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깨치면 보는 것마다 아미타불이요, 가는 곳마다 극락입니다. 그러니 반드시 수행해야 합니다"

 조계종의 새 종정 법전(77) 스님이 2일 자신의 거처인 해인사 퇴설당 뜰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종단 운영 등에 대한 구상을 밝혔다.

 지난달 26일 종정으로 추대된 스님은 회견중 수행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하면서도 청동대불 건립, 멸빈 등 현안에 대한 나름의 입장을 피력했다.

 회견에 앞서 기자들이 3배의 예를 갖추자 스님은 "산골 중이 뭘 알겠는가" "개명불개체(改名不改體)라, 종정이라는 이름만 붙었지 본바탕은 달라진 게 없습니다"라고 답했다.

 -교시를 한 말씀 해달라.

 "조계종은 수행종단인 만큼 지계(持戒)가 우선돼야 한다. 똥 담은 바가지에 아무리 좋은 물을 담아도 똥물이다. 그릇 자체가 깨끗해야 수행이 되고 맑은 지혜가 나온다. 계행이 첫째이다. 계행이 분명해야 종단의 위계질서가 생긴다. 그리고 수행해야 한다. 수행에서 지혜가 생기고 발라진다. 정직해진다. 정직하고 성실한 사람이 부처이다. 바른 행동과 바른 말이 사회의 거울이다. 중생을 교화해야 한다. 나보다 못하면 돕고 잘난 사람에게는 기탄없이 배워야 한다 그러면 이 사회가 극락이다. 나는 아미타불이 만든 극락도 원치 않고 하느님이 만든 천당도 원치 않는다. 내 손으로 만든 극락에서 살고 싶다"

 -현 시점에서 조계종단에 가장 시급한 일은.

 "첫째는 화합이다. 그것이 시작이다. 교육을 통해 종단을 어느 정도 궤도에 올려놓아야 한다"

-올해는 대선이 있다. 어떤 후보가 대통령이 돼야 하는가.

 "국민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는 정치인이 돼야 한다. 올해 우리 나라에는 4가지 큰 일이 있다. 4가지를 반드시 성공해서 선진국으로 진입할 것으로 확신한다. 대통령은 자기가 된다고 해서 하는 게 아니다. 국민 전체의 눈이 있다"

 -포교 방안은.

 "정화는 방식 자체가 불교에 맞지 않는다. 부처가 가섭존자를 가르치듯 인격자를 기르는 게 종교혁명이다. 정부가 돕는다고 종교가 발전하는 것이 아니다. 스님이 수행을 잘 안해서 문제인 것이다. 인격을 갖춘 수행승이 나와야 한다. 그래야 불교가 제대로 된다. 구석구석에 정진하는 사람이 있어 훌륭한 스님이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

 법전 스님은 회견을 마친 후 "내가 좋아하는 시가 있다"며 당나라 은자인 한산(寒山)의 시를 소개했다. "한산자 장여시(寒山子 長如是)/독자거 불생사(獨自去 不生死)" 이어 스님은 법문을 들려줬다.

 옛날 당나라 말기에 깨농사를 짓고 사는 투자(投子)선사가 있었다. 하루는 한수좌가 찾아갔다. 투자선사가 "어디서 왔느냐"고 묻자 수좌는 "칼산으로부터 왔습니다"라고 답했다. 이에 투자선사가 "칼 가지고 왔느냐"고 하자 수좌는 손가락으로 땅을 가리켰다는 것이다.

 법문을 끝낸 스님은 "기자들, 손가락으로 땅을 가르친 게 무슨 뜻인지 아는가"라고 물었다. 모두가 갸우뚱하자 "아무도 얘기 못하시네"" 하더니 "한번 얘기해봐. 업!"하며 냅다 일갈했다. 퇴설당 뜰이 쩌렁 울렸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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