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교육청이 교육연수원 이전 부지로 북구 정자동 옛 강동중학교를 선정했다. 교원과 지방공무원 등 교육계 1만3000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가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마땅한 부지를 찾지 못하고 오락가락하며 10년여를 끌어온 교육연수원 이전 사업이 이로써 마무리될 지는 아직도 미지수다. 현재 교육연수원이 있는 동구의 주민들은 애초의 약속대로 동구지역 내로 이전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법적공방까지 예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교육청이 일방적으로 옛 강동중학교로 이전부지를 확정발표한 것에 대해 동구주민들이 발끈하는 것은 당연하다고도 할 수 있다. 동구주민들은 지역내 공공기관이 없어 소외감을 갖고 있는데다 결과적으로 교육청이 약속을 깬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와서 십수년동안 두 기관간의 협의를 끌어내지 못한 책임을 교육청에만 묻기도 애매한 부분이 없지 않다. 또한 기존 연수원 부지에 버금가는 자연조건을 갖춘 땅을 원하는 교육계의 입장도 이해못할 것은 아니다. 동구 관내에서 합의된 부지를 찾지 못한 상태가 지속되면 대왕암공원개발사업도 지연될 수밖에 없고 그 피해는 결국 동구주민들에게로 돌아가게 된다. 근래들어 오토캠핑장, 미로공원, 어린이테마파크 등이 들어서면서 동구지역의 공공기관 소외감도 다소 극복됐다.

현재 교육연수원은 1947년 지역유지인 고 이종산 선생이 땅 3만4000여평과 200만원의 현찰을 희사해 설립한 방어진수산중학교가 전신이다. 중학교가 1990년 화정동으로 이전하면서 교육연수원으로 바뀌었다. 연수원은 시설이 노후해진데다 때마침 2008년 대왕암공원개발계획이 세워지면서 이전논의가 급물살을 탔다. 이전계획은 2010년 3월16일 1차 협약서 체결, 2012년 12월31일 2차 협약서(이전지원약정서) 체결, 2013년 2월 연수원 매각 손실보상 계약 체결, 같은해 4월 옛 동구화장장 부지로 이전 기본계획 수립 등으로 조금씩 진전돼왔다. 그러나 교육청이 화장장 부지로 이전하기를 거부하면서 동구 내 새로운 부지확보에 대한 동구청과 교육청의 이견은 날로 커져갔다. 결국 교육청이 일방적으로 울산시 전체로 범위를 넓혀 부지 찾기에 나서 마침내 옛 강동중학교 부지로 이전을 결정했다. 동구청의 미온적 태도도 한몫했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이젠 교육청과 동구청이 합의를 통해 동구 내에서 새로운 부지를 확보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시점이다. 혹여 지역내 공공기관끼리 법적다툼을 벌이는 것은 볼썽사납다. 감정적 대립을 한풀 늦추고 교육연수원 이전을 통한 상생에 마음을 모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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