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함께 즐기고 기념해야할 명절
따뜻한 마음 전하는 한가위되길

▲ 이정희 울산여성가족개발원장

여성가족부는 최근 앞치마를 두르고 고무장갑을 낀 남성장관들이 출연한 ‘성평등 명절, 대국민 응원 영상’을 공개했다. 부부가 함께 일하고 함께 쉬는 명절문화 정착을 위해, ‘가족과 함께 하는 성평등한 추석명절 캠페인’의 일환으로 마련된 영상이다.

무심히 이 영상을 보고 있으니 앞치마를 두른 남성장관의 모습이 흥미롭고 유쾌한 느낌이 든다. 또 한편으로는 약간은 어색하기도 한 모습을 보면서, 시장놀이를 위해 한껏 앞치마를 차려 입은 어린이집 꼬마들이 떠올라 슬며시 웃음이 나기도 한다. 그런데 다른 한편으로는 약간의 아쉬움도 느껴진다. 유쾌한 영상을 보면서 느껴지는 이 아쉬움은 무엇일까를 생각해 보면, 하나는 아직도 우리는 캠페인을 통해서 가사분담을 독려해야 하는 사회에 살고 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우리의 대표적인 명절인 추석을 즐기는 일이 언젠가부터 ‘가사노동’으로만 치부되고 있다는 점이다.

성평등 캠페인에 대한 소감을 이야기 하자면, 어쩐지 전자의 얘기를 해야 할 듯하지만, 오히려 나는 후자의 이야기를 해 보려 한다. 어린이집 꼬마들 얘기로 돌아가 보면, 꼬마들에게 시장놀이, 김장놀이는 말 그대로 놀이이다. 새로운 옷을 입고, 평소에 주로 하지 않는 일들을 하면서 하나씩 일상을 배워 나가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추석 명절은 어떠한 의미를 갖는 것일까?

‘명절’의 국어적 의미까지를 살펴보지 않아도 우리가 알고 있는 명절은 해마다 일정하게 돌아오는 즐기거나 기념해야 하는 축일이다. 또한 추석은 올해 거둬들인 풍성한 곡식과 과일로 음식을 준비하고, 가족들이 만나 함께 음식을 나눠 먹으면서 추석을 즐기고 기념하는 것이다. 즉, 밥을 짓고, 음식을 장만하고, 차례를 지내는 가사노동이 추석을 즐기는 하나의 방식인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추석은 가사노동만을 강요하는 악습인 것인가? 왜 풍요롭고 즐겁고 행복해야 할 추석 명절이 사람들에게 원치 않는 가사노동을 강요하는 날로 둔갑되고, 왜 여성과 남성이 원치 않는 가사노동을 사이에 두고 신경전을 벌여야 하는 날이 된 것일까?

굳이 ‘성평등’이라는 용어까지 떠올리지 않아도, 추석이 그러한 의미를 갖는 날이라면, 지금까지 우리는 추석을 제대로 즐기지 못했고, 그러한 탓에 추석은 안타깝게도 원치 않는 가사노동을 강요하는 악습으로 치부되게 되었다. 즉, 추석의 탓이 아니라 우리의 탓이다. 추석은 ‘함께 하는 날이다. 추석은 평소에는 자주 열리지 않는 시장놀이처럼, 오랜만에 우리 모두가 함께 설레는 마음으로 음식을 만들고, 이야기를 나누고, 자신의 솜씨를 뽐내는 날이다.

지금까지 추석을 제대로 즐기지 못했다면, 이제부터는 제대로 즐겨봐야 하지 않겠는가? 어른들이 함께 추석을 제대로 즐길 수 있어야만, 이제 막 우리 고유의 문화를 익혀가는 아이들도 추석을 원치 않는 가사노동을 강요받는 날이 아닌 신나는 시장놀이나 요리수업으로 기억하지 않겠는가?

여성가족부에서는 같이 일하고 같이 쉬는 추석명절문화를 만들자며 다음과 같은 실천과제를 내놓았다. 첫째, 추석 먹거리는 온 가족이 같이 만들고 함께 나눠요. 둘째, 서로에게 ‘사랑해요’ ‘고마워요’ ‘수고했어요’ 마음을 표현해요. 셋째, 오순도순 둘러앉아 온 가족이 함께 즐겨요.

이번 추석에는 우리 모두 함께 추석을 제대로 즐길 수 있기를 바란다. 그리고 설레는 마음으로 추석을 맞이할 아이들처럼 스스럼없이 서로에게 ‘사랑해요’ ‘고마워요’ ‘수고했어요’ 라는 마음을 전달해 볼 수 있기를 바란다. 마지막으로 오순도순 둘러앉아 있는 우리 가족 이외에도, 여러 가지 이유로 함께 하지 못하는 우리 사회의 많은 사람들을 떠올려 볼 수 있는, 따뜻한 마음을 전할 수 있는 추석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이정희 울산여성가족개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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