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관절질환 예방법

▲ 이승훤 울산자생한방병원 한의사가 병원을 찾은 환자와 상담을 하고 있다.

민족의 대명절 추석이 다가오고 있다. 명절이면 한동안 보지 못했던 가족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 마련이지만, 눈코 뜰 새 없이 더욱 바쁜 이들도 있다. 택배기사, 대형마트나 백화점 판매직원, 운전직 종사자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에게 명절은 1년 중 가장 바쁜 시기로, 정신없이 물건을 나르고 하루 종일 운전을 하다보면 명절이 아니더라도 척추·관절 건강을 잊기 일쑤다. 명절이 되면 더욱 ‘극한직업’으로 꼽히는 이들이 건강한 추석을 보낼 수 있도록 척추 관절 질환 예방법과 상황별 스트레칭법에 대해 알아보았다.

◇쏟아지는 물량에 택배기사 허리 ‘휘청’

택배기사들은 명절이 다가오면 몰려드는 택배 물량으로 1년 중 가장 바쁜 시기를 보낸다.

택배업계에서는 올해 추석 택배 물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5% 증가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택배 물량은 업체마다 다르지만 하루 최대 150만 박스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택배 업체들은 일찌감치 비상근무 체제에 돌입해 물량을 소화하고 있다.

10년 째 택배기사로 일하고 있는 A(38)씨는 “명절은 1년 중 물류가 가장 많이 증가하는 시기다. 한 사람이 하루에 300~400개의 물량을 소화하기도 한다”며 “이는 평소 택배 물량에 비해 4배 가량 많은 수치”라고 말했다.

택배기사가 장시간 무거운 짐을 옮기거나 지속적으로 움직이면 척추와 주변 연부조직에 부담을 주게 된다. 이 과정에서 바른 자세를 유지하지 못하면 통증이 발생할 수 있다.

무릎을 편 채 허리만 구부려 물건을 들거나 팔 힘으로만 들어 올리면 급성 허리디스크(추간판 탈출증)가 발병할 수 있다. 무거운 물건을 들 때 순간적으로 척추에 강한 힘이 실리면 디스크가 압박을 받아 외벽인 섬유륜이 손상을 입고, 균열된 섬유륜 사이로 내부의 수핵이 밖으로 흘러나와 신경을 압박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무거운 물건을 들 때에는 무릎을 굽혀 반쯤 앉은 상태에서 물건을 몸 쪽으로 끌어당겨 들어 올리거나 물건을 몸에 바짝 붙인 다음 들어 올려야 척추 건강을 지킬 수 있다.

이승훤 울산자생한방병원 한의사는 “무거운 짐을 반복적으로 옮기게 되면 급성 허리 염좌뿐만 아니라 퇴행성 관절 질환이 발생하기 쉽다”며 “짐을 들기 전 틈틈이 스트레칭을 하고, 물건을 들 때 올바른 자세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하루 종일 서 있는 판매직원은 무릎 조심

명절은 대형마트와 백화점의 대표적인 성수기다. 그만큼 판매직원들이 일해야 하는 시간도 늘어나기 마련이다.

유통업계에서는 추석 연휴에 대체공휴일까지 겹치는 이번 황금연휴를 맞아 큰 폭의 매출 상승을 기대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5월6일이 임시공휴일로 지정되면서 백화점업계의 매출액은 약 16%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백화점과 대형마트에서 일하는 판매직원들은 하루 평균 10시간 이상의 근무로 인해 척추와 관절에 많은 무리가 올 수밖에 없다. 장시간 서 있으면 척추 주위의 근육과 뼈가 긴장하게 돼 근육이 수축한다. 특히 등을 굽히고 턱을 앞으로 빼거나 군인 같은 차렷 자세는 허리와 목에 좋지 않다. 이런 자세가 계속되면 근육이 굳어져 척추 주위의 연부조직이 척추를 보호하지 못하게 되고, 결국 요추염좌나 후관절증후군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오랜 시간 서서 일해야 한다면 바른 자세를 습관화해야 한다. 한 쪽 발을 앞으로 내밀고 무릎을 살짝 구부린 상태에서 허리를 바로 세우고 가슴을 편 채로 턱을 당기면 된다. 만약 받침대가 있다면 벽돌 한 장 높이의 받침대에 두 다리를 주기적으로 번갈아 얹으면 상반신 근육이 긴장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또 50분에 1번씩 스트레칭을 하거나 가벼운 산책을 통해 경직되어 있는 자세를 풀어주는 것이 좋다.

◇도로 위 운전직 종사자들 척추 건강 주의

이번 추석 연휴는 최장 10일짜리 황금 연휴가 이어진다. 하지만 이와는 별개로 운전직 종사자들은 도로 위에서 명절을 보내는 경우가 많다. 이럴 때 일수록 운전직 종사자들은 자신의 척추 건강에 신경을 써야 한다.

8년째 버스운전기사로 일하고 있는 B(42)씨는 명절 때마다 목과 어깨, 허리 통증으로 고생한다. 그는 “직업 특성도 있지만 명절에는 도로에 차가 많아 오랜 시간 운전할 수밖에 없다. 좁은 공간에서 움직이지 않고 앉아 있으면 없던 병도 생기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앉은 자세에서는 척추에 실리는 무게가 크게 늘어난다. 앉아있는 시간이 길어지면 자연스럽게 척추뼈와 디스크 등이 압박받고 이는 척추 질환의 원인이 된다. 운전을 할 때 몸을 뒤로 젖히거나 앞으로 내밀어 등이나 엉덩이가 등받이에서 떨어지면 요통이 생기기 쉽다. 따라서 엉덩이를 깊숙이 들이밀어 앉아야 한다. 무릎은 60도 정도 굽히는 것이 척추 질환을 예방하는데 좋다.

이 한의사는 “운전직 종사자들은 고정된 자세로 오랜 시간을 보내기 때문에 긴장한 어깨와 목, 허리 등에 통증이 쉽게 올 수 있다”며 “장시간 운전할 때에는 올바른 자세로 운전하는 것이 중요하다. 엉덩이를 뒤로 밀착해 허리와 목을 곧게 편 자세로 최소 2시간 간격을 가지고 휴식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우사기자 woos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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