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경자 울산향교 장의

올 여름같이도 더웠을까? 좀처럼 물러서지 않을 것 같던 정유년의 무더위도 지나가고, 이제 하늘이 높고 시원한 솔바람이 불어온다. 결실과 수확의 계절인 이 초가을의 문턱에 다가선 9월28일은 공부자의 탄강 2568주년이 되는 날이다.

공자는 인류역사상 가장 위대한 스승으로, 정치철학이념인 유학(儒學)의 학문적 기틀을 완성하신 인물이다. 당대의 유학은 종교나 철학의 범주에 속하지 않은 도덕적 사상이었다. 그래서 공자는 다섯 가지 덕목의 인(仁), 의(義), 예(禮), 지(智), 신(信)을 통한 자기 깨우침을 강조한 유명한 도덕적 이론과 가르침을 남겼다. 이 같은 공자의 가르침은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에게 오늘날까지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하지만 한때는 아이러니하게도 공자의 고향인 중국은 공산화 혁명과 문화 혁명 등을 통해 낡은 것이라 해서 배척했지만, 우리나라는 공자의 위상을 끝까지 지키고 숭상하며 지금도 그 뿌리를 지키려는 것을 보면 “공자의 고향은 한국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나라의 석전대제(釋奠大祭) 의식은 중국보다 더 유일하게 그 원형이 잘 보존되어 있다. 매년 2회, 봄에는 공자의 기일(忌日)을 양력으로 환산하여 5월11일에, 가을에는 공자의 탄생일(誕生日)인, 9월28일을 기념하여 대제를 올리고 있으며, 이러한 의식은 중요무형문화재 제85호로 지정되어 우리 조상의 소중한 문화유산으로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그런데 공자의 가르침이 낡은 것이라 배척했던 중국이 공자를 전 세계에 알리고, 그 사상을 전파하는 교육기관을 전 세계에 설립하고 있다. ‘왜 공자를 다시 부활시켰을까?’하는 의문이 든다. 아마도 자국민을 하나로 뭉치게 하고 그들의 오랜 역사와 전통을 산업적 가치로 끌어들여 정신적 구심점과 문화 발전의 기회로 삼고 싶은 게 아닐까?

그래서 산업발전과 경제성장을 급속도로 가져와서 우리를 앞지르려 하고 있다. 하지만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공자가 동경했던 요(堯), 순(舜), 우(虞), 탕(湯) 임금을 원조 ‘선비’라고 했던 그 ‘선비정신’이 우리에게는 있다. “오 필승 코리아”를 외치며 붉은악마로 한마음을 이루어 월드컵 4강에 오르게 했었고, 각자 자기 일에 최선을 다하는 진기지위(盡己之爲)인 충(忠)으로 한류열풍을 일으켜 세계의 시선을 대한민국으로 모이게 한 대한의 아들딸들이 한 두 명이었던가? 일일이 열거 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편이다.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오랫동안 유학을 받들며 예(禮)를 가르쳐 왔다. 몇 년 전부터는 교육부에서 인성교육진흥법도 만들었는데, 이법이 제시한 인성의 핵심가치를 여덟 가지 항목인 예(禮), 효(孝), 정직(正直), 책임(責任), 존중(尊重), 배려(配慮), 소통(疏通), 협동(協同)으로 나누어 전국 초, 중, 고등학교에서 가르치고 있다.

울산향교에서도 이 교육에 동참하고 있는데, 학교를 찾아가기도 하고, 방학이면 향교로 초청해서 체험시키기도 한다. 다가오는 겨울방학부터 향교 스테이도 계획 중이다. 또한 ‘인성예절아카데미’란 교육의 장을 무료로 펼쳐서 울산시민의 품격을 높이고 있다. 울산향교에서 하고 있는 모든 교육들이 전통문화를 전승시킴은 물론, 선비체험을 통한 매너를 갖추게 함에 있지 않나 싶다.

공자의 탄강일인 추계석전대제(秋季釋奠大祭)를 임하면서 가만히 생각해보니 ‘매너만 갖춘다면 대한민국도 꽤 괜찮은 나라다.’ 라고 생각되어진다.

이제 우리는 ‘어떻게 잘 살 것인가?’를 고민해야 할 때다. 많은 사람들이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인간관계의 모범적인 틀인 ‘예’를 위하여 극기복례{克己復禮} 즉 “자신을 억제하고 예를 회복한다면 어진사람(仁)이 될 수 있다.”라고 하신 공자의 말씀처럼, 선진 시민사회로 진입하기 위한 시민교육이 품격운동으로 다시 한 번 체질개선작업을 해야 된다.

필자도 울산향교 장의로써 책임을 다하고 ‘인성교육의 일선에서 최선을 다 해야지’하는 다짐을 해본다.

박경자 울산향교 장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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