 20여년 전부터 울산에서 살고 있다. 작업실은 중구 반구동에 있다. 어릴 때부터 화가가 되고자 했고 홍익대를 나왔다. 외국 유학경험이 없는 순수 국내파다. 그런데 지금은 외국에서 더 주목받는 작가다. 7년여전 런던 모거모던아트(Mauger Modern Art)갤러리의 전속작가로 5년간 활동했고 지금은 뉴욕의 ACNY에이전시에 소속돼 있다. 국내에서는 5대 화랑으로 꼽히는 학고재 갤러리의 전속작가다. 해외 유명 아트페어에는 출품만 하면 ‘솔드아웃’이다. 아트 파리 8점, 아트 뉴욕 8점, 마이애미 10점. 국내 작가 가운데 세계시장에서 가장 잘 팔리는 작가로 꼽힌다. 세계적인 미술잡지에도 곧잘 소개된다. 세계적인 작가가 울산 등의 지방도시에서 작업하는 예는 많지 않다. 그가 울산에서 어떤 작업을 하고 있을까.

△작가로서 어디에 살고 있느냐가 우리 사회에서는 중요하다. 지방도시인 울산에서 작품활동을 하기가 쉽진 않을 것이다.

   
▲ Who likes colors?

“1997년에 울산에 왔다. 울산에 대학동문전시회가 있다고 해서 보러 왔다가 지금의 아내를 만나 울산사람이 됐다. 서울에서 승승장구하는 동문들을 보며 속상했던 적도 있다. 그 시기를 지나고 보니 오히려 울산에 있는 것이 더 좋은 점이 됐다. 떨어져 있음으로써 작업에 몰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젊을 때는 서울에 정보와 기회가 몰려 있었으나 지금은 울산에서도 세계 예술의 중심인 뉴욕이나 유럽과 곧바로 연결할 수 있는 세상이다.”

△세계 미술시장에서 잘 팔리는 작가로 주목받고 있다. 앞으로의 전시 계획은.

“7년 만에 국내 전시를 계획하고 있다. 내년 1월 학고재 갤러리 개인전 준비에 한창이다. 이어 프랑스, 싱가포르 등에서도 개인전을 하게 될 것 같다. 올 12월에 아트 마이애미, 내년 3월 홍콩 바젤, 5월 아트 파리 등도 계획돼 있다. 국제적인 아트페어에는 매년 5~7회 참여하고 있다.”

세계시장이 그를 주목하게 한 작품은 여성의 머리를 매우 사실적으로 그린 ‘Beyond The Visible(보이는 것 너머)’이다. 제목이 말해주듯 그가 그리고자 한 것은 여성이 아니다. 머리카락이라는 연속된 선을 통해 ‘보이는 것 너머 보이지 않는 것’ ‘2차원 속의 3차원’, ‘유위(有爲)와 무위(無爲)’ 등 공존하기 어려운 것들의 공존을 한 화면에 담고자 했다.

   
▲ Beyond The Visible.

머리카락은 다시 폭포 시리즈인 ‘Illusion(환상)’으로 이어진다. 쏟아지는 하얀 폭포를 머리카락 그리듯 섬세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강렬한 형상에 대한 주목을 벗어나 그의 진정한 생각을 담아내기 위해 한발 나아간 길은 추상이다. 사각(가끔은 원)의 틀 안에 셀수 없이 많은 선(線)을 반복적으로 포갬으로써 화면 깊숙이 공간감이 확보된 추상 작업은 나중에 세계적인 미술평론가 존 라이크만(John Rajchman·컬럼비아대 미술사교수)에 의해 ‘Who likes colors?’라는 제목을 얻었다.

△추상작업은 직선의 반복이라는, 결과로서는 매우 단순해보이는 작품이다.

“사실 추상작업이 처음부터 보여주고 싶었던 본질이다. 보이는 것을 통해 보이지 않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머리카락, 폭포 등은 형태가 있어 접근이 쉽지만 추상으로 어떻게 관람객을 끌어들일까 고민했다. 그 답이 컬러였다. 컬러는 미술의 가장 본질이고 근본이다. 화려한 색깔에 끌려 다가오면 그 다음 정적인 가운데 공간을 느낄 수 있게 된다. 그렇다고 조각을 하고 싶진 않다. 미술의 근본인 평면을 유지하면서 그 속에 공간도 담고 싶다. 서양사람들도 그들이 접근하기 어려운 내면으로 자연스럽게 들어가면서 자신에 대한 질문을 하게 되기를 바란다.”

그는 하나로 단순하게 정의되는 것 보다 이중적인 의미를 동시에 지니는 것을 좋아한다. 인간이 얼마나 복합적인 존재이던가. 그의 의도는 한국 뿐 아니라 세계 곳곳의 사람들에게 충분히 공감을 얻기 시작했다. 기본과 근본을 지키는 작업에서 오히려 기본을 벗어나고 한계를 뛰어넘어 더 많은 것들을 느끼게 된다. 서구적이면서 동시에 동양적이라는 평가도 듣고 있다.

△‘공감을 품은 평면’이라는 평가가 있던데, 작업과정을 자세하게 설명하면.

“먼저 원하는 크기와 모양의 알루미늄 패널을 주문해서 캔버스를 만든다. 그 위에 액체 상태의 레진을 1㎜ 정도 바른다. 레진이 굳어지면 그 위에 조각칼로 직선을 빼곡히 긋는다. 긁힌 홈 속에 물감을 바른 다음 물감을 닦아내면 홈에만 색깔이 남는다. 일종의 상감기법이다. 힘조절에 따라 선의 굵기가 달라지면서 더 다양하고 풍성한 공간이 만들어진다. 이런 과정을 7~8회 반복하면 직선으로 이루어진 깊이 있는 공간이 생겨난다.”

△작업과정이 너무 힘들지 않나.

“미술은 그 사람만의 시각적 언어가 들어 있어야 한다. 캔버스에 그림을 그리는 것은 이미 한계가 도달했다. 새롭다고 생각해 작업을 한들 이미 있거나 금세 다른 작가들과 비슷해진다. 어떤 작가도 해보지 않은 것, 회화의 기본인 평면을 떠나지 않으면서도 붓으로 형태를 그리는 전통적 회화를 벗어나는 작업방법에 대한 고민을 오랫동안 했다. 화공약품상을 수없이 찾아다니고 반복적인 실험 끝에 에폭시 레진(Epoxy resin)을 찾았다. 투명하게 코팅하거나 공간감을 줄 수 있는 적절한 재료다.”

△노동력이 너무 많이 들어간다. 많은 작업을 하기도 힘들고, 큰 작품을 하기도 어렵겠다.

“건축가들이 콜라보를 하자는 제안을 종종한다. 하지만 너무 엄청난 노동력과 재료·비용의 한계로 인해 어려움이 있다. 그래서 뉴욕의 에이전시 ACNY가 크기와 모양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에디션(edition·한정된 수량의 복재 작품) 작업을 준비하고 있다. 내년이면 벽면 하나를 모두 채우는 설치작업이나 실내건축재료로도 활용이 가능해질 것이다.”

△국제설치미술제와 중구문화의거리아트페어에 운영위원으로 참여하기도 했다. 울산 지역사회와 미술계에 대해 나름의 애정인가.

   
▲ 정명숙 논설실장 ulsan1@ksilbo.co.kr

“울산에 대한 애정이 점점 커진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겠다는 생각에 미술행사와 행정에 참여도 하고 비판도 하려 한다. 젊은 작가들에겐 문화적으로 부족한 부분이 많은 도시다. 울산이 예술적으로 더 발전하고 지역작가들의 역할이 더 확대되기를 바란다. 태화강국제설치미술제가 세계적인 미술행사가 되기를 희망한다.” 정명숙 논설실장 ulsan1@ksilbo.co.kr

▶아티스트 김현식씨는
-1992년 홍익대 미술대학 회화과 졸업
-현재 학고재 갤러리(서울), ACNY(뉴욕) 전속 작가
-2016 made in the EAST,(MDZ Art, Knokke, 벨기에)
-2016 1st international Exhibion of Contemporary Art of Emei(여산현대미술관/ 중국)
-2016 Who likes K colors? (Hakgojae/ Shanghai)
-2016 Who likes colors? (Art Loft/Brussels)
-2013 Inbetween Spaces(maugermodern art gallery /런던)
-2012 ‘부산비엔날레 특별전’(부산문화회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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