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제조업의 양대 축 현대차·현대중
글로벌 불황에도 노사갈등으로 위기
노사 한마음으로 경쟁력 제고 서둘러야

▲ 김창식 경제부장

수출 감소, 내수침체, 노사갈등, 제조업 고용절벽, 인구 유출, 부동산가격 하락…. 주력 제조업의 성장 한계로 7년째 추락중인 울산경제가 갈수록 깊은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다. 특히 울산 제조업의 양대 축으로 고용 창출력이 절대적인 자동차와 조선산업은 고질적인 노사갈등과 경쟁력 약화로 날개 없는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현대차는 중국의 사드보복에 따른 판매부진과 합작사와의 갈등, 실적 악화, 고질적인 노사갈등, 미국의 FTA재협상 압력 등 각종 악재에 노출되면서 ‘퍼펙트 스톰(Perfect storm)’의 상황에 직면했다.

현대차의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률은 전년 동기 대비 1.2%P 하락한 5.4%에 머물렀다. 글로벌 완성차 브랜드 12곳 가운데 순위는 지난해 4위에서 9위로 급추락했다. 현대기아차 그룹의 상반기 중국 판매량은 작년 동기 대비 52.3%나 급감했고 미국시장에서도 고전을 면치못하고 있다.

지난해 10월부터 비상경영을 하고 있는 현대차 임원들은 월급 일부를 반납하며 고통을 분담하고 있고, 회사는 미래차 경쟁기반인 연구개발(R&D) 비용까지 줄일 정도로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하지만 노조는 올해로 6년 연속 파업을 단행했다. 현대차의 파업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은 갈수록 따가워지고 있다. 회사경영은 아랑곳 않고 연봉 1억원대의 귀족노조의 ‘내몫챙기기’식 인상을 주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고래등 싸움에 일감이 줄어든 영세 협력업체들로선 속앓이만 깊어지고 있다.

현대차의 임금은 세계 최고인데 생산성은 경쟁업체에 한참 뒤떨어진다, 2015년 기준 한국의 5개 완성차업체 평균 임금은 9313만원으로 세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반면 생산성 척도인 현대차의 HPV(차 1대 생산하는 데 드는 노동시간)는 26.8시간으로 도요타, 폴크스바겐, GM은 물론 중국 베이징 공장(17.7시간), 인도 첸나이 공장(20.7시간)와 비교해도 처진다.

매번 반복되는 노사간 힘겨루기식 소모전에 ‘현대차의 위기’ 진단이 터져나오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의 한 관계자는 “현대차가 5년 뒤에도 지금의 지위를 이어갈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 위기에 봉착했다”고 진단했다. 심지어 한국은행의 한 간부는 “5년 뒤 현대차가 무너졌을 때 국내 경제에 미칠 파장을 고려해 대응 시나리오를 준비해야 한다는 내부 목소리가 적지않다”고 밝혔을 정도다.

조선업황 부진 여파로 경영위기에 처해 뼈를 깎는 자구계획을 이행중인 현대중공업 노사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현대중공업 노사는 아직까지도 올해는커녕 지난해 임단협 조차 타결하지 못한 채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상황이다.

현대중공업은 최근 수주한 일감이 떨어져 인력이 남아돌자 유급휴직제 시행계획을 발표했다. 전체 11개 도크 가운데 지금까지 3개 도크 가동을 중단했지만, 여전히 일감이 떨어져 인력조정이 불가피하다는 게 회사측의 입장이다.

현대중공업은 엔진기계 사업부문부터 유급휴직을 시작했고, 9월부터 일감 부족현상을 겪는 사업부문별로 돌아가며 휴업과 교육을 본격화하고 있다. 유급휴직과 관련해 노조는 회사의 인적 구조조정계획 철회을 요구하며 강경책으로 나서고 있다. 회사가 휴직할 정도로 어렵지 않다는데 노조의 판단이다.

노사간 갈등이 지배하는 울산 자동차 산업은 미국 자동차 도시 ‘디트로이트의 몰락’의 전철을, 조선업계는 계속되는 임금 상승으로 경쟁력을 상실한 스웨덴 조선도시 ‘말뫼의 눈물’을 재연하려 하고 있다. ‘내우외환’에 비틀거리고 있는 현대차와 현대중이 ‘비운의 말로’를 맞이하지 않으려면 협력과 공존의 패러다임을 모색해야 한다.

김창식 경제부장 goodgo@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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