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천 국립합창단 예술감독 겸 상임지휘자·합창지휘박사

예전 추석과 지금 추석에는 풍습과 할일, 하는 일이 많이 달라졌다. 추석이 되면 예전에는 모처럼 한복을 차려 입고 큰집, 작은집, 외갓집을 찾아다녔다. 차례를 지내고, 산소도 가고, 밤·대추도 따고, 또래들끼리는 다락방에서 자면서 귀신얘기를 하며 무서움을 즐기기도 했다. 오랜만에 모인 친척들이 빼놓지 않고 하는 재미거리는 아이들에게 노래 등 장기자랑을 시켜 용돈을 주는 것이었다. 그 때 유난히 작은 목소리로 노래를 하는 아이가 있으면 ‘아랫배에 힘주고’ 큰 소리로 해보라고 격려를 하곤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아랫배에 힘주고’ 노래하라고 했던 어른들의 말이 다름아닌 성악지도였다. 성악에서 가장 중요하고 필요한 것이 바로 복식호흡, 아랫배에 힘주고 노래하는 것이다. 복식호흡을 잘 해야 성악을 잘 배우고 소리도 커지며 호흡도 길어진다는 것을 몰랐던 그 땐 아랫배에 힘주라는 것이 어른들의 막연한 생각인 줄로만 알았다. 이제 성악을 지도하고 합창을 지도하는 지휘자가 돼서 보니 지금 필자가 지도하는 호흡법과 어른들의 격려가 어쩜 그렇게 똑같을 수가 있는지 신기할 따름이다.

오페라를 하는 서양의 발성법이나 판소리를 하는 우리의 발성법이 모두 결국 아랫배에 힘을 주어 목에 들어가는 힘을 극소화해서 목은 보호하고 소리는 우렁차게 노래하는 방법으로 일맥상통한다. 그 때문인지 지금 세계 오페라계에서는 대한민국 출신이 으뜸을 꼽힌다. 음악의 본 고장인 유럽이나 세계 최고의 음악 시장인 미국에서도 콩쿠르나 오페라 오디션에 우리의 성악가들이 최고 좋은 성적으로 입상하고 있다. 오페라의 주역은 물론이고 오페라에 나오는 합창단도 우리 성악가들이 많이 점하고 있다.

추석에 대한 느낌도 많이 달라졌다. 안방에 빙둘러 앉아 노래시키며 배에 힘주라고 하시던 어른들에 대한 추억을 가지고 있는 세대가 있는가하면 긴 연휴를 맞아 차례도 지내지 않고 해외여행을 가는 세대도 있다. 벌초도 미리미리 하고 차례도 꼭 고향에 내려가서 가족들과 친척들이 모여 지내지는 않는다. 예전처럼 몰려다니며 인사할 만큼 가까운 곳에 사는 친척도 드물다. 앞으로 10년 후면 또 어떤 추석 풍습이 나타날지 벌써 궁금해진다.

구천 국립합창단 예술감독 겸 상임지휘자·합창지휘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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