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주도로는 성공 어려워
법원·검찰·경찰의 자체 개혁
상호협조와 견제, 조화 이뤄야

▲ 손영재 법무법인 늘푸른 변호사

최근 우리는 새로운 정부 주도로 법원, 검찰, 경찰 등 우리 사회의 형사 사법적 정의 실현을 위한 기관의 조직과 시스템을 개혁하려는 강한 움직임을 보고 있다. 법원과 검찰의 기존 지휘부를 불신, 전임 대법원장보다 무려 13년이나 후배인 김명수 신임 대법원장이 임명되고, 검찰에 대한 예산권과 인사권을 가진 법무부 장관에 검찰에 비판적이었던 대학교수가 임명되는가 하면 검찰내 요직인 서울중앙지검장에 한직인 고검검사로 전전하던 윤석열 검사장이 임용됐다. 뿐만 아니라 최근 법무부 소속 법무·검찰 개혁위원회에서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대한 권고안을 제시했다. 경찰도 인권을 존중하는 경찰제도 개선을 경찰개혁위원회를 중심으로 모색해 왔다.

하지만 형사 사법적 정의 실현을 위한 시스템은 법치주의 국가에 있어서는 매우 중요한 근간이고 그 개혁은 아무리 신중을 기해도 지나치지 않다. 형사 사법적 정의의 측면에서 개혁은 ‘죄진 자를 처벌하고 무고한 자를 처벌하지 않아야 한다’는 기본 사명을 제대로 이행하도록 만드는 것이어야 한다. 처벌은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으면서 인간애가 전제되어야 하고, 수사 및 재판 과정에서 당사자들의 인권은 존중되면서도 실체적 진실 발견에 있어 수사의 효율성과 재판의 공정성이 보장되어야 한다.

그러한 목표에 현재 보다 더 가까이 가도록 제도와 절차를 개혁하는 것이 중요하다. 본질적으로 법원과 검찰 및 경찰의 형사 사법적 권한은 위와같은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존재하므로 이를 두고 정치인이 추구하는 목표인 정권 획득과 같은 차원의 ‘권력’으로 보아서는 안된다. 처벌되어야 할 범죄를 저질러도 처벌을 면하게 해 주고 범죄를 저지르지 않아도 처벌할 수 있다면 그것이 권력적 작용일 것이다. 그런데 정치권 일각에서는 마치 검찰이 대단한 권력을 가진 양 그 권력을 빼앗아 고위 공무원 등의 수사권은 공수처에 주고, 일반인 수사권은 경찰에 주는 식으로 검찰 권력을 분산시키거나 박탈하는 것이 형사 사법 개혁의 본질인양 여기는 경향이 있어 보인다. 물론 과거 검찰이 수사권을 적정하게 행사하지 못한 일부 정치적 사건에 있어 국민적 비판을 받음으로 인해 그러한 현상이 단적으로 나타난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 그것이 우리가 지향하는 바람직한 형사 사법적 정의 실현을 위한 제도와 절차를 개혁하는 올바른 길 일 수는 없다.

형사 사법 절차를 경험해온 변호사의 눈으로 볼 때 법원의 예를 들면 민사 재판과는 달리 형사 재판을 담당하는 판사 중에는 재판을 받는 피고인이나 그 변호인의 재판상 권리를 제대로 보장하고 그들의 주장에 있을 수 있는 실체적 진실에 귀기울이기 보다는 자백을 좋아하고, 변호인이 뭐라고 떠들어도 판사가 듣지 않으면 그만이라는 식의 모습을 가끔 보곤 한다.

검찰의 경우도 피의자를 함부로 대하거나 변호인에 대해 모욕적인 표현을 서슴지 않는 검사도 없다고 할 수 없다. 경찰의 경우도 사건에 집착해 조사를 받는 피의자를 원수처럼 대하고 어떤 말을 하든 거짓말이라고 굳게 믿고 반드시 구속시켜버리겠다고 막말을 하는 경찰수사관도 존재한다. 한편으로 어느 재판부에 사건이 배당되면 일단 안심을 하게 되는 재판부도 있고 굳이 변호사가 적극적인 변론을 하지 않더라도 피의자의 변소를 잘 듣고 적정한 처분을 하는 검사도 있고, 차분하고 냉정하게 사건의 실체를 파악하고 검사와 협의해 수사를 진행하는 훌륭한 경찰수사관도 있다. 전자의 경우를 줄이고 후자의 경우를 늘리도록 하는 것이 옳은 개혁의 방향이 아니겠는가?

형사 사법적 정의를 실현하는 절차적 개혁은 외부 정치권의 주도로 이루어져서는 성공하기 어려울 것이다. 법원과 검찰, 경찰 모두가 각각의 치부를 국민의 시각에서 객관적으로 들여다 보고 개선 방안을 찾아 자체 개혁 및 상호 협조와 견제를 강화함으로써 인권 보장과 실체적 진실 발견이 조화를 이루어 형사 사법적 정의가 실현되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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