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동궁서 화강암 변기·배수시설 확인…“완전한 고대 화장실 유적은 최초”

▲ 경주 동궁에서 나온 변기. [문화재청 제공]

신라의 별궁이었던 경주 동궁(東宮)에서 통일신라시대인 8세기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수세식 화장실 유적이 나왔다.

우리나라 고대 화장실 유적 중에 화장실 건물과 변기, 오물 배수시설이 모두 발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문화재청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는 경주 ‘동궁과 월지’(사적 제18호) 북동쪽 지역에서 발굴조사를 진행해 초석 건물지 안에 있는 석조 변기와 배수시설을 확인했다고 26일 밝혔다.

화강암을 가공해 만든 석조 변기는 기울어진 암거(暗渠·물을 빼낼 수 있도록 밑으로 낸 도랑)가 있는 타원형 변기 좌우에 발을 디딜 수 있는 널찍한 직사각형 판석이 놓여 있는 구조다.

사람이 쪼그리고 앉아 용변을 보면 오물이 암거를 통해 배출되는 형태다.

▲ 경주 동궁에서 나온 화장실 유적. [문화재청 제공]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 관계자는 “물을 유입하는 설비가 따로 갖춰지지 않은 점으로 미뤄 항아리에서 물을 떠서 변기에 흘려 오물을 씻어 내렸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고급 석재인 화강암이 쓰였고, 변기 하부와 배수시설 바닥에 타일 기능을 하는 전돌을 깐 것을 보면 신라왕실에서 사용한 고급 화장실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지금까지 국내에서는 경주와 익산 등지에서 고대 화장실 유적이 출토됐다.

익산 왕궁리에서는 7세기 배수저류식 화장실 유적과 뒤처리용 나무 막대기가 나왔으나, 석조 변기는 발견되지 않았다.

또 경주 불국사에서는 8세기에 제작된 변기형 석조물이 출토된 바 있다.

이번 발굴조사에서는 화장실 유적 외에도 남북 길이 21.1m, 동서 길이 9.8m로 추정되는 대형 가구식(架構式) 기단 건물지가 확인됐다.

가구식 기단은 석재를 목조가구처럼 짜 맞춘 기단을 말한다.

이 건물지는 통일신라시대 왕경 도로와 맞닿아 있고, 건물지 규모에 비해 넓은 계단시설이 있어 그간 경주 동궁에서 나오지 않았던 출입문일 가능성이 크다고 연구소는 설명했다.

과거에 안압지로 불린 동궁과 월지(月池)는 신라가 삼국을 통일한 직후인 674년 조성됐다.

1975년 조사에서 인공 연못과 섬, 건물지가 발굴됐고 유물 3만여 점이 출토됐다.

2007년부터는 동궁과 월지 북동쪽에서 조사가 이뤄지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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